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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an 20. 2023

산후 사건 터질 때만 반짝 분노, 되풀이 당연

교육은 둘째, 인성이 우선'

나: “갈수록 인격이 의심스러운 사건사고가 많아 씁쓸해요. 예전엔 교육 부실 운운하는 뉴스들이 주로 나왔는데.  그래서 우리가 겨우 3일 교육해 내보내 그런 거다. 교육이 얼마나 부실하면 기저귀도 거꾸로 채우고 젖병 소독기도 제대로 쓸 줄 모르겠느냐? 욕할 정도였잖아요."

 

“네. 그랬었죠.”


     

나: “요즘은 기본 교육이 2주라면서요? 그런데 그걸로 될까요?”  


“2주라도 제대로 교육해 내보내면 그나마 양심적이게요. 말 들어보면 정말 엉망이에요. 하루 잠깐 교육해 내보내는 곳도 많고, 돈 입금하면 자격증 발급해 바로 내보내는(일하게 하는) 곳도 많다는데요.  그러니 걸핏하면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겠죠. 애 키워봤으니 별도의 교육 없이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쉽나요.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는 게 우리 일인데….”     



나: “맞아요. 하면 할수록 힘들어지는 일. 솔직히 우리 때처럼 기본교육 한 달도 모자라죠. 육아라는 것이 끝도 정답도 없잖아요. 아기마다 다르니. 그래서 우리가 계속 보수 교육을 받는 것이고. 여하간 요즘엔 이건 아니다 싶은 사고들이 너무 많아 씁쓸해요.”     


“그러게요. 왜들 그럴까요? 그런 사고 터질 때면 교육은 둘째 문제고 인성부터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곤 해요. 모르면 배우면 되지만 사람 못된 것은 답이 없잖아요.”   


  

나: “그렇죠? 누구나, 어떤 일이든 초보 시절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우리도 모두 초보 시절이 있었잖아요.”  


SBS 18일자 관련 보도 영상 캡쳐


   



며칠 전, 산후관리사 일을 시작할 때부터 호흡을 같이해 온 지사장님과의 통화 일부이다.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산모와 신생아에 대해, 그리고 관련 정보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대부분이다. 갈수록 산후관리사 관련 사건이 많이 터지다 보니 일 때문에 전화하게 되어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통화를 마무리할 때가 많다.


실은 어제 좀 더 많은 이야길 했다.      


나: “작년 11월 OOO산모 기억나세요? 끝날 무렵 그 산모가 묻더라고요. "수유 텀 교육을 모든 산후관리사가 기본적으로 다 해주는 것은 아닌가 봐요"라고. 자기 친구도 자기랑 비슷하게 출산해 다른 업체 산후관리사 서비스 중인데, 그 관리사는 수유 텀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 그러더라고요.”     


수유 텀 그 자체를 모르는 관리사들도 많을걸요. 뭘 알아야 해 주죠. 출근해서 집안 해주고, 적당히 아기 좀 안아주고 그런, 산후관리사란 호칭 자체가 무색한 가사도우미 수준의 관리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더할걸요."


나: "그렇다면서요. 그래서 요즘엔 3주나 4주 이상은 안 하려는 산후관리사들이 더 많다면서요."


"그럼요. 그 무렵부터 아기들이 까다로워지고 무거워져 힘드니 피하겠다는 거죠. 경력 많은 관리사들이 적어져 아쉬워요"


이런 이야기, 트림 이야기, 보수 교육 이야기, 백일해 접종 이야기 등.     

 




최근 몇 년 산후관리사 사건·사고가 더욱 잦아지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아찔하고 씁쓸한 것은 예전과 최근 몇 년의 사고 유형이 다르다는 것, 대화처럼 예전엔 교육 부실로 인한 사건·사고가 잦았다. 그런데 요즘엔 인격이 의심되는 사건 사고가 잦다는 것이다. 그것도 갈수록 발생 빈도가 높게 말이다.  


사건·사고 자체가 없어야 한다. 그러니 우열을 따지기 뭣하다. 그래도 차라리 예전 사고들이 나았다, '웃픈'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요즘 사고들은 위험천만 아찔한 경우가 많다. 교육은 둘째 문제고 면접 같은 것을 통해 어린 아기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인가?부터 먼저 봐야 하는 것 아냐? 의 생각을 하게 하는.


