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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un 30. 2022

'시계'와 '기록지'도 출산준비물

출산준비물, 이것도 필요해요


1990년대에 두 아이를 낳았다. 당시엔 '출산예정일 한 달 전 무렵 배냇저고리나 기저귀, 싸개, 거즈 수건처럼 꼭 필요한 것을 세탁해(삶아) 말려 준비해둬야'가 권고되었다.    

      

주문 몇 시간 후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요즘 시절에 아기를 낳는 산모들로서는 아마도 상상조차 못 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산모들은 다들 알아서 잘 준비한다. 차고 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출산 후에야 필요성을 알게 되는', 당연히 '출산 전 미리 알았더라면 큰 도움이 될' 그런 물건들이 있다.    

  

요즘엔 어지간한 것들은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가전제품에 전자시계가 채택된 경우도 많다. 그래서인지 작은 벽시계 하나 없는 집도 많다. 이런 경우 일해주는 사람으로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할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가며 일해야만 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계 하나 샀으면 좋겠어요. 가급이면 숫자만 있는 전자시계면 더 좋겠고요. 아기가 있는 곳은 물론 주방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아기를 돌보는 사람 모두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시계, 그런 곳에 둘 수 있는 시계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쓰던 탁상시계라도 있으면 꺼내줬으면 하지만 그마저도 없는 경우엔 이처럼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좋겠다 제시하며 하나쯤 샀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산후조리에 꼭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신생아 때부터 기록을 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꼭 이런 양식이 아니어도 된다. 

   




다른 업체는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케어해주는 동안 매일 ’신생아 일지‘를 작성한다. 날짜와 요일, 태어난 일수, 모유 수유 횟수 혹은 분유 수유와 횟수, 하루 먹은 양, 체온, 소변과 대변 횟수, 그날의 특별한 상황 등을 언제든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시시때때로 작성한다.      

 

물론 밤에는 산모가 작성한다. 그래서 다음날엔 기록만으로 지난밤 아기가 어떻게 보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반대로 산모는 산모대로 낮에 내가 쓴 일지를 훑는 것만으로 자신이 쉬는 동안 혹은 잠깐 볼일을 보러 나갔을 때 아기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알 수 있다.          


'출생~한 달'이란 신생아 시기에는 몸무게가 느는 것이나 깨어 있는 시간이 조금씩 많아지는 것으로 아기의 성장을 느끼기 쉽다. 태어난 순간부터 다양한 변화를 수없이 되풀이하며, 그것도 일정의 규칙에 따라 성장함에도 흘려 지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산모들의 일상은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오늘이다. 다르다면 어제 새벽보다 오늘 새벽에 아기가 좀 더 길게 잤다거나 혹은 더 보챘다거나 이런 식의 구별이다. 한동안 어제 같은 오늘이 이어진다. 아마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며칠 지나면 까막까막, '가만 있어 봐. 아기가 유독 많이 먹었던 날이 언제였더라??…?'가 되기에 십상이다.       

    

아니 며칠까지 갈 필요도 없이 몇 시간 후 '몇 시에 먹였지?' 까막까막해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아기가 먹어야 할 때를 착각해 아직 먹지 않아도 되는데 먹이거나, 배가 고프다고 우는 아기 울음에 부랴부랴 (유축해 둔 것) 중탕을 하거나, 분유를 타는 일도 벌어진다. 아기 울음에 조급해져 젖병을 넘어뜨리는 등의 불상사도 다반사. 그런데 산후관리사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욱 어떤 식으로든 매일 매시간의 기록이 필요하다. 모든 케어는 시간에 따라 진행된다. 기록은 체계적인 육아와 케어에 중요한 참고가 된다. 이처럼 중요한 참고 자료는 정확한 시간을 볼 수 있어야 가능하다(그래서 틈날 때 집안의 시계들을 가급 빠른 시일에 확인. 일치하게 맞추도록 권한다)     


당연히 모든 기록은 시간과 함께 기재된다. 그래서 기록만으로 '언제 먹였으니 다음엔 몇 시에 먹여야 한다’를 아기를 함께 돌보는 사람 누구나 알 수 있다. 틈날 때마다 지난 기록을 뒤지거나 날짜별로 짚어가며 아기의 성장 흐름을 파악하곤 한다. 그런 후 별도의 메모를 더해놓거나 특이 사항을 기록하기도 한다. 기록을 토대로 산모와 육아 관련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아마도 밤중 기록이 없다면(스마트폰에 설치한 어플에 기록해 신생아 일지에 옮겨 놓는 산모가 대부분이다) 아침마다 산모는 지난밤을 기억해내 이야기해줘야 할 것이다. 누락이나 혼동 등 어쩔 수 없는 오류도 생길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어젯밤을 토대로 오늘의 아기를 가늠하고자 여러 번 물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여하간 워낙 유용하기 때문인지 처음엔 일지 기록을 귀찮아하던 산모도 나중엔 충실하게 기록한다. 첫째 때 신생아 일지의 장점을 알게 된 산모는 둘째 케어를 위해 방문하면 100일에 해당하는 분량의 일지를 만들어 놓는 경우도 많다. 첫째 때 기록을 둘째 육아에 참고하는 산모도 있다.      


여하간 분명한 것은 기록하지 않으면 육아는 주먹구구식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는 것. 체계적인 육아에 시계는 필수품이란 것이다.


시계가 있어도 그림이나 장식 같은 것들로, 그리고 5단위 숫자로 되어 있어서 정확한 시간을 보기 힘든 시계들도 있다. 그래서 이왕 구입할 것이면 보는 순간 그 시간이 그대로 눈에 들어오는 전자시계를, 아기를 함께 돌보는 사람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둘 수 있는 그런 시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신생아 육아에 필요한 것들이 참 많다. 여간 부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타 등등, 쓰자니 너무 불편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어도 감수하고 쓰거나 대체해 쓰곤 한다. 그럼에도 시계만큼은 꼭 샀으면 좋겠다 권하는 것은 이처럼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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