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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Aug 31. 2022

'눕수'는 언제부터 할 수 있어요?

누워서 젖먹이기, 편하지만은 않다



"눕수는 언제부터 할 수 있어요?"

"혼합 수유인데 할 필요가 있을까요?"


"눕수하면 중이염에 걸린다고 하던데 정말 그래요?"

"네, 그렇다고 하네요 "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들 대개 '눕수, 즉 누워서 젖 먹이는 것'에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이런 대화도 하곤 한다. 그에 이처럼 답해주면 보충 설명을 끊고 묻기도 한다.


"어차피 아기는 누워 먹는 거잖아요. 그런데 누워서 먹이는 아기만 중이염에 걸린다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요!"


그렇다. 앉아 먹이든 누워 먹이든 아기의 자세는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누워서 먹이면 중이염에 걸린다?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풀어 설명하면.


아기들은 태어난 후 한동안 밤낮 구분 없이 먹는다. 그리고 밤낮 구분 없이 자는데 정말 많이 잔다. 아기를 처음 키워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자도 되나요? 어디가 아픈 것 아닐까요?"와 같은 걱정까지 할 정도로.


신생아 초기 22시간까지 잔다. 점차 줄어서 백일 무렵 18시간 정도 잔다. 그런데 모두 그렇다는 아니다. 더 많이 자는 아기도 있고 더 적게 자는 아기도 있다. 그래도 큰 차이는 없다. 여하간 많이 자야 한다. 그렇다 보니 '배가 고프다고 좀 전에 그렇게 세게 울었던 아기 맞아?' 싶을 정도로 젖꼭지 물린 지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 그새 깊이 잠들어 버리기도 한다. 자는 것 같긴 한데 끊임없이 빨아먹기도 하고.


아기의 이런 상황은 밤중 수유라고 다를 것이 없다. 다르다면 앉아서 먹이면 엄마가 깨어 있고 그래서 아기를 살필 수 있다는 것. 깨워서 먹게도 하고, 빨다 잠들면서 미처 삼키지 못해 흘러나오는 젖을 닦아주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누워서 먹이게 되면 엄마도 쉽게 잠들어 버린다는 것(아마도 십중팔구), 누워서 먹이면 아기가 미처 삼키지 못해 흘러나오는 것을 쉽게 볼 수 없는데 더더욱 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흐르는 젖이 어느 정도 방치된다는 것이다.


결론은, 누워서 먹인다고 모든 아기가 중이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중이염에 걸릴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잠든 것 같은데도 계속 빨고 삼키면서 자는 아기도 있지만 본능적으로 빨기도 하지만 삼키지 않고 자는 아기들도 있다. 잠이 너무나 고파 미처 삼키지 못한 젖이 기관지나 귀 등으로 흘러들어 가 중이염을 일으킬 수 있고 말이다.


누워서 젖을 먹인 것으로  중이염에 걸렸다는 경우를 실제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에 동감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출근해보면 아기 볼이나 귀, 목 주변에 젖이 말라있는 것을 보기도 한다. '아마도 누워서 먹였나 보다' 지레짐작, 확인하고자 물어보면 내 짐작대로 '열에 열, 그렇다'이곤 했기 때문이다. 




닥풀꽃(2022.8.29 해질녘


누워서 먹이면 울혈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 앉아서 요람 자세로 먹일 때와 누워서 먹일 때 엄마의 젖 방향이 달라진다.  누워서 젖을 물리면 구조상 자칫 깊게 물리지 못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아니 거의 깊이 물지 못한다고 한다. 깊이 물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아기는 아기대로 많이 먹지 못하고(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이미 분비됐으나 미처 먹지 못한 젖은 고이고(그래서 울혈이 생기고), 엄마 젖에 상처도 난다. 아기가 충분히 먹지 못해 남기는 일이 잦아지면  젖도 줄어들 수 있다(덜 먹이면 줄여버린다)


그런데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허리가 아플 수도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대로  아기를 의식해 한쪽으로 자게 된다(그래서 깊은 잠을 못 자기도 한다). 한 번이라도 누워서 젖을 물려본 사람들이라면 경험했을 것이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동안 젖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힘을 줬던 것을.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것을. 자칫 젖꼭지가 빠져버릴까, 전전긍긍하면서. 허리 아프고 팔 저리기 딱 좋게.


