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네 죄를 알렸닷

자전거 육아

by 책o습o관

작꿀이가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맹연습 중이다. 페달과 균형 잡기는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바로 출발이다.

발이 완전히 닿지 않아 시작이 영 불안한 것이다.



엄마, 잡아줘.

응.

그럼 나는 딱 손가락 하나 힘 정도만 자전거에 대고 능청을 떨고 서 있다.

때로 균형을 잃으면 재빨리 안장을 잡아 균형을 잡을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지만 제대로 할 때도 많기 때문에 그때는 그냥 시늉만 할 뿐이다. 작꿀이는 능청맞은 엄마가 주는 가짜 약을 철석같이 믿고는 겁먹지 않고 출발한다. 그렇게 몇 번 할수록 혼자 하는 출발에 성공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주말에 자전거 연습도 할 겸 온 가족이 집 옆 마트에 시장을 보러 걸어가기로 했다.

마트 가는 길.

코딱지 만한 막내 작꿀이가 자전거를 탄다고 꼬물락 거리는 게 신기한 남편이 손가락 도우미 역할 자처한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 아직도 도우미 초보면허를 떼지 못한 남편은 아이 옆에 서서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는 아이를 잡는다.

아이가 땅에 발을 안 대도 넘어지지 않게 힘을 꽉 주고는 거의 들다시피 서 있다.

결국 아이가

" 놔 ~ 놔~ 아빠 놔~"를 외칠 때까지 힘줄을 들여보낼 생각이 없다.

작꿀이 성화에 이게 아닌가 싶은 표정이다.



그러더니 다음엔 제법 빨리 놓으면서 아이 등을 힘차게 밀어준다.

앞으로 쌩쌩 나가라고 손끝에 뜨겁디 뜨거운 부성을 담아 힘껏 미는 남편의 지나치게 애틋한 손길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출발 세 번 만에 작꿀이 도우미 자리에서 잘렸다.

"아빠가 하지 마. 엄마가 해."

남편은 나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뭘 잘 못했다는 거야?'

열렬한 응원이 잘 못 된 거냐고? 아니다.

넘어질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잘 못 된 거냐고? 아니다.

그럼 도대체 뭘 잘 못한 거야?

난 알고 있다.

'원하는 만큼만 도와주는 거, 혼자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은 거.'

도우미에서 잘린 이유는 딱 그거 하나다.


그런데 말은 안 했다.

말하면 마트 갔다 오는 내내 억울하다는 하소연에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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