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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an 13. 2023

"아기 손톱만큼은 아빠가"

이런 육아 어떨까

남매를 뒀다. 첫째를 출산한 1992년 당시엔 육아용품이 다양하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그나마의 육아용품들도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아기 손톱 가위도 그랬다. 그래서 어른들 손톱깎이나 작은 눈썹 가위로 손톱을 깎아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보다 먼저 출산한 친구가 아기 손톱 가위를 써봤는데 잘 들지 않는다며 절대 사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사봤는데 역시나 시원찮았다. 그래서 다시 장만한 것이 지금도 시중에서 구입해 쓸 수 있는 쓰리세븐 손톱깎이 가장 작은 것과 눈썹 가위. 끓는 물에 소독해 쓰곤 했다.      


사정이 이랬다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런 것으로 아기 손톱을 깎는다는 것이 몸서리치도록 끔찍하다. 그런데 그때는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그 쓰리세븐 손톱깎이로 첫째 손톱을 깎아주곤 했다. 정말 겁대가리 없이.    

 

둘째 18일 차로 기억한다. 오후, 아기가 그동안과 다르게 보챘다. 도무지 알 수 없어 끌어안고 있다가 내려 놨다가로 전전긍긍하다 왼손 가운뎃손가락 한쪽, 즉 손톱 주변이 발그랗게 부풀어 올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랬다. 몇 시간 전 손톱을 깎으며 살을 찝었던 것이다.     


지지난 주말인가,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유 퀴즈 온 더 블록> 지난 방송을 보게 됐다. 배우 조정석 씨 편이었다. 그는 "아기가 너무 사랑스러워 백일까지 육아를 전담했다"며 육아 관련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20여 년 전의 나처럼 아기 손톱을 깎아주다 살을 찝고 말아 속상하고 참담했던 이야기를. 어찌나 미안하고 속상하던지 낮술까지 먹었다나!      


오래전 내가 겪은 것이기도 해 조정석 씨 이야기가 깊이 공감됐다. 마침 케어 중인 산모에게 들려줬더니 "술 마시고 싶어서 핑계 댄 것 같은데요?"라며 웃는다. 그런데 그 산모가 그처럼 말하는 것은 조정석 씨나 나처럼 아기 손톱을 깎다 살을 집어본 적이 없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난 술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조정석 씨의 술로라도 어찌해보고 싶었던 당시의 심정을 100% 이해한다.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그날이 토요일이었다는 것까지 기억할 정도로 특별한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너무나 속상했다. 볼일을 보고 돌아온 남편 얼굴을 본 순간 설움이 복받쳐 펑펑 울고 말았다. 울음을 쏟은 것으로 좀 진정되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세균감염이 일어나고 아이가 어떻게 될까 봐 노심초사, 눕지도 못하고 밤을 새웠다.     


다시는 손톱을 깎아줄 자신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아기 손톱은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손톱을 다시 깎아야 하는데 너무나 두렵고 불안했다. 도무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동안 별일 없이 깎아줬던 첫째 손톱을 깎는 것까지 두려워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날부터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아이들 손톱 깎기는 남편 몫이 되었다.



    

"오늘은 뭐 하고 놀았니?"

"누구랑 놀았어?"     


남편은 손톱을 깎는 동안 아이들에게 이처럼 묻기도 하고, 손톱에 묻어 있는 크레파스나 사인펜 같은 것들의 흔적을 보고 묻기도 했다.   

  

"오늘 그림 그렸나 보네? 무엇을 그렸을까?"

"아빠가 알아맞혀 볼까? 하늘을 그렸네? 아빠도 그림 보고 싶은데?"     

이렇게.     


남편의 질문에 아이들은 대답한다고 재잘재잘. 남편의 아이들 손발톱 깎기는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까지 계속되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도 계속되었다.      