아기를 돌보는데 필요한 지식이 부족해도 인성이 제대로라면 아기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안전하게 보살펴줄 수 있겠거니, 최소한 아기를 학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16화 신생아 학대, 재수 없으면 누구나... (brunch.co.kr)란 글에서 지난해(2022년) 4월 8일 보도된 사건처럼 산후관리사 신생아 학대 사건이 갈수록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했다. 혹시 읽지 못한 분들을 위해 다시 간략하게 설명하면.     


예전엔 산후관리사 지원을 극히 일부에게만 했다. 그런데 출산장려책 중 하나로 지원을 점차 확대하다가  (서울시의 경우) 2018년 7월부터 재산이나 소득 상관없이 모든 산모에게 일정 기간 산후관리사 서비스 비용 지원을 더욱 확대했다. 약간씩 다르지만 최근 몇 년 지자체마다 지원폭을 대폭 늘렸다.


이를테면, 예전엔 대부분 자기 비용이었다. 그런 만큼  10명 중 4~5명 정도가 산후관리사 케어를 이용했다면 10명 중 9~10명이 이용하게 된 것. 수요가 많으니 공급이 늘 수밖에 없다. 산후관리사가 갑자기 많이 필요해졌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공급, 즉 산후관리사 충당은 쉬울까?


산후관리사로 일해온 그동안을 돌아보면 몇 달 잠깐 일해본 후 그만두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지레짐작이지만 100% 그렇다 확신할 정도로 오랫동안 함께 일하는 관리사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함께 일하게 되었다고 인사를 나눈 후 그리 오래지 않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경우가 되풀이되곤 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 '누군가'는 채워야 한다는 것, 그래서 '어떻게'든 채워지고 있다는 것. '누군가'와 '어떻게'가 중요한데 이용자인 산모 입장에서 분별이 쉽지 않은 시스템이라 뉴스로 보도되곤 하는 신생아 학대를 재수 없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기본적인 출산축하금이 더욱 많아졌다. 출생~특정 연령의 아이가 있는 가정에 주던 지원금을 인상하기도 했다. 아기 낳고 키우는 행복을 누리는 후배님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솔직히 '(죄송하지만) 그런다고 출산율이 높아지나?'의 부정적인 생각은 여전하다.


아이를 키워내는 일만큼 소중한 일이 또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람은 거의 없다. 현재 시스템은 오래된 산후관리사 파견업체나 나처럼 오랫동안 일해온 산후관리사에 대한 '어떤 것'이 거의 없다. 있다면 이미 이용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다 보니 일정이 대체적으로 바쁘다는 것, 간혹 경력에 따른 등급에 대해 산모 측에서 좀 더 부담해 주는 정도다.


쌍둥이 출산 가정에 파견된 두명의 산후관리사 간 싸움으로 신생아 뇌진탕 사건 관련 보도 일부(포털사이트 캡쳐) 




며칠 전 '쌍둥이 집에 파견된 산후도우미 둘이 주먹질하며 싸우다 신생아가 맞아 뇌진탕'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들이 많이 태어난다. 쌍둥이 가정엔 보통 두 명이 파견된다. 아마도 경력이 더 있는 A가 자신보다 경력이 적은 B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주먹질, B가 안고 있던 아이에게 주먹질이 간' 끔찍한 상황이다.


'업체 홈페이지에는 '정부 지원 산후관리사 공식 지정 업체'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업체 대표는 "도우미 개인의 잘못"이라면서도 피해 부모에게 여러 차례 사과하고 합의금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산후도우미 업체들이 사회서비스 품질 관리 대상임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정부가 위탁한 기관에서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하지만, 이 업체처럼 3년 미만인 곳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출처:뉴시스)


관련 뉴스 한 부분이다. 시스템과 관리감독 자체가 이렇게 부실하다. 산모로서는 오래된 업체와 신생 업체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 보건복지부 누리집(홈페이지)에 아무런 구분 없이 등록되기 때문이다. 경력이 오래된 나와 사건 속 두 산후도우미와 기본적으로 받는 보수는 대체적으로 같다. 더 설명이 필요할까?


단언하건대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사건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지금의 산후관리사 양성 방법이나 파견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시급하다.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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