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입키워드는 정확하게 무엇이 궁금한 것인지 추측이 어려운 질문이다. 아마도 '여러 가지 젖병을 혼합해 써도 괜찮을까?'와 '한 젖병에 다른 브랜드 젖꼭지를 끼워 써도(호환) 될까?'이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
출산 직후부터 젖양이 어느 정도라도 되는 산모는 그다지 많지 않다. 분유로 보충하면서 어느 정도 노력해야만 아쉬운 대로 먹일 정도는 되는 산모들이 더 많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대부분 분유병 몇 개는 준비할 수밖에 없다. 아니 대부분의 산모가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이미 젖병을 이용한 수유를 해 단 몇 개라도 가지고 있다.
"친구가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이라고 줬어요!"
"어떤 것을 좋아할지 몰라(혹은 어떤 것이 좋은지 몰라) 몇 가지 사봤어요!"
같은 브랜드의 젖병과 젖꼭지로 통일해 준비한 경우도 있지만 여러 브랜드, 심지어 모양은 물론 크기까지 다른 젖병들과 젖꼭지들이 섞여 있는 것이 보여 이야기하다 보면 이처럼 대답하는 사람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런데 가급이면 한 가지로 통일해서 쓸 것을 권하고 싶다. 혼합 수유(엄마 젖을 직접 빨아먹는 방법으로 먹는 것과 젖병으로 먹는 것)를 하는 아기에게서 종종 둘을 혼동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젖병만으로 먹는 아기들에게서도 이런 혼동이 보인다.
특정 젖병으로 먹을 때면 급하게 빨아보다가 멈칫하다 물고 있거나, 특정 젖병으로만 먹이면 먹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혹은 울거나. 그리고 벌컥벌컥 먹거나 사례가 자주 들리는 등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게 먹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여러 가지 젖병으로 먹을 때 더욱 자주 보인다. 같은 종류 젖병과 젖꼭지로 먹는 아기들에게선 잘 보이지 않는다.
크기가 비슷한 젖꼭지라 상관없을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크기도 다르고 두께도 다르다. 아마도 빨았을 때 나오는 양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혼동할 수밖에 없다. 아기가 엄마 젖을 직접 빨아먹는 방법과 젖병젖꼭지, 즉 인공젖꼭지를 빨아먹는 방법은 다르다. 본능적으로 터득한다. 인공젖꼭지도 마찬가지, 저마다 다른 젖꼭지마다 달리 빨아야 한다. 혼란스럽고 힘든 것은 당연하겠다.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을 버리기 아깝긴 하다. 챙겨주는 마음이 고맙기도 하다. 아기를 키우자면 이런저런 육아용품들이 많이 들어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 그러니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 쓰지 않은 것은 나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한 가지로 통일해 쓰면 아기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브랜드가 달라도 끼워쓸 수 있는 경우, 즉 호환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호환을 허용하지 않는 젖병도 있다. 그렇다면 그 젖병에 그 젖꼭지만 끼워 써야만 한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것이 있다면 더욱 신경 써서 끼워 쓸 수밖에 없다. 신경 쓰이고 번거로울 수밖에 없겠다. 통일해서 쓰면 아기를 돌보는데도 도움 된다는 결론은 당연한 것이다.
무엇이 좋을까? 선택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젖병 브랜드가 많다. 젖꼭지의 크기도 약간씩 다른데, 그래도 크게 세 가지 크기로 구분된다.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아주 작은 젖꼭지(A)와 이후 사용하는 조금 더 큰 젖꼭지(B), 그리고 빠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지만 나머지 부분이 넓은 젖꼭지(C) 이렇게.
이중 가장 많이 쓰는 것은 B로 브랜드 상관없이 호환이 쉽다. 젖병과같은 브랜드의 젖꼭지를 끼워 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젖병과 젖꼭지 브랜드가 달라도 끼워 쓸 수 있다. 그런데 C의 경우는 아마도 호환해서 쓰지 못한다. 젖꼭지를 끼우는 틀이 사각이거나, 원형이어도 틀이 훨씬 크거나 등 그 젖병 브랜드만의 고유한 크기와 모양인 경우가 대부분 이어서다.
태어난 직후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젖꼭지(왼쪽)과 태어난 직후부터 젖병 수유 내내 쓸 수 있는 젖꼭지.
그렇다면 A는? 갓 태어나 빠는 힘이 약한 아기용으로 그야말로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쓰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이미 20일 차에 가까운데 쓰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들에게 아직도 쓰는 이유를 물으면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쓴 것이라 믿음이 가서, 아기에게 익숙한 것이 좋겠거니 지레짐작, 그래서 여러 개 추가구매했다는 사람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나곤 한다.
그런데 이 젖꼭지는 가급 빨리 이별해야 한다. 아기가 빠는 족족 나온다. 그렇다 보니 몇 번 빨지 않아 젖꼭지가 들러붙는다. 게다가 사레들리기 십상이다. 역류와 배앓이 가능성도 많아진다. 태어난 직후 빠는 힘이 약했던 아기도 며칠 자라면 빠는 힘이 훨씬 세져 조금 빨아도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뻐서요!"
