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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펜 Oct 07. 2020

퇴근 후 책 한권

책을 손에 쥔 그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들이다. 하루 8시간을 넘게 일하고 7시간을 자면, 몇 시간 남는다고 그 남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책을 읽는단 말인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러 술 한 잔하고 털어버리면 없어질 시간을 책과 함께 한다니.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벌써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그곳엔 다양한 직업과 삶을 가진 사람이 넘쳐난다. 분명 책을 주제로 만났는데,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책인 경우도 많다. 그들은 책만 읽는 책벌레는 분명 아니다. 약간의 알코올도 즐기고, 여행도 좋아하며, 노는 건 더더욱이 사랑한다. 그렇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차별점이다.


독서를 하기 위해선 ‘책’과 ‘시간’이 필요하다. 만원 남짓한 책 구입 비용과 독서를 하기 위한 20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였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일까. 분명 투자 이상의 무언가가 돌아오기에 그들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다.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책 한 권을 완독했다는 성취감이 가장 크게 남을 것이고, 자기계발 책을 읽는 사람은 가슴속 사그라들었던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되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인문학을 읽는 사람은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의 생각과 가치를 읽음으로써 나 자신의 가치를 만들고 흐릿한 주관을 뚜렷이 만들어나갈 수 있다. 한 두 권으로는 쉬이 느끼긴 힘들지만, 권 수가 늘어날수록 이전과 비교하였을 때 여러 방면으로 큰 차이가 있음을 스스로 많이 느낀다. 즉,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는 이유이며, 책의 매력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독서 모임’이라는 것을 만든다. 그곳에선 각자 다른 직업과 나이를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가 모인다. 같이 읽은 책에 대해서 나누기도 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토론도 한다. 모임 활동을 하지 않고 혼자서 고민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모임들 통한 대화는 신기하게도 홀로 사색하는 것보다 깊은 생각을 끌어낸다. 혼자서 생각할 때에는 자신의 생각과 지식만을 바탕으로 사색하기에 생각의 방면과 깊이에 한계가 있지만,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어우러지는 토론에서는 한 방향의 길과 같던 생각의 통로를 수많은 방면으로 뚫어준다. 그리고 함께 대화를 끌고 가므로 깊이 또한 깊어진다. 그러한 경험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자신의 뼈대가 될 주관력이 커져가는 것이다.


책 읽는 직장인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한두 번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깊이가 느껴진다. 독서를 통해 쌓은 지식과 지혜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돈과 명예를 가져다 주진 않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무언가 판단하고 행할 때 내가 직접 다져간 주관적 판단에 의해 가장 나다운 행동을 한다고 생각된다.


가장 나다운 나로 만들어 주는 ‘책’.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남의 일을 하고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 속한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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