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발 더는 일어나지 말았으면'의 바람이 특히 더 절실한 뉴스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아동 혹은 신생아를 학대했다는 뉴스다.
올봄(4월 8일) 산후관리사가 신생아를 학대했다는 뉴스는 날짜까지 기억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영상 속 산후관리사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는 아기를 휙휙 들거나, 거칠게 흔들었다. 코와 입을 천으로 막거나(노리개 젖꼭지가 빠지지 않게 하고자), 아기 입에 젖병을 거칠게 밀어 넣기도 했다. 심지어는 아기를 안은 채 뜨거운 밥을 푸는 등 뉴스를 통해 제공된 영상 속 산후관리사의 행동들은 위험천만, 아찔했다.
2007년부터 산후관리사를 해왔다. 당연, 이와 같은 사건이나 산후조리원 문제 등 아기들 관련 뉴스가 보이면 더욱 관심 있게 보게 된다. 해당 뉴스 영상을 보는 그 짧은 순간 ‘산후관리사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맞나?’의 의문까지 들었다.
우리가 태어날 때 ‘위’는 엄마 엄지손가락 정도의 크기로, ‘심장’이나 ‘간’과 같은 장기들은 거봉 포도와 일반 포도 중간 정도 크기로 태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심하게 흔들면 장기 이탈로 돌연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상 속 산후관리사의 행동은 이와 같은 신생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고 있는 듯한 그런 행동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씁쓸하게도 현재 우리의 산후관리사 파견 관련 상황에서는 ‘재수 없으면 누구든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의 성격상 이용자들이 아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산후관리사와 그렇지 못한 산후관리사를 어느 정도라도 분별할 수 있음은 사실상 쉽지 않다. 가뜩이나 그런데 몇 년 전 정부 지원 확대로 그나마의 분별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4일 오전 7시 30분경 포털사이트에 검색어 '신생 이학대' 결과 화면 캡처.
"정부 지원업체라 믿고 맡겼는데…."
"해당 업체에 의하면 경력도 많고 평점이 좋아 믿고 파견했다는데! "
뉴스를 관심 있게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표현을 기억할 것이다.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부분의 매체들이 공식처럼 써왔으니 말이다. 어김없이, 강조하며 말이다. 올봄에 일어난 그 사건에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이쪽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지원하는 업체라는 것만으로 믿음이 갈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버려야 할 믿음’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현재 '산후관리사를 파견하는 업체 대부분 정부 지원업체인 데다가(아마도 전부), 경력 혹은 평점이란 것도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는'이니 말이다.
우리나라에 산후 관련 업체가 생긴 것은 1998년이다.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관련 교육을 받던 2007년 무렵에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나도 교육 두 달 전에야 알게 되었다. 산후조리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경기도에 살면서도 강서 마포지부 소속으로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당시 산후관리사 파견업체는 물론 교육하는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산후관리사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무렵, 부실한 서비스나 관련 사고가 더러 보도될 정도로 산후관리사 파견업체와 산후조리원이 많이 늘었다. 그 무렵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2주가량을 보내다가 집에서 일정 기간 산후관리사 도움을 받는 것'이 산후 몸조리로 보편화되기 시작하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산후관리사를 시작한 2007년에도 재산과 소득이 적은 일부 세대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산후관리사 비용을 국가(지방자치)에서 지원해줬다(당시 한 달 교육 수료 후 작성하는 설문에 바우처 일을 할 것인가에 '예', 마포구청에서 서비스 제의를 받아 뚜렷하게 기억한다). 신혼 세대가 많은 일부 지역에선 상반기에 해당 예산을 다 써버려 하반기에는 지원조차 못 하는 일이 일어날 정도로(당시 해당 지역 산모에게 들었었다) 미흡했지만 말이다.
