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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여니맘 Dec 06. 2022

'물로만 아기목욕', 어떨까요?

태열②-태열이 걱정된다면...

"그냥 물로만 씻겨 주세요!"     


이렇게 주문한 산모가 있었다. 산모 요구대로 물로만 씻겼다. 오래전부터 바라오던 것이라 반가웠다.   

   

한때 딸은 "우리 엄마가 또 한 첨가물 하시지!", 이렇게 말하며 씽긋 웃곤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식품첨가물이랄지, GMO나 트렌스지방, 플라스틱의 폐해 등 우리 생활 속 유해 물질에 대한 관심이 많다. 시작은 "뭣이 좋고 나쁜지를 엄마가 제대로 알아야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였다.   

   

여하간 이렇다 보니 관련 책이나 글이 보이면 읽곤 했다. 어떤 책인지 뚜렷한 기억은 없는데, '원래 인간은 생후 6개월 무렵까지는 전혀 씻지 않고도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항균력이 있는 피부로 태어난다….'와 같은 부분을 읽은 적이 있다.      


산후관리사란 존재 자체를 모르던 시절에 읽었던 이 내용이 산후관리사로 아기 목욕을 시키며 불쑥 떠올랐고, '그렇다면 세정제는 가급 늦게 쓰는 것이 아기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전혀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어른들도 잦은 목욕이나 세정제의 특별한 성분 때문에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트러블이 일어난다니 말이다. 게다가 외출이라면 병원 진료나 예방접종 때문에 어쩌다 한번,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는 아기들 아닌가. 오염원이 거의 없는 아기들인 것이다.  


2022년 우리집 첫눈(12월 3일 오전)

   

산후관리사를 해오면서 종종 느끼곤 하는 것은 아기와 어른들은 신체적 조건이 완전히 다르건만 아기를 어른 사정과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목욕도 마찬가지, 매일 씻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정제는 반드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샴푸 따로 바스 따로 갖춰 놓고 구분해 써달라고 하는 산모까지 있다. 우리 어른들이 그러니 아기 역시 그래야 한다고 자연스레 생각하는 것 같다.      

여하간 어른이건 어린아이건 잦은 목욕이나 지나친 세정제 사용이 피부를 건조하게 하거나 망가뜨리는 이유라고 생각, 백일 무렵까진 가급 세정제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었다.     


모든 아기가 다 그렇다는 아니지만, 아기를 안고 있다 보면 머리에서 그리 상쾌하지 못한 냄새가(발꼬랑내라고 표현하는 산모들이 많다) 나기 시작하는 시점이 있다. 동시에 머리에 기름기가 돈다. 머리를 감지 않아 번들거리거나 할 때 '기름졌다' 혹은 '떡졌다'고 표현한다. 딱 그 말이 생각날 정도로 기름기가 눈에 띄게 많이 느껴지는 아기도 있다. 대략 한 달 반~두 달 무렵 아기에게서 자주 보인다.  

        

"아기 머리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피지 분비샘이 발달하기 시작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어요. 2016년 2월, 태열이 너무 심해 병원에 갔는데 그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피지준비도 중요하지만 먹고 싸는 것만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지간한 것들이 발달한 후인 한 달 반쯤부터 피지 분비샘이 발달하기 시작, 그래서 냄새가 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조만간 땀도 아주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할 거예요." (나)

   

이렇게 알고 있다. 여하간 물로만 씻기다 이처럼 머리에 기름이 돈다거나 냄새가 나면 2~3일에 한 번 혹은 매일 약간의 바스(콩알만큼 짜서)로 머리만 감긴다. 그 아기도 그랬다. 50일 무렵 안고 있자니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에 아기 상황을 이야기하며 머리만 약간의 바스로 씻기는 것이 어떨까? 물었다. 그래도 그 산모는 물로만 씻겨달라고 했다. 그런 산모에게 물로만 씻겨달라는 특별한 이유를 물었더니.     


"첫째가 아토피가 너무 심했어요. 돌 지나서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그래서 정말 많이 알아봤는데 누가 바스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산후조리원 알아볼 때 물로만 목욕시켜줄 수 있는가? 물었고 그렇게 꼭 해주겠다는 약속 받고 갔어요. 다행히 그 산후조리원 원장님도 물로만 씻기는 것이 태열 방지에 도움 된다 쪽이라더라고요."(산모)

   

105일 차에 일을 마무리했다. 헤어지는 날까지 아기 얼굴엔 좁쌀만 한 것 하나 돋지 않았다. 심지어는 보습이란 것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물론 물로만 씻겼기 때문에 태열이 돋지 않았다고 100% 장담할 순 없겠다. 그런데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목욕시킬 때마다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혀 느껴본 적 없는 그런 피부였기 때문이다. 촉촉하지만 수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런. 미끈하지만 유분감도 전혀 없는 그런? 만지는 것만으로 마음 편해지는 그 피부를 어찌 표현하면 맞을까.    

   

이게 아기 피부구나! 싶었다. 아기 피부가 이래야지. 우리 딸도 이다음에 아기를 낳으면 이렇게 하게 해야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어제도 며칠 전에도 그 며칠 전에도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곤 했다.      


"물로만 씻겨달라고 선택한 것 정말 잘한 거예요!"     


"물로만 씻겼으면 싶다가도 조리원에서부터 이미 바스를 썼기 때문에 고민스러울 때도 많은데…. 정말 잘하셨네요."  (나)   


2022년 우리집 첫눈(12월 3일 오전)


앞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부분 아기에게서 태열이 발견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아이들을 키우며 태열 때문에 신경 쓴 기억이 전혀 없어 언니와 동생, 그리고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글쎄? 별 기억이 없는데"다. 태열로 고생하거나 신경 썼는데도 기억이 없을까? 혹은 지레짐작,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아마도 공기도 오염되고 그래서일 수도 있지만 세정제 때문에 피부가 손상되어서일 수도 있겠다.'     


백일 무렵까지만이라도 물로만 씻겼으면 좋겠다. 내 딸이 아기를 낳으면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는 순간순간이 긴장되는 모험이다. 아마도 그렇다. 큰 욕조에서 몸을 씻긴 후 작은 욕조로 옮기는 순간 주먹을 꼭 쥐거나, 울거나 하는 아기들이 많은 것을 보면 목욕도 아기들에게는 대단한 사건인 것이다.    

  

큰 신생아 욕조 1개와 작은 대야 1개, 이렇게 2개로 씻긴다. 3개로 하는 관리사도 있는데, 그처럼 "여러 개로 하면 훨씬 전문적으로 보이기 때문인지 좋아하거나 신뢰하는 산모들이 많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보수교육 중에도 비슷하게 말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1개 혹은 2개로 목욕을 진행한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물로만 씻기는 아기는 1개, 바스나 비누를 쓰는 경우는 2개로 한다.      


그 아기는? 물로만 씻기니 1개로 했다. 움직였다면 등을 닦아 주고자 돌린 정도만 했다.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날은 목욕하는 그 짧은 와중에 잠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안심되고 편안해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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