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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ul 21. 2022

 "젖 먹일 때 TV는... 안돼죠?"

육아는 '특별한'이 아닌 '일상'




"젖 먹일 때 TV는 안되는 거죠?"     


이처럼 묻는 산모들도 좀 있다. TV를 보고 싶은데 참고 있음이 느껴질 때가 많다.      


"집에 오자마자 TV 켜는 게 습관 돼서요. 그래서 아기 안아줄 때만이라도 꺼달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요. 자기는 그럴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몇 번 더 말했더니…. 저번에, 어느 나라더라? 얼마 전에 축구했잖아요. 그때 어머니 댁 가서 보고 그냥 자고 오더라니까요. 얼마나 화가 나던지……."     


아주 가끔이지만 이처럼 TV 때문에 일어난 우여곡절을 하소연하는 산모도 있다. 이런 질문은 솔직히 안타깝다.      


TV를 봐도 되나 안되나? 에 대해선 교육받지 않았다. 그래도 “TV 정도 보는 것이 기분 전환에 훨씬 좋지 않을까요?” 정도로 답할 때가 많다. 나름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다.      


사실 산모가 묻기 전에 먼저 이야기 꺼낼 때가 많다.     



 



"아기 때문에 불도 켜지 못하고 캄캄한 거실에서 젖 먹인다는 산모들이 많던데 산모님도 그러죠? 그럼 졸리지 않나요? 젖먹이며 졸다가 아기 떨어뜨릴 뻔했다는 분도 있던데. 트림시킨다고 안고 있다가 그랬다는 산모님들도 많고.  


젖먹이거나 아기 안고 있을 땐 유독 졸리거든요. 졸다가 아기 떨어뜨리는 것보다 TV라도 보면서 잠 깨는 것이 훨씬 낫겠다인데 어때요? 요즘엔 다시 보기로 뭐든 볼 수 있어서 좋던데…."     



대략 이렇게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눈을 빛내며 반가워하는 산모도 있다.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다 "그래도 전자파 때문에"라며 주저하는 산모도 있다.      


여하간 난 TV를 권하는 편이다. 그와 함께 ’환기를 자주 한다거나, 필요 이상의 가전제품 사용은 하지 않을 것, 쓰지 않는 가전제품은 코드를 뺄 것, TV 주변에 전자파 해소에 도움되는 식물을 가까이에 두는 것은 어떨까?‘ 등을 권하곤 한다.      


물론 전자파는 알려진 대로 해로울 것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에겐 더욱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아기를 돌보며 받게 되는 스트레스나 우울감도 전자파 못지않게 아기와 산모 둘 다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대개 출산 4주~6주 무렵 산후우울증을 겪게 된다. 산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몸의 변화인 만큼 어쩔 수 없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그만큼 우울감을 느끼는 산모들 또한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     


모두가 잠든 밤 어두컴컴한 거실에 혼자 앉아 아기를 안고 있어야 하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로 우울하고 답답하다. 


by @wan.bow




두 번째 이유는.


수면 부족의 산모들이 대부분이다. 산후 회복을 위해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잠이 요구되건만 밤낮 구분이 없는 아기를 돌보느라 정작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젖을 물리면 왜 그렇게 졸린 지(당연한 현상이다). 아기의 수면 패턴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백일 무렵까진 틈만 나면 졸릴 수밖에 없는 그런 산모의 일상인 것이다. 나도 모르게 깜박 졸다 아기를 떨어뜨릴 뻔하는 아찔한 상황의 나날이랄까?     

 

또한 산욕기의 일상이 좀 정신없고 힘든가!   이런 와중 TV가 오히려 도움이 되겠다 싶다. 산모 대부분 겪는 우울감은 물론 아기를 돌보는 힘듦과 불안을 해소하는데 TV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TV로 졸린 것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이유는.


육아는 잠깐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어야 한다. 그래야 힘든 것도 참을 수 있고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기 때문에 TV를 보지 못한다면? 그것도 국제 경기 중계방송처럼 인지도 높은 것까지 보지 못하게 하면? 육아가 즐거울 리 없다. 즐겁지 못하면 힘들다. 힘들면 피하고 싶어진다. 스트레스로 쌓인다. 미뤄 짐작, 아빠의 육아 참여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TV 시청이 훨씬 합리적이다 싶다.      




실제로 낮에는 물론 밤에도 TV를 보는 산모가 많다. 낮에는 안봐도 남편과 본다는 산모가 대부분이다. "첫째 땐 안봤는데 그럴 필요까지 없었다"고 말하는  산모도 있었다. 여하간 그동안의 경험으로  짐작, 'TV를 보는 산모들이 산욕기를 훨씬 즐겁게 보내는 것 같다'란 이다.


사실 점점 갈수록 TV를 봐도 되는가 안되는가?에 대한 질문은 줄어들고 있다. 확실하지는 않는데, 아마도 스마트폰으로 TV를 대신하는 산모들이 많은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만약 그렇다면, 스마트폰보다 TV 시청이 훨씬 좋겠다이다.     

 

스마트폰은 아기와 더욱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이용으로 손목과 손가락은 물론 등이나 어깨 등이 아픈 산모들도 많다?! 둘 다 골라서 보는 거지만 TV가 훨씬 열려 있다?! 아마도 이런 설명까지 하지 않아도 조금만이라도 생각해보면 스마트폰보다 TV가 훨씬 안전하며 합리적이란 판단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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