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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Jan 12. 2024

우리들의 (책).습.관.
05 선녀와 나무꾼

책.습.관. 라디오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 선녀님' 동화책이 있어요. 아이들이 없다면 백희나 작가를 모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있는 제게 구름빵을 쓴 백희나 작가는 가히 셰익스피어 급입니다. 

백 작가의 장수탕에서 목욕 중이신 선녀님이 저에게 이런 영감을 주세요. 

2024년도판 선녀와 나무꾼을 들어 보실래요? 

 

꿈꾸는 천상에서 선녀가 선녀탕에 내려왔습니다. 지상의 나무꾼에게 곱디 고운 하늘의 옷을 입은 선녀는 너무나도 꿈결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니 떠받들 수 밖에요. 

손에 물같은 건 묻히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해달라는 건 다해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지상에서 온 나무꾼이 선녀와 결혼할 수 있는 방법은 옷을 훔치는 것뿐입니다.

천상에서 온 선녀는 눈이 높으니까요. 

천상에서 왔으니 오죽하겠어요.

원하면 하늘에 별이라도 따다 줄 것 같은 절박함은 기본입니다. 

빛이 나는 얼굴에 부르면 언제나 달려와 줄 마술 같은 능력도 있으면 합니다. 

밤이고 낮이고 달려와서 어떤 일이든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 말이죠. 

그뿐인가요,  선녀가 길을 모르면 찾아주고, 불안하면 확신을 주고, 우울할 땐 기쁨을 주고, 항상 함께 해주고, 기다려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도 헤아려주는 옥황상제 같은 드넓고 고매한 성품을 가졌길 선녀는 바라봅니다. 


그런데 나무꾼이라니요. 

옷을 훔치듯 마음을 훔쳤습니다. 

옷을 주면 도망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무꾼은 옷을 꽁꽁 숨겨봅니다.  

꽁꽁 숨긴 옷을 찾으며 꿈꾸던 천상을 그리워하는 선녀를 보니 슬쩍 불쌍해지는 마음도 들지만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자위합니다. 


처음엔 지상도 나쁘지 않은 것처럼 새로운 것도 보여주고, 숲에 가득한 나무도 모두 제가 베어올 수 있는 냥 너스레를 떠니 세상을 모르는 순진한 선녀는 넘어갔습니다.  


식구가 생긴 나무꾼은 어깨가 무겁습니다. 

밑천이 금새 드러나버린 자신의 모습이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나는 왜 금도끼를 달라고 하는 배짱도 없는 것일까. 

왜 그깟 쇠도끼에도 황송해하는 것일까. 

나무는 베어도 베어도 왜 끝이 없는 자신의 삶은 이렇게 고된가 원망도 됩니다. 

나 좋다던 일 잘하는 옆집 순이를 만나 결혼했으면 대접을 받고 살았을 텐데 괜히 천상에서 온 선녀 옷을 훔쳐서는 대접도 못 받고 이 고생인가도 싶기도 합니다. 


천상과 지상을 잇는 아이들이 태어납니다. 

아이들은 비록 지상에 태어났지만 천상을 꿈꿉니다. 

선녀가 애달파하는 천상이 궁금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면 되겠지, 언젠가 천상 세계 맛을 볼 수 있겠지. 

천상의 세계로 가고 싶은 선녀는 아이들을 닦달합니다. 

지상이 다가 아니다. 

저 높은 곳에 너희가 모르는 어마어마한 세계가 있다. 


이쯤 되니 나무꾼은 슬슬 부아가 치밉니다. 

손에 굳은 살이 베기고 쇠도끼에 이가 나가도록 나무를 해왔는데 아직도 천상 타령이라니요. 


그래서 그토록 꽁꽁 숨겨왔던 선녀옷을 꺼내줍니다. 

그런데 이를 어째요. 선녀 옷이 안 맞네요. 애를 둘이나 낳았더니 들어가지 않습니다.  

꼼짝없이 지상에서 살아야겠네요. 

밥 안 먹어도 배부른 천상에서는 아쉬운 일도 없고, 기분 상하는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상은 다릅니다. 

아쉬운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고, 기분 상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래도 지상에서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습니다. 

관계없이는 고된 삶을 재밌게 만들 방법이 없으니까요.


열심히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선녀 옷을 다시 입게 되면 천상으로 갈 생각 뿐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혼자 가진 않습니다. 천상을 그리워하던 아이들도, 천상을 믿지 않던 나무꾼도 관계줄로 꽁꽁 묶어 데려가서 보여줄 작정입니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내가 꿈꾸던 세상이 있었다고 

선녀도 본 적이 너무 오래되어 정말 있기는 한 것인지 스스로의 기억이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결국엔 보여줍니다. 


선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나무꾼을 향해 거드름을 피우며 돌아봅니다. 

그러니 나무꾼이 그러네요. 

내가 천상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아이들 책을 어깨 너머로 얻어 읽으며 오늘도 저는 이렇게 자랍니다.


여러분의 책. 습. 관. 은 어땠어요?

습관삼아 돌아 올게요.

우리들의 책. 습. 관.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05-e2eb10b

https://youtu.be/mhnKpM-MB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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