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도구 상자도 필요하지 않던가

잇몸 책 동아리

by 책o습o관

교사 연수에선 다양한 강사를 만난다.

그런데 그중 강의가 끝나면 이메일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 강사들은 특징이 있다.

바로 묵직한 도구 상자를 가진 강사들이다.

교사들이 쓰면 유용한 웹사이트, 학습지 자료, 이미지, 교수법, 게임 같은 도구를 잔뜩 가지고 있다.

정체성, 교육 철학, 성장과정 이런 강의에선 심드렁하던 선생님들도 이런 강의에는 이메일 받아적느라 바쁘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족보라는 것이 있었다.

A학점을 맞은 리포트, 만점 받은 오답 노트 이런 게 대학가에 돈다.

이걸 좋은 문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는 이걸 윤리문제라고 했다.

한국 친구들은 족보의 혜택을 못 받는 애들이 하는 얘기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만큼 효율성을 좋아하는 민족이 없고, 동료애가 진한 민족도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족보문화가 아닐까 한다.

효율과 공유가 합쳐져서 족보라는 희한한 도구를 만들었다.

리프킨이 말하지 않았나. 효율을 챙기다 보면 다양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그래서 창의적인 생각은 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두 가지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어딜 가나 학점도 잘 받고 취직도 잘한다.


이젠 혜택을 못 받아 억울할 일은 없겠다.동료애 없이도 가르쳐주는 AI한테 물어보면 되니.




양성식 작가의 미래 전략, 리터러시가 답이다는 인기 강사의 도구상자 같은 책이다.

양 작가는 디지털, 데이터, 미디어, 메타버스, 경제금융처럼 제목만 들어도 따끈따끈한 영역을 리터러시로 묶는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글을 읽어 내는 문해력을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하여 미래를 사는데 이해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다섯 영역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가득하다.

그야말로 유용한 도구가 가득 들어 있는 족보 같은 책이다.

이렇게 도구들을 모아 놓은 책은 너무 유용하지만 유효기간이 짧다.

새로운 도구들은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빨리 읽고 이용하는 게 좋다.

이 책은 2023년 판이니 벌써 알려진 도구들도 눈에 띄긴 한다.

집단에 소속되어 이미 도구가 차고 넘친다면 굳이.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현재를 관찰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방법이다.

토플러가 말한 정보 과다의 시대에 최선의 선택을 위해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인 나에게 양작가가 제시한 메가트렌드라는 개념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를 둘러보고는 아뿔싸.

경제. 금융 분야는 내가 한국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냥 넘긴 부분도 많았다.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이 막연하게만 보일 큰꿀이에게 실질적인 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도구도 얻었다.

저녁 밥상머리에서 음성만 가지고 화자별로 기록되는 회의기록이 가능한 앱을 시연해 보고는 찬사와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 효율을 생각하면 최고인데 관계를 생각하면 글쎄.

회사는 효율만 생각하면 되지 싶다가도 정말 효율만 생각해도 되는 건지 글쎄.

한 말을 하고 또 하는 상사나, 한 말을 부침개 뒤집듯 뒤집는 지도교수님을 생각하면 좋은 것 같다가도 글쎄.



사실 미래학, 미래하면 내가 제일 궁금한 건 뭐니 뭐니 해도 AI다.

얼마 전 신청한 교사 연수에서 1교시 8개의 수업 중에 4개가 AI 관련 수업이다.

학회 전체 강의 스케줄에서 언뜻 봐도 20개는 돼 보인다.

큰꿀이가 학교 영어 선생님이 AI로 에세이를 써오라고 하고 피드백도 없이 AI로 평가를 매긴다며 투덜거린다.

AI는 도구지 목적이 아닌데 선생님 방법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영어 선생님의 목적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생각을 글로 명확하게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것일 텐데 어느 부분에 AI라는 도구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까 궁금해 진다.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충실한 도구로의 AI는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의 진행자는 그릿을 쓴 앤젤라 덕워드다. 배울 만큼 배우고 나름 교양 있는 여자가 방송에 대고 쌍욕을 한다.

막스 베넷 이 쓴 the brief history of intelligence에 대한 찬사다.

얼마나 좋길래 욕이 저렇게 찰진가 싶어 읽었다.



욕을 들을만했다.

막스의 직업은 AI를 마케팅에 이용해서 성공한 사업가이자 연구원이다. 사업도 성공했지만 연구원이 적성에 맞는지 조사를 야무지게 하고 뇌과학과 엮어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런데 어디를 봐도 AI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방법에 대한 예시는 없다.

AI로 돈도 잘 벌었다면서 동료애가 없어.



역시 족보는 한국 족보지.




미션 일곱 번째.


본질과 도구는 조금 알 것 같은데

한국발 미래 교육은 어떨지 궁금하다.

효율, 속도하면 한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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