다행히 지원 대상을 조금씩 확대하다가 2016년부터는 내가 아는 누군가도 지원 대상이 될 정도로 지원 대상 그 폭이 넓어졌다. 그러다가 ‘2018년 7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지원(서울시의 경우)’으로 확대되었다. 일부 산모들이 자가 비용으로 이용하던 출장 산후관리사 서비스를 모든 산모가 약간의 예약금만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0명 중 5명이 이용했었는데 9~10명이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까. 산후관리사가 부쩍 많이 필요해졌음은 물론이다. (자치구마다 지원 대상, 지원 확대 시기 등 사정은 약간씩 다르다)
현재 산후관리사 서비스는 두 가지다. 정부 지원 서비스와 자가 비용으로 정부 지원 서비스가 끝난 후 연장하는 경우다. 정부 지원 서비스 기간 중 산후관리사들은 매일 정부가 발급한 이용자(산모) 행복카드와 제공인력(산후관리사) 카드를 일정의 단말기에 태그 하는 방법으로 서비스 상황을 등록한다. 보수는 서비스가 모두 끝난 후(대개 3주) 서비스 비용을 받는데, 소속 파견업체를 통해서다.
산모들의 경우 출산 예정 40일 무렵 산후관리사 파견업체를 결정, 업체에 일정의 금액을 지불하며 예약한 후 지정 날짜부터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예약금(수수료)은 업체 몫이다. 산후관리사를 많이 파견하는 그만큼 수익이 늘어난다. 게다가) 미뤄 짐작, 정부의 정책사업과 관련된 일인 만큼 제때 돈을 받을 수 있고 떼일 염려가 없으니 사업적으로도 안정적일 것 같다.
이용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건복지부 누리집에서 해당 지역 산후관리사 파견업체를 누구나, 언제든 열람해 선택할 수 있다. 말하자면 산후관리사 파견 업체의 경우 별도의 노력 없이도 어느 정도는 홍보된다. 이렇다 보니 정부 지원 확대 전후 산후관리사 파견업체가 많이 늘어났다. 자연적으로 산후관리사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이 글을 쓰며 알게 됐는데 2022년 봄 현재 50~60대 유망직종이란다)
바꿔 말하면 산모들 입장에서는 ‘옥석을 가리기 더욱 어려운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행히 검증된 산후관리사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신생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거나,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돈벌이로 선택해 적당히 집안일해주고 아기 안아주는 정도로 시간 때우는 그야말로 도우미 수준의 산후관리사를 만날 가능성은 더 커진 것이다.
-2022년 9월 4일 오전 7시 30분경 포털사이트에 검색어 '신생아 학대' 결과 화면 캡처
“(파견업체들이) 자녀가 하나면 경력 1~2년, 둘 이상이면 경력 3~4년 이상으로 말하라고 시킨다잖아요!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고”
산후관리사를 오래 해온 사람들 사이에 공공연히 회자되는 이야기다. 심지어는 "정부 지원이 늘면서 가사도우미나 식당 일 같은 인력을 주로 파견하던, 흔히 인력사무소라고 부르던 업체들까지 산후관리사 파견 업체로 전환, 일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 분유 타는 법, 기저귀 가는 법처럼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만 교육해 파견한다"라는 말까지 심심찮게 들려온 지 오래다.
게다가 “온라인 교육만으로 자격증을 딸 수 있다?”거나 “일정의 금액을 지불하면 자격증을 발급해준다더라?”와 같은 소문도 무성하고 말이다. 이와 같은 소문들을 들으며 설마 그럴까? 싶다가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산후관리사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수긍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믿을 수 있는 산후관리사를 만날 수 있을까?” 주변 누군가 물으면 “산후관리사를 이미 이용해본 주변 사람에게 추천받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답하곤 한다. 일대일 서비스인 만큼 누군가에게는 좋았다는 산후관리사가 내게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검증된 산후관리사일 가능성은 크니 말이다.
덧붙이면, 출산 예정 40일 무렵부터 산후관리사 지원 신청을 할 수 있어 그날만 기다리는 산모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추천받은 파견업체나 해당 산후관리사를 꼭 원한다면 출산 몇 달 전에 예약한 후 출산 예정 40일 무렵 예약을 계약으로 확정, 마무리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다. 10월 9일 출산 예정, 서비스해주기로 한 산모는 4월에 예약한 산모다. 이처럼 미리 예약하는 산모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