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새 칼도 써 보던가

잇몸 책 동아리

by 책o습o관

동아리를 한다면서 동아리 회원 입장은 생각도 안 하고 지맘대로 읽고 써대는 나를 보며 참 배려가 없는 사람이 다 있구나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밀어붙이는 데는 나 나름 핑계가 있다.



첫 번째는 궁금해서다.



두 번째 바쁘신 딸내미와 어렵사리 만든 동아리인만큼 야무지게 이용하고 싶기 때문에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한 촘촘한 준비를 위해서다. 원래 아줌마라는 직업은 방학에 특수훈련을 하기 때문에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책을 읽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제 방학이 진짜 코앞이다. 미리미리 숙제를 해 놔야지 안 그랬다간 밀렸다고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세 번째는 나선형 학습 때문이다. 처음엔 바로 복습하고 두 번째 조금 있다가 복습하고 세 번째는 한참 있다가 복습하면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는 원리로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책을 일주일에 걸쳐 읽으면 거의 매일 읽다시피 되니 단기 복습이 저절로 된다. 책을 다 읽고 독후감 비슷하게라도 끄적이면 두 번째 복습이 된다. 비슷한 다른 책을 읽으면 전에 읽은 책이 또 한 번 생각이 나니 저절로 복습이 된다. 이렇게 책을 연달아 읽으면 굳이 나선형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나선형 학습이 되는 효과가 있다.



나는 본의 아니게 여러 종류의 독후감을 쓴다.

딸과 나누는 독후감은 최대한 불친절하게 쓴다. 내용 요약 이런 거는 할 생각이 전혀 없고 내 유일한 목표는 호기심이다. 내용은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까지만 쓰려고 절제한다.

나 혼자 보는 독후감은 제목과 작가만 쓰기도 하고 질문만 쓰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은 사진을 찍어 보관하기도 한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 생각한 것을 적기도 하지만 가끔 인용을 하게 되는 경우에 정확한 책의 문구와 페이지가 필요한 경우는 사진도 유용했다. 한 마디로 내 마음대로다. 생각할 수 있고, 생각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면 형식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굳이 쓰는 이유는 소쉬르가 말한 랑그처럼 말이 생각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큰 칼도 읽었으니 현역에 있는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의 회복의 시대를 읽는다.

새 칼치고는 경력이 너무 화려하지만.

어떤 책은 제목이 다하는 책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런 경우다.



리프킨은 한국 정부와 손잡고 일한 적이 있는 작가고 수소혁명 (The Green New Deal )을 쓴 작가다.

수소혁명이란 번역서 제목보단 원서의 제목이 훨씬 큰 의미로 해석되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가 윌슨이 쓴 통섭(Consilience)에 대단한 애착이 있다는 것을 책 전체를 통해 느껴진다.

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과학으로 사회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성장의 시대 (Age of Progress) 에 가장 중요한 가치인 효율성( efficiency )에서 biophilia (녹색충)으로의 진화를 예측한다.

제프 베조의 완벽한 아마존 정글에 착취나 다름없는 저임금 노동자들, 피가 말리는 관리인력의 삶묘사하며 테크 전사들이 말하는 유토피아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해결책은 Peerocracy( 동료를 뜻하는 peer 와 democracy 를 섞어 만든 신조어) . 좋은 예로 윤송이 작가의 '가장 인간적인 미래'에서 롭 라이히가 예로 든 영화계가 스스로 각성해서 만들어냈다는 자체 등급이 생각난다. 공감과 포용으로 다양성을 지켜서 성장의 시대에서 회복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한다.

내 꿈은 어제 보다 낳은 오늘, 오늘 보다 낳은 내일을 만들고 싶었는데.

습관의 힘도 믿는데. 성장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 꿈은 전 근대적인 건가?

아니다. 나도 여러가지 인간 중의 하나일 뿐이니까.

내가 원하는 성장은 성공이 아닌 변화고 내 성장의 속도계는 자연의 속도를 존중하니까.

다행히 리프킨이 말하는 인간은 적어도 탄소로 이루어진 인간인 모양이다.

그의 예측이 싫지 않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니 반갑기까지 하다.



모든 미래학자들은 책 말미에 교육을 이야기한다. 교육학의 다른 이름이 미래학이 아닌가 한다.

리프킨도 토플러와 나처럼 속도에 떨어져 나간 가치를 재활용 한다. 애착이론.

구닥다리라서가 아니였다. 떨어져 나가면 안 되는 것이 속도에 위력에 떨어져 나간 거였다.

리프킨은 미래 교육에서 자연을 핵심어로 제시한다.

나도 작꿀이가 옆 집 언니와 집 앞 공터에서 땅을 파고 노는 덕분에 부리나케 숙제를 하고 있으니 이렇게 고마운 자연이 있나.




다섯 번째 미션

관심 있는 분야로 좀 범위를 좁혀볼까 싶다.

한국에 계시는 분을 모셔 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베조 씨가 한국책의 위력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아마존에서 당일 배송 서비스로 받아 읽을 수 없는 걸 보면.

아마존 자가 출판은 한국어 서비스도 없더니만.

다양성, 포용이 미래 키워드인 줄 모르나?

시간이 없는데 시간을 줄여줄 손에 딱 잡히는 도구가 될 만한 책 없을까. 효율성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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