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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o습o관 Feb 28. 2024

우리들의 책.(습).관. 30 /

책.습.관. 라디오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책.습.관. 강주현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학교에서 저는 졸업생 봉사자 아이들과 함께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졸업한 후에는 더이상 수업을 듣지 않으니 서로 소식을 전하거나 만날 일이 없어 그 때라도 보려고요.

미국은 지금이 대학입시 결과 발표 시즌이에요.

봉사를 오던 졸업생 o 이 최근 대학 합격 소식을 전합니다.

후배 졸업생  가 선배  에게 묻습니다.

무슨 수업 들었어요?

원서는 어디 어디 넣었어요?

운동은 뭐했어요?

학점은 뭐예요?


실컷 질문을 퍼부어 대더니만 갑자기

아 짜증 나요.

할 게 너무 많아요.

얼굴까지 벌게져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아직 2학년인데 뭘 벌써 그래.

하나씩 하면 돼.

하나씩.


꿈을 꾸며 돈을 모읍니다.

아이들 대학등록금

집 수리비

여름휴가 비용

은퇴자금

비상금

등등등


그런데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일이 터집니다.

차 수리비 100만 원이 나오네요.

그럴 바엔 새 차사지.

100만원 짜리 차도 있나?

고쳐야 겠군요.

예상치 못한 차 수리비에

여름 휴가비용도 날아가네요.

 수리비도 날아가네요.

이런 대학등록금이 날아가네요.

은퇴자금도 날아가네요.

비상금도 날아가네요.

등등등도 날아가네요.

줄줄이 엮어서 다 날아갑니다.

차 수리비는 100만 원인데 마음에서 날아가는 것은 몇 천만 원도 되고 몇 억도 됩니다.

갑자기 고장 난 차 하나로 인생의 목표도 꿈도 날아간 것 같습니다.

벌어도 벌어도 모아도 모아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셈이 안 맞잖아요. 

차 수리비는 100만 원인데요.

딱 100만 원만 줄면 되는데 왜 그게 아닌 걸까요?


아차차 나누기를 안 했습니다.

학생 ㅈ 에게는 하나씩 하면 된다고 훈수를 둬 놓고는 정작 저는 나누기를 못해서 신세한탄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훈수는 거울 보고 해야하는 건가봐요.

나누기를 했다면 차수리비 100만 원은 여행 경비 100만 원에서 빠지는 것일 뿐이니 여행 계획만 조금 미루면 됩니다.  

비상금이 있지만 이 정도를 비상으로 칠수 있을까 싶어 만만한 여행 경비를 희생시킵니다. 목적없이 모으는 돈이 비상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돈에 목적이 없을 수가 있나요. 넘쳐나는 것이 돈 쓸 목적인데.

되려 하늘을 날기 위한 숨겨둔 목적 때문에 비상금에 손이 더 안 갑니다. 비상금이 아니라 비자금이었네요.


그래도 애들 학비, 집수리비, 은퇴자금는 지켰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이래서 그토록 나누기 연습을 했던 거군요.

삶의 어려운 일들도 조금씩 나눠서 삼키라고.

초등학교 때 나누기를 못하면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이 어려운 것처럼 

어려운 일을 나누는 연습도 하지 않으면 안 되나 봐요.


지금은 실마리가 안 보이는 일들도

첩첩산중 터지는 문제들도

멀리만 보이는 여정도

하나씩 하다 보면 해결되겠지요.


연식이 오래된 고마운 차를 생각해서 차 앞으로도 조금 떼어 놓아야 할까봐요.

20% 쿠폰이나 얼른 찾아 봐야겠습니다.

비행기 타고 여행 못 가면 자동차 타고 갈 기름값이라도 건져 봐야겠죠.


여러분의 책.습.관.은 어땠어요?

습관 삼아 돌아올게요.

우리들의 책.습.관. 이었습니다.




https://podcasters.spotify.com/pod/show/juhyun0528/episodes/30-e2gd090


https://youtu.be/1R8hRkAkM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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