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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Oct 03. 2022

산후조리, 꼭 필요할까?

    

서울시의 경우 2018년 7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산후관리사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다른 지방자치에서도 지원을 확대, 2022년 9월 현재 모든 산모에게 일정 기간 산후관리사 지원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이처럼, 말하자면 공짜로 산후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인지 '돈 써서 하는 산후조리(?)'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그나마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별나서'로 생각하는 어른들도 많았다. 그래서 말이 좀 통한다 싶으면 듣고 싶지 않은 말까지 하는 어르신들도 자주 겪곤 했다.  

    

"산후조리원이란 데 몇백만 원, 산후도우미인가? 그 사람들에게 또 돈…. 친정엄마가 집에서 놀기만 하는 사람인데…. 애 하나 낳는데 뭘 그리 유별난지…. 것도 딸 가지고!"     


심지어 이처럼 말하는 주변 사람도 있었다.    

  

"다른 나라 산모들은 출산하자마자 주스도 마시고 샤워도 하고 그런다는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된다는 거죠? “     


"옛날엔 산후조리를 삼칠일만 했다고 하던데."     


나이 많은 어르신은 그렇다 치고, 애 아빠가 이처럼 말하면 듣는 순간 절망감이 느껴지곤 했다. 다행히 최근 만나는 아기 아빠들은 산후조리의 필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목욕시키기처럼 난이도가 있는 것을 배우려고 월차를 내거나, 앞당겨 퇴근할 정도로 육아에 적극적인 경우도 많다. 집안일을 아주 잘하는 아빠들도 많다.      


그래도 가끔 '우리나라 산모들의 산후조리 필요성'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라도 한 번은 이야기해줘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아빠들을 만나게 된다.     



     

지난 날의 가족계획 포스터(헤이리 근현대사박물관에서. 2022.9.3)

1)

우리나라 아기들은 다른 나라 아기들에 비해 크게 태어난다고 한다. 십여 년 전, 미국에 거주하는 시부모님이 이따금 옷을 한 상자씩 구매해 보내주시는 산모를 백일까지 케어한 적이 있다. 이미 이십여 일 전에 태어난 아기라 앞으로 입힐 옷 즉 3개월, 6개월 차 옷을 보내주셨는데 6개월 옷 크기가 우리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입히는 옷 크기와 비슷했다.      


배냇저고리는 정말이지 우리 아기들이 입는 옷보다 작아도 너무 작다, 콩순이(주로 유아들이 가지고 노는 30cm가량의 여자 아기 인형)에게 입히면 딱 맞을 정도로 말이다.    

   

반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서양 여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골반이 작다고 한다. 아기는 상대적으로 훨씬 크게 태어나는데 골반은 작은 것이다. 그만큼 산도가 많이 열려야 한다. 서양 여성들보다 훨씬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 제왕절개는 산도가 열리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 아닌가요?"


산후관리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면 이처럼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이론상으로 어쩌면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여성들이 요즘 많이 커졌다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자궁이 커짐에 따라 장기들이 차츰 밀려간다. 자궁 위로 혹은 뒤로, 그리고 자궁에 눌린다. 아마도 이처럼 밀린 장기들이 배가 커지는 것에 따라 더욱 눌릴 것이다.           


장기들 또한 변화를 많이 겪음은 물론이다. 이런 변화 때문에 기능도 약해진다. 그래서 임신 기간, 특히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조금만 먹어도 속이 답답하거나, 걸핏하면 체하거나, 밤중에도 몇 차례나 소변을 봐야 할 정도로 배뇨감을 느끼거나, 설사 같은 것이 잦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제왕절개도 수술이다. 두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낳았다. 그렇다 보니 제왕절개를 한 사람들의 고통은 짐작만 할 뿐이다. 여하간 분명한 것은 브이백 출산(제왕절개로 출산했지만 이후에는 자연분만으로 출산하는 것)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찾아다녔다는 산모들도 꽤 있다는 것, 그만큼 제왕절개 역시 만만찮은 고통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산후조리 기간은 6주~8주다. 그냥 정한 것이 아니다. 커진 자궁이 축소되어 안정되거나, 이처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안팎으로 변화를 겪은 몸이 임신 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바탕으로 정한 것이다.  

    

참고로 산모의 몸이 제대로 안정되는 것은 출산 후 1년 정도란다. 겉으론 다 회복된 것 같지만 조금 무리한다 싶으면 바로 몸살로 이어지거나 고질병이 생길 소지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출산 6개월 안에는, 가능하다면 1년 안에는 무거운 것을 들지 마라. 잔치처럼 오랫동안 몸을 써야 하는 것을 가급 하지 말라고 임신과 출산 관련 책마다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 날의 가족계획 포스터(헤이리 근현대사박물관에서.2022.9.3)


2)

동생 셋이 있다. 두 살 터울의 바로 아래 동생에 대한 기억은 동생이 나를 따라다닐 때부터이다. 하지만 그 아래로 두 동생은 어떤 계절, 몇 시쯤 태어났는지, 태어나던 날 날씨는 어땠으며 집에 누가 있었는지 등 당시 상황은 물론 아기를 처음 봤을 때의 모습까지 어느 정도 기억되고 있다.     


