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바쁠 땐 브런치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래도 매일 보는 곳이 있다. 내 브런치에 몇사람이 왔으며, 어떤 글을 많이 읽었을까, 어떤 경로로 왔을까 등을 알 수 있는 '통계'를 눌렀을 때 보여지는 화면이다. 그 화면에서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유입 키워드'이다. 누군가 내게 필요한 것을 검색창에 넣고 클릭해서 왔을 그 몇 글자 말이다. 지레짐작, 검색까지 할 정도면 가장 필요한 정보여서다. 그래서 유입 키워드로 이어본다.
딸 산후 돌보기 언제까지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없다. '내 딸 사정에 맞춰 해주면' 되겠다. 저마다 지향하는 삶, 삶의 방식이나 입장, 사정 등이 다르니 말이다.
솔직히, 며칠 전 브런치 유입 경로에서 이 키워드를 보는 순간 딱히 뭐라 설명 못할 그런 애매함으로 잠시 멍해졌었다. 사정에 따라 해 주면 될 것을 뭐 이런 것까지? 싶었다. 그런데 바로 '아하, 딸 산후조리를 물어볼 정도면 삼칠일 정도를 산후조리기간으로 알고 있는 나이겠구나. 그래서 요즘 산후조리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궁금해 검색했던 것이고'의 생각이 들었다.
90년대에 3년 터울로 두 아이를 낳았다. 당시 보편적인 산후조리 기간은 '삼칠일(세이레)'이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내 친구들도, 친정 자매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삼칠일 후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렇다보니 명절을 앞두고 한 달 밖에 안된 아기를 업고 기차를 타고 지방에 있는 시댁에 가는 사람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말이다.
이랬던지라 아마도 지금도 산후조리기간을 삼칠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지 않을까? 의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들도 잊을만하면 마주한다. 갑자기 SOS~! 일정(갑자기 요청하는 경우)이 잡혀 달려가 보면, "조리원에서 2주 지내고 이삼일만 지나면 삼칠일이 되잖아요.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도 아주 드물지는 않다.
언젠가 '삼칠일이 되면 아기가 어떻다' 식으로 삼칠일을 나름 의미한 글을 본 적 있다. 그런데흘려 읽었다. 솔직히 신빙성이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과거 금줄이란걸 치던 기간이기도 하다. 여하간 옛날 사람들에게야 어땠든, 오늘날 산후조리와 전혀 상관없어 흘려버린 것이다.
더욱이 과거 삼칠일 동안 몸조리를 할 수 있었던 여성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아마도 양반가에서나 가능하지 않았을까? 여하간 삼칠일 동안 산후조리 기간이란걸 알고자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70~80년대 전형적인 농촌에서 자랐다. 내가 자랄 때에도 출산 삼일 만에 혹은 일주일 만에 들로 나가는 동네 아줌마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여하간 삼칠일 산후조리 관습은 현대 산후조리와 상관없다.
현대 산욕기, 즉 산후조리기간은 '~6주까지' 혹은 '~8주까지'다. 이렇게 정한 이유는 임신과 출산으로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변화를 겪은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배가 불러짐에 따라 장기들이 더욱 영향을 받게 된다. 커진 자궁 때문에 밀리거나 눌리는데, 그로 기능도 약해진다. 그래서 임신 후기로 갈수록 조금만 먹어도 속이 답답하다. 소변도 자주 보게 된다. 자주 체하거나 설사도 흔해진다. 동시에 호르몬 분비도 달라진다. 출산으로 '뼈가 벌어진다'와 같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이처럼 큰 변화를 겪은 몸이 이 시기까지 '어느 정도' 회복된다.
8주는 모유 분비와도 관련 있다. 출산 후 2주 혹은 3주 이렇게 지났는데도 젖이 많지 않으면 내 젖은 부족한가 보다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두 번의 기회를 더 준다. 출산 한 달 무렵에 한번, 두 달 무렵에 또 한 번 젖이 많이 느는 시기가 온다. 말하자면 그동안 젖이 많지 않았다고 해도 꾸준히 노력하면 두 달 무렵(8주)에 늘어 모유만으로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대부분 한 달 혹은 한 달 반 무렵 오로가 끝난다. 하지만 두 달까지 오로가 있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인 산욕기, 즉 산후조리기간은 이렇다. 그런데 이는 건강한 산모의 경우다. 특별한 병력이 있거나 노산이라면 회복이 보다 늦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 정확한 산후조리기간은 기본적으로 6주~8주까지로 정했지만 이는 그야말로 기본적인 것이고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른 것이다.
게다가 앞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는'이라고 '와 '로 강조한 것처럼 100% 회복이 아닌 일상생활을 무난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는 정도다. 그런 만큼 산욕기가 지난 후일지라도 무거운 것을 들거나, 집안 행사로 온종일 내내 신경 써야 하거나, 오랜 시간 차를 타고 가는 등처럼 몸에 무리가 되는 일은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백일까지 도와줄 여력이 된다면 육아를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이다. 대부분의 아기들이 백일 정도 되어야 엄마가 아쉬운 대로 한숨 돌릴 수 있도록 성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산모 집을 방문하는 부모님들이 좀 줄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부모들을 접하게 된다. 어쩔 수없이 부모 자식 간 오가는 감정을 목격하기도 한다. 종종 '이건 아닌데'의 경우를 보기도 한다. '내 자식의 아기를 내 자식인양 착각이라도 하는 것처럼 육아를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혹은 좌지우지하려 들거나', '필요 이상의 신경을 쓰거나 혹은 필요 이상의 물건이나 음식을 나르거나'도 이건 아닌데이다.
그분들은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랑도 지나치면 경우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실제로 부모의 지나친 관심이나 육아 개입으로 신경전을 벌이거나, 좋았던 사이가 껄끄러워지는 경우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보곤 한다. 그래서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관련, 조언하곤 한다.
"부모가 되었으니 이제는 정말 어른이 된 거네. 그럼 이젠 정말 제대로 존중해줘야겠지?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애 키우기 힘드니 여력이 된다면 도와주는 것 맞지. 그런데 너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해주려고는 하지 말아. 해주면 해준 그만큼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 자식 간이잖아. 도와주는 그만큼 아기 키우는 맛이나 재미는 모르게 되는 것이고. 내 자식이 아이 키우는 재미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 한 아이 부모로 용감하게 그리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부모로서 내 자식에게 해줘야 하는 당연한 의무이자 마지막 단계 사랑이라고 생각해. 내 자식, 남의 자식을 떠나 우리와 같은 기성세대들의 당연한 의무이고"
덧붙이면, 옛날의 산후조리방법과 육아를 고집하는 어른들이 여전히 많다. 시대에 따라 육아와 산후조리가 다른 것은 그동안 미처 밝혀지지 않았던 것들이 밝혀지거나 혹은 잘못 알려진 것들이 제대로 밝혀지거나, 그리고 생활 환경이나 생활 방식, 사회적 기대나 요구 등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딸이나 며느리 산후조리를 위해 여러 날 머물며 해주는 분들도 있고 수시로 오가는 분들도 있다. 주말마다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산모 회복에 최대한 중점을 둔다. 육아는 절대 주도하지 않는다. 부부가 알아서 하도록 하면서 도와주는 정도로만 개입한다. 부부끼리 육아를 해야만 할 때 절대 당황하지 않도록을 염두에 두고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