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책).습.관. 20 디아스포라

책.습.관. 라디오

by 책o습o관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요즘 저는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다시 읽고 있어요.

한국학교에서 아이들과 이 분 책의 일부를 번역하며 한국어 공부를 해 볼 꿍꿍이거든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일본으로 이민 간 자이니치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 이민자인 작가가 썼다는 점들까지 아이들과 할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일본으로 이민 간 자이니치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 이민자인 작가가 썼다는 점들까지 아이들과 할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분명 아이들은 저한테 걸려들게 될 거예요. 저한테는 책의 마력이 있으니까요.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체도 참 개성이 넘칩니다. 이 분 책을 읽으면 눈은 한없이 냉소적인데 가슴은 활활 타오르고 펜 끝은 손이 벨 듯 날카로운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번역본을 읽으면 느낌이 살지 않고 꼭 이 분이 쓴 말 그대로 읽어야 느껴지는 걸 보니 어떻게 해서라도 영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자극이 되네요. 같은 이유로 저는 아이들에게 한국책을 꼭 한국어로 읽어야 한다고 주문을 걸지요.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저는 이 책의 첫 번째 문장을 보고 결정했습니다. 다 읽어야겠구나.

아이들이 '상관없어'라고 할지 '문제없어'라고 번역할지도 궁금합니다.



이민진 작가 같은 한국계 작가들의 문학을 디아스포라 문학이라고 부른다더군요.

타국에 흩어져 살지만 한국의 이야기를 타국어로 쓰고 있는 작가들의 문학.

아이들과 같이 읽을 책을 물색하며 발견한 일제 강점기의 이야기를 다룬 Linda Sue Park의 When my name was Keoko , 한국전쟁을 다룬 Ellen Oh의 Finding Junie Kim도 있습니다.

역시 세상은 천재들, 고수들 투성이입니다.

모국어가 된 타국어로 한국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마음.

고국을 잇는 또 하나의 점이 되고 싶은 마음.

끈적한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제가 만약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시켜야 했다면 전 이런 책을 소개했을 거예요. 아이들이 잘 아는 한국인 주인공이거나 한국 배경 위에 스타일 가득한 문체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낸 책.

영어 드라마를 보면서도 공부할 수 있지만 화면만 보고도 이해가 되기도 하니까요.

같은 이유로 저는 아이들에게 한국어 책을 소개합니다. 한국문화와 한국 사람들에 대해 배우고, 한국어도 배우려고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작가의 맛있는 문체를 담보 삼아서요.



큰꿀이는 최근 학교 영어 수업에서 crying at the H mart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한류의 영향이기도 하고 미국이기에 가능한 다인종을 위한 수업이기도 하죠.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사이에서 자란 작가가 쓴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와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책인데 큰꿀이는 성에 차지 않았답니다. 한국인이 아니라 다른 인종을 갖다 넣었어도 별다를 바 없었을 거 같다면서요.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된 거겠죠. 어느 인종이 봐도 공감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20년 넘도록 한국에서 자란 저도 딱 잘라 한마디로 할 수 없는 그것, 미국에서 태어난 큰꿀이가 찾고는 있는 그 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정해진 것은 없는 거 같습니다. 언젠가 갔던 인사동이 제가 고등학교 때 갔던 인사동이 아닌 것처럼.

흙먼지 날리며 점심시간마다 얼굴이 벌게지도록 고무줄하고 피구 했던 초등학교 운동장, 안방에서 꼼짝 않고 보시던 아빠의 곰돌이들 야구 경기, 신호음과 함께 불어오던 지하철 바람 냄새, 엄마가 뒷짐 지고 걸어가던 휴가철 꽉꽉 막힌 꼬불꼬불 대관령 국도, 일부러 돌아 돌아 가던 등교길, 저한테는 이렇게 많은 추억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한국인데 우리 꿀꿀이들한테는 무엇이 한국적인 것이 될까요?

한국은 참 희한한 나라입니다. 입양이 됐던, 타국에서 태어났던, 26살에 이민을 왔던 그리워하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요. 그리워하는 게 다른 데도 옹기종기 모이는 것은 고향이라는 말 때문일까요, 아니면 영어로는 번역이 안 되는 정 때문일까요.


언젠가 학교에서 만난 어머님 한 분이 생각납니다.

아주 어렸을 때 이민을 오고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인 어머님이 점심 봉사를 하려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 어우~ 한국음식은 어려운데 차려 놓으면 먹을 게 없어요."

순간 삐쭉했습니다.

어눌한 한국어 억양에 한국 음식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냐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애국자도 아니면서 한국 흉을 보면 저도 모르게 애국자가 되는 외국병에 저도 예외 없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아이들이 집에서 한국말을 쓰지 않으니 쉽게 늘지 않는데도 한국학교를 9년이나 보내셨어요.

너무 어렸을 때 이민 와서 한국어가 마음을 모두 담지 못하지만 진심은 9년 동안 전달되었습니다.

이제 그분 말이 제대로 들립니다.

"스테이크, 햄버거처럼 육덕지지 않으니 차린 게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정성을 많이 담은 내 고향 한국 음식이니 맛있게 먹어주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라고



이민진 작가가 원래 변호사였다는 거 아세요? 원래 기업변호사였다는데 인터뷰에서 보니 변호사 일을 하며 너무 아파서 그만두고 글을 쓰고 지금은 영문학 강의를 하신답니다. 업인 거죠. 쓰고 싶은 글을 못 쓰니 병이 난 게 아닌가 상상합니다.

차가운 이성으로 일하는 법조인이었지만

뜨거운 가슴으로 쓰는 작가가 되고,

일본계 미국인과 결혼을 했지만,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고

얼굴은 영락없는 한국인인데

말과 글은 꼬부랑 영어를 쓰는 이민진 작가

소설 속 솔로몬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조선계 미국인과 묘하게 닮은 그녀가 궁금합니다.



여러분의 책.습.관.은 어떠셨나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이었습니다.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너머'를 뜻하는 '디아(dia)'와 '씨를 뿌리다'를 뜻하는 스페로(spero)가 합성된 단어로, 이산(離散) 또는 파종(播種)을 의미한다. 본래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또는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디아스포라 [Diaspora]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20-e2fec3g


https://youtu.be/M29aVPEuwwg


이전 03화우리들의 (책).습.관. 14   맹모미천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