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록 03
크리스티앙 보뱅 『가벼운 마음』
글이란 비교적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알듯 모를듯하게 사용하는 건 분명 프랑스 작가들이 가진 특별한 재능인 것 같다. 소설은 복잡하지 않은 줄거리를 은유 가득하고(정확하게 의미가 와닿진 않지만 어쩐지 알 것 같은) 땅에서 오십 센티 정도 떠 있는 것 같은 문장으로 들려준다.
소설을 읽기 전부터 가벼운 마음이란 뭘까, 어떤 마음을 가볍다고 말하는 걸까 궁금했다. 주인공은 ‘무정하다’보다는 ‘가볍다’고 표현이 더 낫다고 말한다. 내 취향과 맞다고 하긴 어렵지만 갖고 싶었고 자꾸 들여다보고 싶었고 다 읽고 나니까 한편 아름다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