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관리사가 들려주는 '요즘 육아'
"베테랑이시니까 전혀 힘들지 않겠어요!"
"이젠 눈 감고도 척척이죠?"
2007년부터 산후관리사를 해왔다. 거의 쉬지 않고 해왔으니 정말 많은 산모와 신생아들을 만나온 것이다. 그동안 참 많은 산모들이 "언제부터 산후관리사를 해왔나?"를 물어보곤 했는데, 그에 2007년부터 해왔다고 하면 이처럼 반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오래된 그만큼, 그동안 수많은 아기들을 돌보며 쌓인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덜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베테랑이라 정말 힘들지 않을까?
갓 태어난 아기는 먹고 자고 싸는 것 정도의 일상을 이어간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란 표현을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아기들을 돌보다 보면 아기들 저마다의 세상이 있어 요구하는 것이 다름을 자주 실감하곤 한다. 게다가 아기들마다 신체적인 조건과 성향이 다르다.
이처럼 모든 것이 다른 아기들을 획일적인 지식이나 경험으로 대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기도 나도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육아 지식이나 그간의 경험은 참고만, 또 다른 아기를 만날 때마다 다시 시작하곤 한다. 그 아기만의 뭔가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빨리 파악해 맞춰줘야 아기도 산모도 편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기들은 백번 바뀐다"란 말처럼 오전 다르고 오후 또 다르다는 것을 매일, 여러 차례 실감할 정도로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곤 한다. 그러니 시시각각 살피고 긴장하고 대처하는 시간들의 연속인 것이다. 이러니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절대 눈감고 척척은 아니다. 절대 그래선 안 되는 일이고 말이다.
이 일을 오래 해온 사람들만 공감하는 것이 있다. “알면 알수록 힘든 일”이라는 것.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경험이 쌓여갈수록 ‘해줘야 할 것, 해주고 싶은 것’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서 초보 시절보다 동당 거리는 날이 많아진 지 이미 오래전이다.
그동안 산모들로부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비맘 혹은 초보맘들에게 도움되는 글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제의를 받곤 했다. 언젠가부터 관련 글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하고 있던 터라 산모들의 제의가 더욱 반갑게 와 닿곤 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핑계 같지만 먹고 사는 일로 시간들이 바빴기 때문이다.
여전히 먹고 사는 일로 바쁘다. 등 대고 누워 쉴 수 있음의 소중함을 매일 느낄 정도로 고단한 일상이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도 마음과 기대뿐이었다. 하지만 ‘이젠 써보자, 이젠 더는 미뤄선 안 되겠다, 좀 더디게 쓰더라도 써봐야겠다’, 절실해졌다. 얼마 전 일어난 ‘산후관리사 신생아 학대 사건(2022년 4월 8일 첫 보도)'을 보면서였다.
뉴스로 제공되어 보게 된 영상 속 산후관리사의 위험천만한 행동들이 며칠 동안 걸핏하면 떠올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100% 그 산후관리사 잘못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한편으론 영상을 보며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 조심스럽게 지레짐작해볼 수 있는 '뭔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산후조리와 육아에 대한 좀 더 쉬운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산후조리와 육아가 아닌 '요즘 산후조리와 요즘 육아'가.
지난 몇 년 동안 출산장려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올라가기는커녕 더욱 낮아지는 출산율 그 이유는 뭘까? 정말 일부 사람들의 말처럼 요즘 여성들이 이기적이라 힘든 것을 기피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와 같은 애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해서? 결혼 자체가 힘들어진 세상이라서?
물론 이와 같은 것들도 어느 정도의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출산 후 한동안’ 시기를 보내는 산모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아온 산후관리사로서 느끼는 것은 요즘 사람들이 육아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불안해한다는 것. 임신 자체부터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 이는 낮은 출산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 산모들과 요즘 산모들은 많이 다르다. 출산을 감당하는 몸부터 다르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아기를 키우는 현실도 다르다. 그렇건만 ‘요즘 세상과 요즘 세대’를 그다지 고려하지 않은 지침서와, 관련 정보들이 여전히 많다. 케케묵은 정보나 주변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도 어느 정도는 여전하다.
그래서 점점 더 산후우울증을 겪는 산모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
현장에서 겪은 것들을 바탕으로 써보려 한다. 육아로 힘든 산모들과 초보 아빠들을 쓰담쓰담하는 마음으로. 출산과 육아라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후배들이 많아지길, 육아가 힘들다는 누군가의 말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 예비맘 예비 아빠들이 적어지길 바라며.
‘언젠가는 엄마가 될 내 딸에게도 큰 도움 될 것이다’의 기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