또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젖을 물고 자는 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젖떼기가 쉽지 않고, 젖을 뗀 후에도 엄마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가 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케어하러 가서 미처 독립하지 못한 큰아기들을 흔히 보게 된다. 아기가 울면 쪼르르 달려가 안겨 엄마의 젖가슴을 쥔 채로 자기 것이라며 아기에게 젖을 물리지 못하게 하는 아이도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모유가 잘 나오는데도 수유를 포기하는 엄마들도 더러 있고. 심지어 산모 친구가 28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놀러 왔는데 낯선 집에 온 두려움 때문인지 엄마 젖가슴을 보채는 아기도 봤다.


이런 경우 "수유는 어떻게 했나?" 물어보면 "집안 어른들이 아기들은 울 때마다 줘야 한다고 해서 수시로 먹인" 경우 혹은 "누워서 먹이면 편하다는 어르신들의 조언으로 밤에도 끼고 자며 먹인(누워서 수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누워서 수유한다고 모든 아기들이 다 이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누워서 수유가 필요한 산모도 있다. 분유만 먹고 자랐다는데 아우를 본 후부터 엄마에게 집착한다는 아이도 아주 드물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내 짐작에 불과하지만) 누워서 수유를 하는 경우 대부분 밤에 편히 자고 싶어서, 즉 먹이다 자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친정엄마 등이 대부분 밤중 수유와 관련해 알려준다. "먹이다 자면 편하다"는 식으로)


미뤄 짐작, 밤에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될 시기의 아기를 떼놓지 않고 굳이 먹이기까지 하며 자게 되고, 아기는 자면서도 노리개 젖꼭지를 빠는 것처럼 계속 빨다 말다 자고, 아기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개월 수가 많아질수록  젖을 떼야하는데 떼지 못하는 등 엄마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결과가 업그레이드되면서 되풀이되어 한돌, 두 돌로 이어지고, 그래서 28개월이나 됐다는데 낯선 사람을 보거나 낯선 환경에 놓이면 엄마 젖을 빨아야만 안심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고...




닥풀꽃(2022.8.29 해질녘


밤낮없이,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먹겠다고 보채던 아기는 점차 먹는 양과 시간 간격(수유 텀)이 어느 정도 일정해지는 등 나름의 기준이 생긴다. 한 달쯤 무렵엔 전혀 먹지 않고 5시간을 잘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먹는 횟수나 먹는 시간이 줄어드는 동시에 밤에는 먹지 않게 된다. 백일 무렵엔 1일 5~6회,    9시나 10시 무렵 자기 시작해 5시경까지 자게 된다. 게다가 겨우 몇 분 빨아먹은 것 같은데 몇 시간 동안 먹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로(몸무게도 제대로 느는 등) 짧게 빨아먹는다. 빠는 힘이 세져 짧은 몇 분 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기의 이런 성장 과정을 고려, 한 달~한 달 반 무렵(5~6주)부터 밤중 수유 끊기=수면교육을 시도하라고, 늦어도 백일까지는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관련 덧붙이면, 아기의 이런 성장을 제대로 이해하면 밤에 누워서 먹이며 자는 것에 굳이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아기에게 엄마 젖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세상 그 무엇도 없다. 그렇다고 해도 지나침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부모의 지나친 사랑이 아이들을 오히려 나약하게 하는 것처럼.


"그런데 우리 엄마가 옛날엔 다 누워서 먹였다는데요. 다들 그렇게 키웠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지금의 산모들이 태어나 자란 80년대 말~90년대 초 엄마들은 A컵~B컵 사이즈 가슴인 경우가 많았다. 산후관리사를 시작한 건 2007년 여름이다. 한동안  C컵 가슴이란 산모는 어쩌다 드물게 만났다. 그런데 지금은 C컵 가슴인 산모가 대체적으로 많다. 훨씬 큰 사이즈를 가진 산모들도 자주 만난다. 그런 가슴으로 잠결에 아기를 누르게 되는 경우까지 생각해야 한다. 특히 낮이 아닌 밤에 누워서 수유를 하겠다면.




건강 등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누워서 수유를 해야만 하는 산모도 있다. 상관없이 누워서 수유를 하고 싶다면 가급 낮에. 매번 수유 때마다가 아닌 '한 번은 앉아서 수유, 한 번은 누워서 수유'식으로 번갈아, 그리고 보조 방법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누워서 수유하며 생기는 문제점(중이염, 울혈, 유두 상처, 허리 등 아픔, 젖양 줄어듬, 아기가 충분히 먹지 못함 등)들을 줄일 수 있다.

밤에 누워서 수유는 문제점이 더 많아질 수 있다. 그래도 꼭 하겠다면 '앉아서 충분히 먹인 후 마지막 일부를 누워서 수유하라'고 권하는 전문가(?)도 있던데 한 달 무렵부터 밤중 수유를 끊어도 되는 아기인데 굳이 필요할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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