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책).습.관. 11
시대의 이야기꾼

책.습.관. 라디오

by 책o습o관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제가 가르치는 한국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물으면 BTS, 뉴진스 같은 아이돌 그룹도 이야기하지만 예전 가수들인 에메랄드 캐슬, GOD, 이런 가수들 이야기도 종종 나옵니다. 아이들 부모님이 좋아하는 가수들인 경우도 있고, 자기들이 좋아 찾아 듣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에요.


한 아이에게 추천받은 EDM 노래를 들어보니 머리를 갸우뚱하게 되네요. 반복적인 기계음색도 그렇고 기계가 만들었다는 생각도 저한테는 영 구미가 당기질 않아요. 듣는 귀도 없는 주제에 기타의 텐션, 드럼 울림 하나까지 원하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합을 짜고 힘든 관계도 마다하지 않았던 밴드들이 하는 음악이 주는 정성하고 자꾸 비교하게 되는 걸 보면 제가 본전 따지는 짠돌이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제가 학생이던 80, 90년대에 유행했던 솔리드, 서태지, HOT 그룹들이 아마도 그런 기계음을 슬슬 시작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해 봐요. 아날로그와 디지털 음악을 모두 경험한 매우 운이 좋은 세대였다는 가수 박진영 인터뷰에 저도 공감했습니다.


포대기 시대와 아기띠, 유모차 시대

집에 가면 항상 있는 엄마가 해주는 집밥시대와 분식과 포장음식, 배달 음식 시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 시대와 학교 급식에 의존하는 시대

한문 수업과 순 한글 신문이 공존하는 시대

본고사와 수능시대

88 올림픽 전과 후 시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 골목길 공터와 아파트 단지 놀이터 시대

길거리 헌팅을 하던 세상과 채팅으로 데이트하는 시대

꼰대가 잡던 시대와 꼰대가 잡히는 시대

그리고 인간이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던 시대와 인공지능이 글을 쓰는 시대


저는 양다리를 걸쳐 산 세대입니다.


심리 상담가 장정숙 교수의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를 읽었습니다.

한 소년원에서 선생을 하는 내담자가 고생하신 아버지를 위해 칠순 잔치를 해드리려고 했대요. 그런데 한사코 사양을 하시더래요. 성공한 아들이 효도 좀 해보려는데 호응을 안 해주시니 서운한 마음이 들어 이유를 물었답니다. 아버님 말씀이 시집가서 평생 고생한 누님도 생신 잔치를 안 하는데 내가 할 수 있겠냐고 하셨다는군요. 그래서 교수님 마음이 찡 하셨대요. 모두 어렵고 못 살던 시대에 태어나서 작은 것에 소중해하며 살던 시대에 태어나서라고 하기에는 그분 마음결이 고운 것이겠죠. 그 어르신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것을 보니 예전엔 보편적이었던 가치가 우리 시대에 희귀한 것이 된 것 같습니다.


흙냄새, 사람 냄새가 나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은 저는 왜 그리운 걸까요?살아보지도 않은 저도 그리운데 살아본 이들은 얼마나 그리울까요?


수년 전에 감정 공부에 목이 말랐던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준 수전 데이비드의 정서적 민첩성 ( Emotional Agility)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이 분의 이력과 TED 강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한국엔 없나? 또 그게 궁금해집니다. 장정숙 교수님을 한국의 수전 데이비드라고 한다는 건 결례입니다. 경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장 교수님이 먼저인 거 같거든요. 여하튼 저는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행운 덕분에 교수님의 책도 읽을 수 있습니다. 감정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저는 저 두 대가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냅니다. 목적이 있는 메시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책을 잘 읽었다. 감사한다 그 정도입니다. 그런데 답이 옵니다. 두 분 다 바쁘기로 치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실테고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셨으니 성공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저 같은 사람을 내리볼 수도 있고, 의도를 의심할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을 텐데 일일이 답을 주십니다. 저 말고도 모든 분들께 답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배우고 깨달은 내용과 삶이 일치되게 살고 계시는구나 나는 아직 멀었구나 또 깨닫습니다.



전 요즘 꼰대가 그립습니다.신입이던 저를 사사건건 트집 잡아 주던 선배 덕분에 일 하나는 제대로 배워 13년이나 같은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첫 책이 나왔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것도 제 꼰대였습니다. 요즘 MZ는 꼰대를 거부한다던데 아마도 뜨끈한 꼰대의 정을 못 봐서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예전엔 꼰대가 싫었습니다. 된다는 이야기보다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무조건 조심하라는 이야기, 천천히 가라는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자꾸 옛날 일을 들먹이고 새로운 거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는 것 같아서 저도 같이 욕했습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 노력도 했습니다. 나혼자 빨리 가는게 속편해서, 굳이 욕먹고 싶지 않아서, 귀찮아서, 내 일도 아닌데, 바른 소리가 마음이 불편해서 넘어갔던 저 때문에 진짜 꼰대가 사라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꼰대: 노인, 기성세대선생을 뜻하는 은어이자 멸칭. 점차 원래의 의미에서 의미가 확장, 변형되어 연령대와는 상관없이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상급자 또는 연장자를 비하하는 멸칭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교수님의 책 덕분에 제 그리움도 해결이 되고, 뜨거운 시대도 기록이 되는 걸 보니, 저도 제 시대를 잘 전달해야 할 텐데, 저도 제 시대를 잘 만들어야 할 텐데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쓴 글이 비록 요목조목 잘 정리되고 최신의 정보를 실어 나르는 글은 아니지만 인간이 쓴 글의 흔적을 남겼다는 것에 의미를 실어봅니다.


여러분의 책.습.관.은 어땠나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 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11-e2epr9t

https://youtu.be/GEb0VH2CT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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