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관리사는 복불복? 우선 써본 후 괜찮은 산후관리사 같으면 서비스 기간 연장? 글쎄요, 아마도 쉽지 않을 거예요!
얼마 전 한 브런치 독자가 올 4월에 쌍둥이 출산예정이라며 산후관리사 서비스 관련 마땅한 조언을 요청했다. 그에게 산후관리사 파견업체 실태를 파악하는데 도움 될 글과, 하루라도 빨리 예약할 것, 산후관리사 예약 시 염두에 둬야 할 것 등을 메일로 전달했다. 메일을 쓰며 생각난 것이다.
2016년 6월 2주(10일) 케어한 산모로 기억한다. 지금처럼 바우처 지원 대상 폭이 넓지 않아 자기 비용으로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때였다. 산후관리사 파견업체 누리집(홈페이지)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1주부터, 1주 단위로 이용요금이 명시되어 있다. 그래도 대부분 한 달, 즉 4주(20일) 정도를 예약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아마도 2주 후 친정으로 가나?' 정도로 생각했다.
서비스 5일째로 기억한다. 그 산모가 2주 케어연장을 원했다. 그런데 뜻대로 해줄 수 없었다. 그 산모 케어 후 다른 산모가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일정 때문에 해주지 못하지만 사무실에 연락해 다른 관리사라도 케어해 줄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했더니 "다음 산모 케어를 다른 관리사로 바꾸고 자신을 해주면 안 되겠는가?" 반문했다. 결론은? 연장해주지 못했다.
뜻대로 연장해주지 못함을 알게 된 순간 쏟았던 그 산모의 눈물은 지금도 생각난다. 그 산모처럼 연장을 원하지만 해주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래도 그 산모처럼 눈앞에서 눈물을 쏟는 산모는 없었던지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안 됐기도 해 한동안 개운하지 못한 심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첫아기는 아기를 안는 것부터 익숙하지 않고 모르는 것이 많다 보니 2주로는 부족할 것인데 2주만 예약하셨길래 친정으로 가시나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아예 4주로 예약하지 왜 2주만 예약했을까요?"
그 산모에게 이처럼 물었더니 대답했다.
"(나보다 먼저 아기를 낳은) 친구가 산후관리사는 복불복이다. 운이 좋으면 좋은 관리사 만나고, 재수 없으면 나쁜 관리사 만난다. 만나기 전에 알 수 없다. 그러니 2주만 우선 예약한 후 오신 분이 괜찮으면 연장하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도 그랬다고..."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의외의 대답이었다.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흔한 말로 '간 본 후 선택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형편없는 관리사들도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업체에 전화해 누군가를 추천받는 것이 복불복이긴 하지...' 이런 생각과 함께 산모들 입장이 이해되기도 했다. 지금도 이해는 되고 말이다.
'이용해 본 후 괜찮은 분 같으면 연장하겠다?'가 산모 입장에서는 어쩌면 안전한 선택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이런 조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 혹은 '이런 마음으로 산후관리사 서비스 이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의 피해(?)는 산모 몫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잇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 일정을 공개하면) 10월부터 12월 첫째 주까지 6주 케어한 산모는 5월에 예약한 산모였다. 다음 주 월요일 즉 16일부터 케어 시작할 산모는 9월에, 이후 케어 예정인 2월 17일 출산예정 산모는 10월 초에 예약한 산모였다. 이중 두 산모는 첫째 때 해준 산모이고, 나머지 산모는 내게 케어를 받은 산모가 추천해 케어를 예약한 경우다.
음~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오픈했는데)이처럼 경력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만족도가 높은(자화자찬이 되었네요 ^^;;) 산후관리사들은 몇 달 후 일정까지 예약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내가 아는 누군가나 혹은 주변사람이, 혹은 내가 케어하게 될 누군가가 임신 진단 혹은 임신 중, 혹은 산후관리사 예약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하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어느 순간 '이모님, 저 둘째 갖었어요. 출산예정일은 언제예요!'가, '아무개가 추천했는데 가능하세요?'가 날아든다. 어떤 방법으로든 나를 지정한 산모라면 어떤 경우든 해줘야 한다. 개인적인 일정을 접고서라도 말이다. 이렇다 보니 몇 박 며칠의 여행 계획이 있거나 빠질 수 없는 집안 행사가 있는 경우 '언제쯤 어찌어찌해 일을 하지 못한다'라고 사무실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연장을 원해도, 연장해주고 싶어도 다음 산모가 나를 지정한 경우라면 연장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혹은 사무실(소속된 산후관리사 파견업체)에서 일정이 잡혔다는 연락이 온다. 사무실의 경우 예약되어 있는 일정 사이에 끼워 넣는 식으로 일정을 잡는다. 이렇다 보니 막상 연장을 원해도 쉽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기간을 정해 예약하면 어떻까? 서비스를 원하는 그만큼 일정이 비어있는 산후관리사를 매칭할 것이다. 그리고 믿을만한 산후관리사 파견업체라면 어떤 경우든 약속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말이다(들리는 소문에 일부 산후관리사 파견업체가 일단 예약을 받은 후 서비스 날짜에 맞는 산후관리사가 없을 경우 어떤 이유를 제시하며 며칠 늦춰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일정이 남았는데 자르기도 한다더라. 최근 코로나 확진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더라)
물론 모든 산후관리사가 이렇진 않다. 산후조리원에서 예약해도 될 정도로 언제든 예약할 수 있는 산후관리사 파견업체도 많다. 연장을 원하면 다음 산모를 다른 관리사와 매칭, 연장해주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4주 예약해 갔다가 1년으로 연장 케어해주기도 했고, 두 달 연장, 백일 연장을 수없이 해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다음 일정 때문에 연장을 못해준 산모 또한 많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이야기하면 이해가 될까?
'저도 쌍둥이를 케어해 준 적 있는데 힘들더라고요. 주변에 도와주실 어른이 있어도 최소한 백일까진 케어를 함께 해주실 산후관리사가 필요하겠다 싶더라고요. 00님은 어떨까요? 주변에 도와주실 어른이 마땅하지 않다는 부분을 읽었는데,언제까지 산후관리사 도움을 받을 것인가?를 아예 처음부터 정하신 후 그 기간을 명시해 예약하실 것을 권합니다.음~~~~ 산후관리사 파견업체의 경우 백일까지 연장을 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어요. 두 달쯤 되면 아기들 몸무게가 꽤 나가서 그만큼 힘들거든요.' -4월 쌍둥이 출산 예정 산모에게 보낸 메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