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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Jan 23. 2023

산후관리사 후기, 얼마든지 조작

산후관리사 선택 시 알아야 할 것 ②이용 후기, 무조건적으로 믿지 마라

"이렇게 늦은 일차(39일째)에 만나는 아기는 처음이에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해주시던 관리사님 남편이 확진받았다고, 밀접접촉자라고 연락 왔어요"


"4일 해주셨다면서요? 그렇다고 해도 도무지 산이 안 되는데요? 혹시 산후조리원에 3주 있었어요?"

"아니 2주요. 관리사님 일정이 안된다고 며칠 기다려 달라고... 그래서 일주일 지난 후 오기 시작했는데, 4일 해주시고 밤에 사무실서 연락 왔어요. 관리사님 남편이 확진이라고. 자기네는 관리사들이 모두 일정이 있어서 대체가 되지 않으니 다른 업체 알아보라고"


지난해(2022년) 추석 연휴 이틀 전 사무실서 급하게 부탁부탁으로 갑자기, 예정 없이 만나게 된 산모였다.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묻는 것들이 있다. 오늘이 며칠차인가. 모유를 먹나 분유를 먹나? 그렇다면 몇 시간 간격으로 얼만큼씩 먹는가? 산후조리원에서 혹은 산후조리원 퇴실 후 힘든 일은 없었는가? 등 아기 케어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첫날 39일 차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추석 연휴까지 감안해도 대략 1주일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며칠 후 물어보니 이처럼 대답한다. 산모님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으나 '관리사님 일정이 안된다고 며칠 기다려 달라고... 그래서 일주일 지난 후 오기 시작했는데' 이 부분에서 황당했다.


'산후조리+신생아 돌보기=산후관리'는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하다. 즉, 오늘보다 어제가 더욱 중요했다. 오늘보다 어제 회복이 덜되었었고 아기도 오늘보다 어제 더 미숙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산모들은 아기와 단둘이 있는 것 자체를 불안해한다. 둘째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첫째 때보다 불안함이 적긴 하겠지만 조리원 2주 살이 후 부부가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돌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이런지라 관리사 일정이 안된다는 이유로 이미 예약한 산모에게 며칠 후부터 케어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상적이며, 양심적인 산후관리사 파견업체라면 말이다.


이제와 말하자면, 사실 그래서 추측만으로 학신했다. '일단 예약받아놓고 관리사 일정이 안되니 며칠 쉬는 관리사보고 일단 메꾸게 한 후 코로나 핑계 대고 빠진 것 아냐?' 이렇게 말이다. 산모 입장에서 기분 나쁠 일이라, 그리고 산모에게 듣기만 했기 때문에 물론 전혀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만.



"이런 것(계약서와 영수증, 기록지) 전혀 없었는데요? 원래 이런 것 있는 거예요?"

"그럼요. 당연하죠. 보건복지부로 들어가는 기록이거든요. 왜 없을까요? 정상적인 업체라면 있어야 하는데? 그럼 바우처 4일간은 누가 사인했을까요? (업체가 궁금해서) 계약서 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계약서요? 없는데요!"

"계약서가 없다고요? 아니 이렇게 중요한 일에? 그럼 어떻게 계약했어요? 첫째 때 해보셨으면 알 텐데"


"인터넷에 양식이 있거든요. 거기에, 항목에 쓰게 되어있더라고요. 첫째 땐 친정에서 해서 산후관리사를 안 썼거든요. 그래서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네. 10년 전에도 우린 이렇게 계약서를 썼거든요. 갑자기 연락해 와서 지금 하지 아마 출산 전 미리 예약했다면 일 들어가기 전에 계약서부터 만났을 거예요. 그런데 그 업체는 어떻게 알게 된 곳이에요?"


"인터넷에 '00시(지역 이름) 산후관리사' 넣고 검색해서요. 후기도 많고 평도 좋아 안심되었거든요."