남편과 아이들은 친밀한 편이다. 어떤 벽도 느껴지지 않는다. 남편과 서른 살 갓 넘은 아들은 서로 비벼대며 장난치기도 한다. 술을 즐기는 편인 남편은 가끔 엉뚱한 짓을 벌이기도 해 나를 속상하게 하는데, 그럴 때 아이들 입에선 "ㅎㅎ 아빠가 귀엽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나는 속상해 죽겠는데 꿀 떨어진다는 표현이 그리 과하지 않다고 할 정도로 그런 아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반응에 더 이상의 화를 낼 수 있을까.

     

아이 둘 다 무난하게 자랐다. 대견할 때가 많다. 세상을 살아가자면 어쩔 수 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난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포기나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고 약이 되도록 아주 조금 고민하거나 감수하며 다시 시작하곤 하는 아이들을 느끼곤 한다.      


생각하곤 한다. 손톱을 깎아주며 손이나 손톱을 보게 되고, 손톱 혹은 손에 남아 있는 흔적 같은 것을 보며 관심 가지게 되고, 물어보게 되고, 대답하게 되고, 다른 이야기도 하게 되고 그렇게 남편과 아이들이 제대로의 소통을 했기 때문이라고. 그런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스며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아이들이 자라던 때 남편은 자영업자였다. 연이어 일어난 악재로 힘겨운 시절을 지나기도 했다. 그래서 경황없고 고달프던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아이들 손발톱만큼은 잘라줘야 한다며 시간 내곤 했던 남편의 책임감 그 덕분이라고. 


산모들에게 집 사정이나 내 아이들 이야기는 가급 하지 않기다. 그래도 우연히 시작되었으나 결과적으로 가족 관계 형성에 좋은 역할이 된 아빠의 아이들 손톱 깎기 이야기를 들려주며 권하곤 한다. 대개 아기가 태어난 후 한동안 관심을 많이 두지만 점차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먹고 살자니 어쩔 수 없다지만 아빠로선 아이들이 자라나는 고 예쁜 순간들과 더욱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손발톱만큼은 아빠가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든 시간 내어 깎아주겠다는 약속 같은 것을 하게되면 그나마 그래도 관심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 그래서 권하곤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손발톱을 스스로 깎을 수 있을 만큼 자랄 때까지 남편이 전담해 깎아주도록 해보세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아기 손은 늦어도 한 달 무렵에는 내놓는 것이 좋다. 소근육이나 감각, 뇌 발달 등에 도움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손톱도 깎아줘야 한다. 그런데 아기 손톱은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백일 무렵'까진 육아로 정신없다. 매일 같은 날이 되풀이된다. 와중 며칠이 훌쩍 지나버린다. 손톱 깎는 것을 놓쳐 얼굴을 긁어 상처가 나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니 가급이면 매일 시간을 정해 습관적으로 관찰 관리하는 것이 좋다.  
아기 손가락 끝을 엄마 살에 직접 닿게 해본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날카로운 것이 느껴지면 깎아준다. 손톱 가위를 쥐지 않은 손 엄지로 아기 손톱 바로 아랫부분을 지그시 눌러 깎아야 할 손톱이 도드라지게 해 놓고 자르면 훨씬 쉽다.
아기 손톱을 깎아야겠다고 말하면 손톱깎이만 가지고 와 주변에 버려가며 깎는 사람들도 있던데, 깎은 손톱이 아기 옷이나 싸개에 붙었다가 아기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니 반드시 깎은 손톱을 받을 거즈 수건이나 키친타월 등을 가까운 곳에 펼쳐놓고 깎은 것이 제대로 놓아지는지를 확인, 모아 버리는 습관을 들인다. 아기 손톱은 작고 얆아서 잘 안 보인다. 핸드폰을 꺼 화면이 까맣게 해 손톱을 모으면 훨씬 잘 보여서 좋은 것 같다.

최근 몇년 전부터 전동드리머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잘 쓰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가끔 아기 손톱 깎아 주기를 원하는 산모가 있다. 그런데 산후관리사가 깎아주지 말도록 공지되어 있다. 산후관리사들 대부분 나이가 많다. 아기 손톱은 워낙 작고 얇다. 그렇다보니 여간 신경써서 깎아야 한다. 그런데 신경 쓰고 조심해도 한순간 살을 찝게 된다. 숙련되었어도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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