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습.관. 라디오
포대기 시대와 아기띠, 유모차 시대
집에 가면 항상 있는 엄마가 해주는 집밥시대와 분식과 포장음식, 배달 음식 시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 시대와 학교 급식에 의존하는 시대
한문 수업과 순 한글 신문이 공존하는 시대
본고사와 수능시대
88 올림픽 전과 후 시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 골목길 공터와 아파트 단지 놀이터 시대
길거리 헌팅을 하던 세상과 채팅으로 데이트하는 시대
꼰대가 잡던 시대와 꼰대가 잡히는 시대
그리고 인간이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던 시대와 인공지능이 글을 쓰는 시대
흙냄새, 사람 냄새가 나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은 저는 왜 그리운 걸까요?살아보지도 않은 저도 그리운데 살아본 이들은 얼마나 그리울까요?
수년 전에 감정 공부에 목이 말랐던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준 수전 데이비드의 정서적 민첩성 ( Emotional Agility)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이 분의 이력과 TED 강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한국엔 없나? 또 그게 궁금해집니다. 장정숙 교수님을 한국의 수전 데이비드라고 한다는 건 결례입니다. 경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장 교수님이 먼저인 거 같거든요. 여하튼 저는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행운 덕분에 교수님의 책도 읽을 수 있습니다. 감정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저는 저 두 대가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냅니다. 목적이 있는 메시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책을 잘 읽었다. 감사한다 그 정도입니다. 그런데 답이 옵니다. 두 분 다 바쁘기로 치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실테고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셨으니 성공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저 같은 사람을 내리볼 수도 있고, 의도를 의심할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을 텐데 일일이 답을 주십니다. 저 말고도 모든 분들께 답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배우고 깨달은 내용과 삶이 일치되게 살고 계시는구나 나는 아직 멀었구나 또 깨닫습니다.
전 요즘 꼰대가 그립습니다.신입이던 저를 사사건건 트집 잡아 주던 선배 덕분에 일 하나는 제대로 배워 13년이나 같은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첫 책이 나왔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것도 제 꼰대였습니다. 요즘 MZ는 꼰대를 거부한다던데 아마도 뜨끈한 꼰대의 정을 못 봐서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예전엔 꼰대가 싫었습니다. 된다는 이야기보다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무조건 조심하라는 이야기, 천천히 가라는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자꾸 옛날 일을 들먹이고 새로운 거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는 것 같아서 저도 같이 욕했습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 노력도 했습니다. 나혼자 빨리 가는게 속편해서, 굳이 욕먹고 싶지 않아서, 귀찮아서, 내 일도 아닌데, 바른 소리가 마음이 불편해서 넘어갔던 저 때문에 진짜 꼰대가 사라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꼰대: 노인, 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이자 멸칭. 점차 원래의 의미에서 의미가 확장, 변형되어 연령대와는 상관없이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상급자 또는 연장자를 비하하는 멸칭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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