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록 10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복기한다. 최저 시급을 받으며 시간제 노동을 해야 했을 때 하루하루 죽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실제로 사라지고 있었다. 책은 정확하게 그 반대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럼 밥벌이하느라 힘들 때 책을 읽어.라고 하겠지만(쇠고기로 소에게 먹일 사료를 만들자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사람이 지치면 책을 읽지 않는다. 책 읽는 습관이 만들어지지 않은 사람에게 독서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책뿐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하릴없이 숏폼만 들여다본다. 그렇게 점점 사라진다.
네이버에서 대대적으로 숏폼 창작자를 모집한다. 사는 게 더 힘들어질 모양이다. 나도 열심히 릴스를 만들기로 한다. 1인 출판이란 언제든 최저 시급 노동에 체력과 영혼을 빼앗기고 숏폼만 들여다봐야 하는 삶이 기다리는 업종이니까. 그때 난 내가 만든 릴스를 볼 거다.
6월에 책 여섯 권을 읽었다. 지난달 나는 책을 읽으며 용케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