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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Mar 13. 2020

코로나 19를 대하는 아프리카의 자세

"대유행" 코로나 19와 아프리카 각국의 반응

지난 11일, WHO의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 19를 공식적으로 "대유행(Pandemic)"으로 분류하기로 했음을 발표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대유행" 선언의 이유로 전파 속도와 규모, 그리고 몇몇 국가의 불충분한 대응을 들었다. 그는 "대유행이라는 단어는 결코 가볍게 혹은 무심하게 쓸 용어가 아닙니다. 이 단어가 만약 잘못 쓰인다면, 이는 불가피한 공포, 혹은 불합리한 대응의 포기를 초래하여 불필요한 고통이나 희생을 낳을 것입니다."라며 이번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그럼에도 코로나 19는 통제 가능하며,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코로나 19와 함께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이제 어느새 우리의 새 일상이 되어버린 듯한 코로나 19, 한국시간 12일 9시 기준, 전 세계 감염자는 116,308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4,548명이다. 코로나 19는 어느새 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유럽, 그리고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한편, 아프리카에서는 54개국 중 11개국(이집트,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나이지리아, 세네갈, 카메룬, 남아프리카공화국, 토고, 부르키나파소, DR콩고)에서만 확진자가 나온 상태이고, 사망자는 2명이다. 각각 60명의 확진자와 20명의 확진자가 있는 이집트와 알제리를 제외한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확진자 수는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안심하기는 아주 이르지만, 다른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현 상황은 코로나 19의 국제전 전파가 시작된 시점부터 많은 사람들이 보건체계가 취약한 아프리카 대륙에 코로나 19가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예견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누군가는 심지어 이미 아프리카에 코로나 19 환자가 많은데 아프리카 각국 정부는 그 환자를 식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참고로 3월 9일 기준, 54개 아프리카 국가 중 코로나 19를 진단할 수 있고, 관련 의료진 교육을 마친 국가는 43개국이며, 앞선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코로나 19가 아프리카가 아닌,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서구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아프리카에 환자 수가 환자가 없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의 코로나 19 진단 능력과 의료 시설의 양과 질을 생각하면 그러한 문제제기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의심일 수 있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 즉 감염병의 근원이자 빈곤과 저개발의 대륙이라는 뿌리 깊고도 악의적인 편견이 전혀 작용하지 않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아프리카는 많은 부분에서 소위 말하는 '선진국'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최근까지도 에볼라와 콜레라 등 각종 감염병 사태를 다뤄온 만큼 감염병 관리도 다른 대륙 국가들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이쯤 닿으니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프리카 대륙은 현재 코로나 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인터넷에서 아프리카 각국의 코로나 19 대응에 관련된 공보물과 활동상들을 찾아보았다.



나이지리아 (확진자 2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나이지리아는 콜센터 운영, 가짜 뉴스 대응, 대중인식개선 등의 감염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질병통제센터 콜센터 안내문
나이지리아 질병통제센터의 코로나 19 일일상황보고서
나이지리아 질병통제센터의 코로나 19 일일상황보고서
나이지리아 질병통제센터의 가짜 뉴스 대응
나이지리아의 한 전통시장에서 코로나 19 인식개선을 위해 활용된 포스터. Photo: Twitter / @Kadiri19142776
코로나 19 관련 FAQ


한편 나이지리아는 코로나 19가 유행하기 전부터 라싸열(Lassa Fever) 유행과 분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85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144명이 사망했다. 라싸열로인해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치명률이 약 15%에 달하는 위험한 감염병인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확진자 7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대중 인식개선, 확진자 정보 공개,


남아공 보건부의 확진자 관련 정보
남아공 보건부의 확진자 관련 정보
남아공 보건부의 코로나 19 예방 포스터



케냐 (확진자 없음)

아직 확진자는 없지만, 케냐 사회도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엔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이 의심 증세를 보여 자가격리 중인 경우도 있고, 중국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나 가짜 뉴스가 사회문제가 되어 정부가 대응하기도 했다.


WHO에 의하여 코로나 19 관련 훈련을 받는 의료진. Photo: WHO Kenya


방송에 출연하여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손 씻기를 보여주는 WHO 전문가. Photo:  케냐 보건부
방송에 출연하여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손 씻기를 보여주는 WHO 전문가. Photo:  케냐 보건부

코로나 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케냐 내 중국인에 대한 케냐 사람들의 괴롭힘이나 혐오발언이 잦아졌는데, 이에 대해 보건부의 무타히 카궤(Mutahi Kagwe) 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케냐 사람들, 제발 제발 친절해집시다. 사람들을 챙깁시다. 우리는 공감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프리카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막대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이런 차별을 많이 당해왔기 때문에, 차별을 정말 잘 이해하잖아요. 이번엔 (차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지 맙시다.

관련 뉴스 영상: https://youtu.be/roXKSoV_Ow8



콩고공화국 (확진자 없음)

콩고공화국의 코로나 19 대응활동에 대한 정보는 많이 찾을 수 없었지만, 콩고 정부에서 만든 코로나 19 관련 포스터가 인상 깊어 소개한다.



콩고민주공화국 (확진자 1명)

1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콩고민주공화국은 최근까지도 동부 지역에 발생했던 에볼라에 대응해 왔기 때문에, 코로나 19 관련 공항 검역이나 검진 등에 있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킨샤사 국제공항의 검역대. Photo: WHO
DR콩고의 엠뷸런스. 에볼라 환자의 격리 치료 시설로 활용되었던 Kinkole 치료소는 이제 코로나 19 결리 치료 시설로 사용될 예정이다. Photo: WHO


DR콩고 국립생명의학연구소에서 에볼라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Jean-Jacques Muyembe 교수는 에볼라 대응의 경험이 코로나 19 대응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10번의 에볼라 발병을 겪으면서, 확진자가 없었던 지방에조차 여행자를 검역하고 손 씻기를 장려하는 체계가 만들어졌고, 이런 방법들은 코로나 19를 예방하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르완다 (확진자 없음)

오늘 찾아본 국가들 중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르완다였다. 르완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임시 손 씻기 시설을 설치했고, 큰 정부 행사를 일부 취소했으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비한 시뮬레이션도 실시했다.


식당 앞에 설치된 임시 손 씻기 시설. Photo: Twitter / @Nyarugenge
식당 앞에 설치된 임시 손 씻기 시설. Photo: Twitter / @Nyarugenge


코로나 19 예방에 관한 국무총리의 담화문
르완다어로 작성된 코로나 19 예방수칙


아프리카 각국의 코로나 19 대응을 살펴보면서 재미있었던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한국과 달리 마스크보다는 손 씻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사재기 등으로 몸살을 겪은 유럽과 달리 아프리카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상황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각국 시중에선 마스크와 손 세정제 품귀 현상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론에서도 언급했지만, 감염병 유행과 관련해서는 아프리카가 훨씬 더 경험이 많고, 당장 우리가 코로나 19를 겪으며 알 수 있듯 감염병의 대규모 여행은 그 사회의 삶의 양식을 바꿔놓는다. 그렇게 보면 세계가 아프리카를 걱정하기만 할게 아니라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뭐라도 배우려고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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