"조리원에서 이걸 썼거든요. 그래서 부족할 것 같아 몇 개 더 구입했어요"
"이유식 용기로도 쓸 수 있는 젖병이래요!"
"ㅇㅇㅇ(연예인)이 쓰는 젖병이잖아요!"
그렇다면 어떤 젖병이 좋을까? 첫 출산일수록 갖춰놓은 젖병이 '그다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필 이 젖병을 선택한 이유? 동기? 그런 것들을 물어보면 이처럼 대답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소한 이런 이유만으로 내 아기가 먹을 젖병은 선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젖병 고를 때 무엇에 신경 써야 할까?
①관리와 사용이 번거롭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아기 울음은 마음을 급하게 한다. 배가 고파 울 때는 더욱 조급해진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서두르게 된다. 그러면서 원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분유를 흘리거나, 넘어 뜨려 다시 타야 하거나, 제대로 잠그지 못해 물리는 순간 흘러나오거나. 한밤중 비몽사몽 간 먹여야 하기도 한다. 급한 마음에 아기를 안고 준비하기도 한다. 외출 중 먹여야 할 때도 있다.
젖병 중엔 결합이나 해체가 유독 번거로운 것이 있다. 힘줘 빼야 하는 것도 있다. 제대로 잠갔다고 생각했는데 여차하면 제대로 잠가지지 않아 걸핏하면 흘리게 하는 젖병도 있다. 대부분 젖병과 젖꼭지, 후드, 캡 이렇게 4가지 정도로 구성되었다. 이와는 달리 보다 많은 구성품으로 된 젖병도 있다. 구성품이 많은 경우 사용은 물론 관리가 힘들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면 되겠다.
②둘레가 지나치게 큰 것은 불편할 수 있다. 젖병을 주로 잡는 오른손 엄지손가락 통증 때문에 한동안 큰 고생을 했다. 80일 차 무렵까지 유독 느리게 먹는 아기를 108일 차까지 케어해준 후 바로 이어 약간 힘을 줘 젖병을 잡아당겨줘야만 먹는 아기를 105일 차까지 케어해주는 와중에 찾아온 통증이었다.
젖병 둘레가 큰 젖병을 매일 몇 차례 씩 10~20분 동안 꼼짝없이 잡고 먹여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물론 어기가 자라며 먹는 시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다. 손이 작다면 통증을 유발할 확률이 많아진다. 게다가 어느 시기쯤 자라면 아기 스스로 잡고 먹으려고 한다. 물론 스스로 잡고 먹게 해도 된다.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면 되겠다. 참고로 돌봐주는 사람이나 아기가 잡기 쉽도록 가운데가 아주 살짝 들어간 젖병도 있다.
③한두 개 구입해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예쁜 젖병도 있다. 그런데 젖병은 실용이 우선이다. 당연히 젖병 본래에 우선해 골라야 한다. 누군가 추천하는 제품일지라도 객관적으로 따져본 후 선택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이다. 경험자일지라도 주관적이며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집 아기와 내 아기의 사정이(혹은 내 입장과 사정이) 다르다. 유명한 연예인이 쓰는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④어차피 나중에 많이 먹을 때를 대비해 처음부터 큰 용량의 젖병을 구비하는 사람도 있다. 5~6개월 후 이유식 용기나 물병 등 다른 용기로 쓸 요량으로 그렇게 쓸 수 있다는 젖병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젖병은 5~6개월 사용 후 바꿔야 한다. 스크래치가 생겼다면, 바로 바꿔야 한다. 세균 증식 등과 같은 위험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몇 개월 후까지 쓸 수 있을까?
참고로 신생아 때 7~10회가량 먹던 아기도 점차 횟수가 줄어 백일 무렵에는 5~6회 정도 먹는다. 그 후 4번 정도 먹는다. 또한 아기에게 어느 정도의 생활 규칙 같은 것이 생기고 엄마도 아기를 키우는 요령이 생겨 신생아 때보다 여유가 생긴다. 젖병 2개 만으로 충분하다는 산모도 많다. (이를테면 아기가 220ml을 먹는다면 160ml짜리 작은 젖병 2개에 필요한 용량만큼 타 먹이면 된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면 되겠다.
⑤외에도 젖병 재질, 소독 조건, 공기배출구처럼 도움되는 기능 등을 따져 선택하면 된다. 시중에는 이른바 내돈내산 후기라고 하지만 실은 제공받은 제품 홍보가 목적인 글도 많고, 기사를 가장한 광고도 많다. 협찬이 많을수록 이와 같은 글이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유독 비싼 젖병도 있다. 비싼 제품이 정말 좋을까? 산후관리사를 오래 한 사람으로서 대답해 준다면 "아니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