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록 08
무언가 내게 딱 맞는 걸 찾아가고 싶다. 나에게 맞는다는 건 그렇게 무거운 의미가 아니다.
어느 소설에서 취향이란 나는 저 사람과 다르다, 나는 타인과 다른 고유의 무엇을 가지고 있다,라는 자아의 표현라고 했다. 고유한 나의 취향이란 실은 이 사람에게서 한 가지, 저 사람에게서 한 가지 가져와서 누더기처럼 기운 조각 맞추기에 불과하며 80억 인구 중 나와 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게 딱히 싫지 않다. 애초에 취향이란 게 ‘표현’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나에게 자아는 숨기고 싶은데 자꾸 튀어나는 무엇, 정돈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는 헤어스타일 같은 것이다. 저주하기엔 지쳐버렸고 발작적인 출몰에도 이성을 찾아야 한다. 그런 것에 굳이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취향은 편안하고 기분 좋고 부담 없는 것이다. 그게 내 취향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