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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펜 Oct 07. 2020

가장 젊은 날의 기록, 바디프로필

일반인의 바디프로필 도전


늙어도 멋있게 늙고 싶다.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고, 패션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며, 깨어있는 정신을 평생토록 간직하고 싶다. 그래서 가끔 나의 70대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나이에 비해 탄탄한 몸을 유지하고 그 위에 캐주얼 셔츠를 걸치고, 그 내면엔 오픈 마인드를 지닌 모습말이다. 그런데 70대는 무슨, 입사 1년차에 벌써 몸이 10kg나 불었다. 거울을 보니 턱선은 실종, 배는 출렁, 다리는 바지를 터뜨릴 기세였다. 외적 몸매가 무너져버리니, 활력과 열정은 사그라들고, 금세 지치고 피로가 쌓인다. 왜 아저씨들은 다들 배불뚝이일까? 라며 그들의 게으름을 비난했었는데, 나 또한 점점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흐름을 끊지 못하면 상상 속 내 모습은 상상으로만 머무를 것이다. 그래서 내 발걸음을 급히 헬스장으로 향했다. 이왕 운동할 거 목표도 있으면, 더 신이 나서 열심히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목표도 만들었다. 그건 바로 바디프로필 촬영이다. 일반인이지만, 바디프로필을 찍을 정도의 몸매를 단 한번이라도 만들어 본다면 평생토록 운동하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은 한 번 해본 경험에 대한 자신감이 어마하기 때문이다.


트레이너도 말했다. "서울대를 가본 사람은 다르다고 말이다." 그는 서울대에서 뭔가 특별함을 배워서 다른게 아니라, 최고의 대학을 들어간 그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운동도 똑같다. 한 번이라도 최고의 몸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다시 마음 먹고 운동을 했을 때 남들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원하는 몸을 만든다. 이외에도 그에게 운동을 배우면서 많은 걸 느꼈다. 그 중 하나가 지금까지 내가 했던 운동은 정말 효율 제로였다는 것이다. 뭔가를 효율적으로 제대로 해내기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가는 도움을 주는 도움자 역할일 뿐, 실제 행동자는 본인이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


행동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나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중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건 동행자를 구하는 것이다. 함께 같은 목표를 나아가진 않더라도 서로의 목표를 응원하면서 그 과정을 공유하는 건 엄청난 힘이 된다. 그리고 동행자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표를 공포함은 자신의 말에 책임이 붙어 게으른 몸을 일으키게 만든다.


행동자의 시스템을 갖추었다면 이제는 행동과 노력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꿈일지라도 꾸준한 행동과 노력은 어떻게든 목표로 이끈다. 이것에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 꾸준한 노력이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계획에 충실했다. 지금 당장하는 것들이 내일 바로 드러나진 않겠지만, 한 달, 일 년 뒤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거라는 믿음이 가져온 결과다.


하루 2시간, 총 100일 그러면 총 200시간 동안 미친듯이 운동했다. 아무리 바쁠지라도 새벽에 헬스장을 갔다. 정말 운동할 시간이 없을 때는 점심시간을 쪼개서라도 다녀오곤 했다. 덕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면 항상 꿀잠을 이뤘다. 운동보다 힘든건 식단이였다. 사회생활하면서 식단을 지키기란 정말 힘들다. 잦은 회식과 유혹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음식이 있는 자리는 피하려 노력했다. 매일 동행자에게 운동과 식단을 인증해야해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였다면 스스로를 많이 속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점차 시간이 지날 수록 변화가 찾아온다. 체지방이 줄어들고 근육량은 늘어난다. 처진 살들이 없어지고, 턱선은 다시 살아난다. 자주 입던 바지는 더 이상 입기 힘들 정도로 허리는 얇아졌다. 스스로만 변화를 느끼는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나의 변화에 놀라곤 했다. 이제는 그 변화를 즐기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이룰 것만 같았다. 아니, 결국엔 이뤄냈다.


그저 결과물을 얻고자 한 도전은 아니다. 그 경험을 얻고자 함이 더 크다. 경험이 늘어날 수록 스스로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도전을 멈출 수 없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자, 나를 만드는 소중한 기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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