8살 터울의 가장 아래 동생은 업어 주거나 기저귀를 갈아 주는 등 어느 정도 돌보기도 했다. 아마도 나와 같은 50대 중에는 나처럼 동생이 태어났을 때를 기억하거나 동생을 돌본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아기가 낯설지만은 않았다. 우리 집엔 아기가 없어도 동네 누구 누구네나 친구 집에는 아기가 있는 등 주변에 아기가 많아 흔히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생을 조금이라도 돌본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힘들긴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엄마'들이 많았다.     


최근 주로 만나는 산모들은 하나 혹은 둘 낳던 그런 시대에 태어난, 80년생~90년대 초에 태어난 경우가 많다. 놀이터 등에서 어린 동생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는 있지만 내 동생은 없었거나, 엄마를 대신해 어린 동생을 돌보는 일은 아예 없이 자라나 아기가 그리 익숙하지 못한 그런 세대들이 주로 아기를 낳고 있는 것이다.     

아기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막연히 두렵고 막연히 어려운 그런 존재다. (그동안 경험을 풀자면, 조카라도 안아준 경험이 있는 산모나 아기 아빠들이 확실히 아기를 잘 다룬다. 덜 힘들어한다) 작은 실수로도 잘못될 수 있는 그런 생명체라 더욱 그렇다.      


그런데 '소중한' 내 아기다. 그렇다 보니 기저귀 가는 것처럼 아주 쉬운 것조차 낯선 데다가 전반적으로 아는 것이 거의 없는데 무게감과 책임감은 훨씬 크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 불안하며, 막연한 상황? 현실?이다. 여기서부터, 즉 아기를 안는 순간부터 힘들 수밖에 없다.    

 

더욱 힘든 것은 모든 아기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모들이 참고할 수 있는 것이란 획일화된 지식들과 검증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상식들이 많다. 오랫동안 전해져 온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것들까지 상식처럼 존재한다. 그러니 더욱 혼란스럽다.      


옛날에는 아기가 아프면 왜 그런지 알려주거나 도와주는 어른들이 가까이에 있었다. 한밤중에 아기가 아프면 옆집으로 뛰어가 문을 두드리면 잠옷 바람으로라도 달려와 도와줄 사회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옆집을 모르고 살아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그런 사회 분위기다. 그래서 부부의 육아는 더욱 좌충우돌이다. 그만큼 알려줄 사람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샛길로 새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항간에 '아기 봐달라고 하지 않게 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 떠돈다. 한편으론 나름의 사정들이 있어서겠거니 이해해 보기도 하지만 솔직히 같은 세대로서 웃프다. 우리처럼 이미 아기를 키워본 사람들이 육아를 기피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아기 낳기를 원하면 안 된다. 제발 옛날 어른들처럼 조금이라도 분담해주세요. 부탁드리고 싶다.         




  

지난 날의 가족 계획 포스터(헤이리 근현대사박물관에서. 2022.9.3)



3)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요즘 주로 출산하는 여성들은 80~90년 대생들이다. 이들이 태어났을 때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가전제품들이 우리 생활에 이미 깊이 개입되어 있었다. 게다가 인터넷 보급과 활용이 활발하던 때 자라 스마트폰으로 생활이 더욱 편해진 와중에 결혼과 출산을 했다. 굳이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한 그런 시대에 태어나 최첨단 문명을 듬북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세대들인 것이다.  

    

한편, 한 생명을 품어 키우는 일은 어떤 문명 기기들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런 부분들이 특히 많다. 몸과 마음으로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런데 이미 몸은 편한 쪽으로 길들어버렸다. 그런 몸과 의식으로 감당하자니 더욱 힘들 수밖에 없겠다.      


힘들면 어떤다? 우리 몸은 힘들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어떤 작용, 즉 일종의 방어 시스템을 작동한단다. 그중 하나가 우울증. 갈수록 산후우울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엔 젖만으로 아기를 키워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옛날 산모들처럼 자주 물려도 젖이 쉽게, 그리고 뜻대로 많이 분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편하게 살아온 그만큼 힘든 것을 감당해내지 못하는 그런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유방 울혈과 같은 출산 관련 트러블을 겪을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 한편 사회적 요구나 기대는 훨씬 복잡해졌고 커졌다. 그로 제대로 쉴 새 없이 바쁜 산모들도 많다. 그래서 산욕기가, 그리고 육아가 더욱 힘들다. 몸과 마음이 힘들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누군가의 육아 분담과 조언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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