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록 02
여름의 기록 02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살면서 후세에 명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는 사후의 명성은 아무런 물질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기쁨이라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지금은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 책이 맞는지 모르겠다.) 보험 회사 간부들의 야심 가득한 단체 사진을 통해 미래의 명성을 추구하는 일이 아둔한 자의 어리석음이라고 느끼게 한다. 가수 요조는 어느 방송에서 자신이 죽은 후 자신에 대해 낱낱이 밝혀지는 것과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것 중 전자를 선택하면서 자신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죄다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야망캐였구나.) 호랑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나도 호랑이를 위해 입을 다문다. 호랑이 가죽을 한번도 본 적 없는데, 실제로 보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서글픈 것을 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