기저귀가 젖은 것 같은데 갈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산모가 많다. 아까부터 자는데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산모도 부지기수. 안았던 그대로 내려놓아 아랫도리가 드러난채 잠든 아기도 간혹 보곤 한다. 이유는 ‘깰 것 같아서’
많은 산모들이 이처럼 잠든 아기를 조금만 건드려도 깰까봐 전전 긍긍한다. 힘들게 재웠으니, 아기 재우기가 쉽지 않아 그럴 것이다.
관련해 덧붙이면, 자야 하는 아기라면 기저귀를 갈거나 싸개를 여민다고 어느 정도 건드려도 잘 잔다. 잠깐 눈을 떴어도 스스로 잠들기도 하고, 조금 토닥거려주면 바로 잠든다. 한편, 우선은 잠들었지만 결국은 기저귀 때문에 깨거나, 허전하거나 불안해서 울기도 한다. 게다가 젖은 기저귀 방치는 요로감염 원인이라고도 한다.
결론은 기저귀도 갈아주고 싸개로 여며 재우면 훨씬 깊게, 그리고 오래 잘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훨씬 안전하다.
여하간, 이렇게 때문에 인터넷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아기 재우기 작전 등 경험이 바탕이 된 ‘아기 잘재우는 법’ 관련 노하우가 넘쳐난다. 수면을 돕는다는 육아템도 많다.
“낮에 너무 많이 자면 밤에 안자니 너무 재우지 말아주세요!”
또한 이와 같은 난감한 요구도 종종 듣곤 한다. 특히 아기가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이해는 하지만....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20시간(~22시간) 이상 잔다, 신생아 시기엔 2~3시간 정도 잔 후 깨어 젖을 먹고 다시 자는 것이 밤낮없이 되풀이 된다. 먹다가 잠들기 일쑤다. 자면서 먹는일도 다반사, 깨워가며 먹이기도 해야한다. 깊이 잠든 것 같은데 젖병을 입 가까이 대면 반갑게 받아 먹는 일도 흔하다.
심지어는 잠든 상태로 목욕을 시작했는데 목욕을 마치고 옷을 다 입힐 때까지도 계속 자는 아기들까지 있을 정도로 아기들은 밤낮없이 참 많이 잔다.
그래서 밤낮이 바뀌는 경우도 흔히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낮에 잠깐 깨어 있었던 것처럼 밤에도 잠깐 깨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까. 게다가 대부분의 아가들은 백일을 전후해 수면 습관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여하간 많이 잔다. ‘출생~한달 전후’란 신생아 시기에는 특히 더 많이 잔다. 퇴근 후 몇시간 함께 있는 아빠조차 제대로 눈 뜬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이 자는 것이다.
우리가 주로 만나는 아기들은 대략 20일차 전후부터 45일 전후 무렵. 한달을 지나며 깨어있는 시간이 아주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18~20시간 정도의 잠을 자는 시기에 주로 케어한다. 이처럼 많이 자는, 아니 반드시 자야만 하는 아기를 어떻게 재우지 말라는 것일까?
낮에 많이 자면 밤에 못자거나, 늦게 자니 낮에 재우지 말아야 하는 경우는 좀 더 자란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해당하는 것이지 출생~백일 전후 아기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정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신생아들은 20시간 이상을 잔다’는 사실만을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전혀 나올 수 없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짚어붜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도 육아가 더 힘들어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아기들은 잘 잔다는데 우리 아기는 왜 이렇게 잠을 안자지? 낮에는 잘 자는데 밤만 되면 왜이러지?' 등 아기가 잠을 자지 않는 것에만 방점을 찍고 그저 견디려고만 하면 원인을 찾기 힘들다. 어떻게든 견디자니 더 힘들뿐이다.
성장을 위해 무조건 많은 잠이 필요한 '~백일 전후' 아기들은 어지간하면 잘잔다. 바꿔 말하면 "이모님만 가시고 나면 작은 악마가 된다"거나 “이모님하고 있을 땐 이렇게 잘하면서 저와 있을 때 왜 자지 않는걸까요?”라면 ‘어지간한’ 그 조건을 맞춰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뭐 때문에 그럴까?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자.
낮에는 잘 자는데 밤에 못 잔다는 아기를 거실에서 자게 해보라거나, 밤에도 일정 온도를 유지해보라고 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엔 두 사람이 호흡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기까지 더해져 세 사람이 호흡하다 보니 공기가 훨씬 불쾌해진다. 어른들은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데 아기들이 민감해지는 것은 아기들이 그만큼 미약하기 때문이다.
어젯밤 유독 칭얼댔다고 해 살피다 보면 드물지만, 고추 끝이 부풀어 있는 경우도 있고, 누구의 손톱인지 손톱 조각이 아기의 살갗을 붉게 만든 경우도 있다. 등을 보다 많이 쓸어주거나, 다리를 어루만져 주거나, 옷을 갈아입히는 것만으로도 깊이 잠드는 아기도 있다.
어른들도 잠이 부족하면 밥맛도 없고 만사 귀찮거나 짜증 나는 것처럼 아기들도 어느 한때 제대로 자지 못한 것으로 더욱 보채거나 그래서 깊이 못 자기도 한다. 제대로 자지 못해 몸이 불편해지고 그래서 불안해져서일 것이다. 그러니 밤에 유독 보채거나 잘 자지 않는 아기라면 아기가 제대로 잘 수 있게 해주고 있는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산후관리사를 오래 해오며 확신하게 된 것 중 하나는 ‘낮에 잘 잔 아기가 밤에도 잘 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