하지만 케어 삼일째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들고 방문했고, 그 후 보다 많은 이야길 나눈 후 내 추측이 맞을 것이다 90% 가까이 확신하게 됐다. 정말이지 허술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하간 산모에게 말해줬다.


"그런데 후기를 어떻게 믿어요?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후기잖아요. 검증할 방법도 없고. 0000 같은 맘카페도 마찬가지예요. 가임기 여성만으로 가입 조건을 걸어놨지만 우리 나이 되면 결혼할 나이의 딸도 있고 조카도 있잖아요. 얼마든지 가입할 수 있는 거잖아요. 우리들은 알죠. 저거 업체 사장이 쓴 거다. 케어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쓴 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딸이나 조카 주민 넣고 가입해 쓴다는 업체 사장님들 이야기 우리 사이에 꽤나 나돌았답니다.


후기 가끔 읽어보거든요. 그런데 후기 몇 개 읽어보면 정말 너무 뻥치던데요. 심지어 신생아 케어하며 모든 집안일에 첫째 숙제까지 봐줘서 감동이라는 후기까지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상적으로 가능할 것 같아요? 우리가 일 끝나고 간 후 100일까지 정신없는 산모들이 대부분일 텐데 그렇게 적나라하게 쓸 산모가 얼마나 될까? 그런 생각도 들던데. 물론 저도 2주밖에 못해준 산모님이 엄청 자세하게, 그리고 길게 써줘서 고맙 더리 고요. 정말 고마웠나 보다. 그런 생각도 들고. 순수하게 그런 분들이 있긴 있겠죠. 그런데 산모들 상황을 보면 정작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산모님 판단에 맡깁니다"


이처럼 말이다. 가끔은 "그런데 '00아이'는 왜 이용후기가 없어요?"라고 묻는 산모가 있다. 그래서 대략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그리고 덧붙이기도 한다.


"그 대신 우리 '00아이'는 추천이 많아요. 추천이 많아 일할만큼 되는데 그렇게 양심 파는 일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도리어 친구가 추천해 줬는데 맘 카페에서 후기를 본 적이 없어서 믿고 선택했다는 분들도 있던데요"


실제로 그렇다. 더러는 후기가 없어서 선택했다는 산모를 만나기도 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최근 몇 달 전부터 고민이 생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산후관리사를 만날 수 있을까?  그 대답이라고 해봤자 '이미 이용해 본 사람에게 추천받는 것이 가장 좋다' 밖에 별다른 답이 떠오르지 않아서다.





-육아 관련 용품이나 이용권, 할인권 등을 대가로 후기를 유도하는 산후관리사 파견업체도 있다.

-인터뷰 같지만 홍보가 목적인 글도 있다. 브런치에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한 업체 이름이 들어간 경우 100% 홍보를 위해서다. 후기도 마찬가지다.

-산후관리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정해진 시간에 '아기를 돌보면서 해줘야'이기 때문이다. 매우 숙련된 산후관리사일지라도 그렇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용후기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장문의 이용 후기를 쓸 수 있는 산모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그야말로 정신없는 나날 그 연속이기 때문이다.

-정부지원업체 또는 정부인증업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마라. 대부분의 산후관리사 파견업체가 정부지원업체 또는 정부인증업체이기 때문이다.
-첫 방문 날 기본교육 수료증. 보수교육 수료증. 1년 마다 갱신 건강진단서(보건증). 인적사항(주민등록등본 사본). 정신건강 검진 진단 결과서. 보험가입서. 관련 예방접종서. 산후관리사 업무 관련 여러 장의 안내문 등이 들어간 파일을 지참, 파악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정상적인 업체라면 바우처 제공 기간에 산모와 신생아 일상을 항목별로 매일 체크 기록, 산모 서명 후 보건복지부 제출 기록지가 있다.

-산후관리사 파견업체가 이용자간 계약서와 영수증 각각 2부씩 준비, 서명 후 각각 1부씩 나눠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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