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 습. 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미국 초등학교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중에 누가 이길까 (원제: who would win)이란 시리즈물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번역돼서 출판되었고 미국 도서관에선 늘 대여 순위가 높아 빌리기가 어렵습니다. 동물 두 개를 골라 각각의 생태와 특징을 분석한 후 싸우면 누가 이길지 가상으로 싸움을 붙여보고 승자를 정하는 이야기 구조로 쓰인 책입니다. 동물은 질 것 같은 상대를 대상으로 함부로 싸움을 걸진 않습니다. 또 어려운 싸움도 함부로 시작하진 않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만 싸웁니다. 인간도 동물처럼 생존을 위해 싸우기도 하고, 서열을 위해 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미로 싸우는 건 인간뿐이죠. 그래서 인간은 고래와 대왕 오징어, 사자와 호랑이 같은 예상외의 두 가지 동물을 붙여 놓습니다. 동물에 관한 몰랐던 내용들도 알게 되는 점들도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모양입니다.
가정교육서 중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칼비테의 자녀교육법을 쓴 비테가와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 편지를 쓴 정가네 교육도 한번 붙여 볼까요?
큰꿀이 키울 때도 읽었는데 좋은 머리 덕분에 읽을 때마다 새책이 되니 작꿀이 키울 때도 공평하게 읽습니다.
칼 비테씨와 다산 정약용 선생은 지구 다른 곳에서 1700년대 중후반에서 1800년대 초반에 걸쳐 산 동시대를 산 아버지들이지만 사는 모습은 참 다릅니다. 사는 모습은 달라도 자식 사랑만큼은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사는 모습과 많이 비슷한 비테가 교육 환경이 오랜 세월 유배 생활을 하고 현재와 다른 교육 체계의 정가네보다는 우리가 적용해 볼 것이 많습니다. 정가네는 왕권제, 신분제 사회라는 점, 1부 1처가 아니라는 점, 대가족이라는 점, 전통 교육제도라는 점, 유배로 인해 옆에서 키우는 가정교육, 이 불가능했다는 점이 현재와 차이가 많아 점수를 잃었습니다.
비테가는 아이를 잉태하는 순간부터, 아이 어린 시절에 함께 놀아주는 모습, 음식, 학습 습관, 교우 관계, 인성 교육 전 분야에 걸쳐 소상히 쓰고 있다는 점, 지금 우리가 하는 육아 방식과 비슷하다는 점, 대학이라는 제도가 있었던 사회 환경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더 받습니다. 비테가의 책은 아이의 필요와 성장에 온전히 집중해서 상호 교류하며 키우는데 정가네는 편지글을 모은 것이다 보니 일방적인 느낌이 들고 자식들의 성장을 상세히 기술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작은 교회의 목사였던 비테씨의 사회적 성공이나 명성이 정약용에 비해 소소하지만 우리 대부분처럼 평범한 사회적 위치를 가진 부모들에게 가능한 점, 공감할 만이 점이 많다는 것도 유리한 점수를 주게 됩니다. 정가네는 유배생활 중의 비통하고 처참한 심리상태에서 아들들에게 쓴 편지라서인지 훈계나 걱정의 어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유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산선생이 스스로의 연구와 정치로 바빴을 테니 아이들과 칼싸움을 하며 놀아주고 밤에 책을 읽어주며 키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정가네 교육법에 놀라운 점은 독서를 대 놓고 상세하게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비테 씨도 독서를 강조했지만 늘 책을 가까이하고, 함께 있으니 그런가 보다 할 정도입니다. 이에 비해 정가네는 떨어져 있어서인지 일일이 독서에 관한 지도 사항을 쓸 수밖에 없었던 정가네 책이 여기서는 점수를 얻습니다. 특히나 닭을 키우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아들들에게 닭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자료로 남기라고 한 편지는 기록의 중요성, 쓰임이 있는 학문의 정진을 독려한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비테가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식견을 넓혀주기 위해 여행, 자연, 음악, 미술, 언어 공부도 소개했다는 점도 눈이 띕니다.
교육서로는 몰라도 정가네 책이 다산선생의 이념과 삶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면에서는 그 가치를 견줄 수가 없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참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인간에 대한 공부를 최고로 치는 동양문화의 틀에서 벗어나 쓰임이 있는 학문, 삶에 도움이 되는 학문, 서양의 종교, 새로운 학문에 대한 수용에 앞장서다 보니 순탄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됩니다. 책 읽고 인간에 대한 탐구에만 그치지 않고 백성을 배불리 하는데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이 가히 혁명적입니다. 우리는 쓸모 있는 공부, 실용적인 공부의 목적을 자신의 성공이나 명예에 두는데 다산 선생은 학문의 목적, 독서의 목적을 이타성에 두도록 가르쳤다는 점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려서부터 인성, 인품에 관한 교육보단 삶에 도움이 되는 공부, 쓰임이 있는 공부만 하다 보니 생기는 지나친 경쟁, 우울, 고독, 사회성 결여, 인격장애, 중독, 왕따, 자살, 학교 폭력, 총기사고 같은 문제로 시달리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삶에 도움이 되고 쓰임이 있는 공부의 목적이 혼자 잘 사는 세상이 아닌 함께 잘 사는 세상이라면 좋을 텐데요. 다산 선생의 통찰력이 놀랍습니다. 이제 미국 학교들은 SEL( 감정교육), 공동체 교육을 한다며 새삼 담임을 만들고,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관한 조회를 해대고, 학교마다 중독에 관한 연사를 초청합니다. 많은 아이들 마음이 이미 병들어 앓고 있고 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제라도 잊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비테가네 아들이 아버지와는 다른 분야에서 제 길을 찾고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도 점수를 얻었습니다. 다산 선생의 아들들인 정학유와 정학연도 문인인 동시에 농가월령가라는 중요한 저서를 쓰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내놓은 길을 따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으로 매장된 가문의 자식들이니 많은 기회가 없었을텐데 너무 점수를 박하게 준 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비테가는 아들의 재능을 독려하고 재능을 펼치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도움을 주고 그 뒤에는 아버지의 그늘을 넘어 자신 꿈을 찾고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비테가에 점수를 주었습니다.
아들 칼 비테의 업적은 무엇인가 찾아보려 검색을 해보니 도서들과 함께 관련 내용들이 많이 뜹니다.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이 칼 비테 교육법을 해도 괜찮겠냐고 묻는 질문, 5줄로 요약해 달라는 질문이 뜹니다. 5줄만 알고도 괜찮으실까 싶습니다. 많이 아쉬우실 것 같습니다.
비테 씨가 조기교육, 영재교육의 간판스타가 되어 있군요. 비테 씨가 남보다 일찍 가르치려고, 남들보다 똑똑해지라고 그렇게 키운 건 아닌 것 같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비테씨 책을 굳이 비교하면 요즘 명문대 보낸 부모들의 육아서들의 원조입니다. 물론 비테씨는 명문대를 목표로 키우지도, 교수를 만들기 위해 키우진 않았을 겁니다. 잘 키웠더니 아들이 명문대도 가고 교수도 된 것이겠지요.
정약용 선생님의 의미도 모르면서 책만 읽는다고 다 독서라 할 수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누구를 승자로 해야 할까요?
동. 서양을 관통하는 교육이 하고 싶고, 비범한 평범이 탐나고, 인성과 경쟁력 모두 탐나는 저는
두 책 모두 제가 만들고 있는 우리 집 유산 100권 목록에 넣을 생각입니다.
나중에 손자 손녀가 태어나면 또 읽어야지요.
여러분의 책. 습. 관. 은 어땠어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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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5XFPfmPau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