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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May 20. 2020

결국 선거를 강행하는 부룬디

2020 부룬디 총선 (1) 코로나 19와 부룬디 총선

지난해 말, 2020년엔 아프리카의 선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다뤄보겠다고 예고편까지 올렸는데, 코로나 19가 아프리카 각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2020 African Elections 기획은 개점휴업 중이다. 원래 5월에 다루기로 했던 에티오피아 총선은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이고, 10월 예정된 탄자니아 대선도 원래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2020 African Election 예고편: https://brunch.co.kr/@theafricanist/91)


그런 와중에 부룬디가 5월 총선을 강행한다는 이야기는 일찍이 들었는데, 그게 내일인 줄은 모르고 있다가 부랴부랴 관련 자료를 조사해보았다. 마치 미국 사람들이 코로나 19로 개막이 연기된 메이저리그 대신 KBO를 보듯, 저도 원래 관심 있던 에티오피아 선거 대신 선거를 강행하는 부룬디를 들여다봤는데, 자료가 많지는 않지만 꽤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코로나 19와 선거


민주주의와 선거 지원을 위한 국제 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Democracy and Electoral Assistance, International IDEA)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확산될 무렵인 2월 21일 이후로 지금까지 최소 56개 나라에서 전국 혹은 지역 선거를 연기했고, 이 중 18개 국가는 전국 선거 혹은 국민투표 일정을 연기했다. 한편 최소 23개 국가는 전국 혹은 지방선거를 예정대로 진행했고, 이 중 한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9개 나라는 전국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내일 큰 이변이 없다면 부룬디도 한국과 함께 코로나 19 국면에서도 전국 선거를 치른 나라 명단에 오르게 될 것이다. 


부룬디에서는 3월 31일 최초 확진자 발표가 있은 이후, 약 한 달 반 정도 지난 5월 19일 기준 국내 코로나 19 확진자 수는 42명, 사망자는 1명이다. 이렇듯 수치로 드러나는 부룬디의 코로나 19 확산 상황은 심각하지 않지만 총 검사 횟수 자체가 1천 회 미만이며, 선거운동과 내일로 예정된 투표 과정에서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표로 인해 코로나 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코로나 19 범유행에도 불구, 선거 유세장을 빽빽이 채운 사람들. Photo: Tchandrou Nitanga / AFP


야권은 정부여당이 선거 강행을 위해 코로나 19 실태를 축소 발표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는데, 내일 선거를 위한 코로나 19 예방 지침도 특별히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부룬디 외교부는 WHO 직원들이 부룬디 내정에 간섭했다는 이유로 WHO 부룬디 사무소에 5월 12일 자 공문을 보내 15일 토요일까지 WHO 부룬디 사무소 대표와 3명의 보건 전문가들이 출국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경상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국도 크기에 1천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부룬디의 내일 선거 유권자는 약 500만 명 이상이며 수요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릴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후 5월 26일과 6월 4일에 각각 가결과와 공식 결과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은쿠룬지자의 후계자와 6명의 경쟁자들


이번 선거는 15년 동안 대통령을 지낸 은쿠룬지자가 출마하지 않는다는 점 만으로도 흥미롭고 의미가 크다. 은쿠룬지자의 불출마 선언에는 지난 선거의 경험이 컸으리라 보이는데, 은쿠룬지자 대통령이 논란의 3선 도전을 했던 2015년 대선은 대규모 민중시위, 쿠데타 시도 등으로 얼룩졌고, 수십만의 난민 또한 발생했다. 부룬디의 현행법상으로는 대통령의 3선이 불가능한데, 당시 은쿠룬지자는 그가 2005년 첫 번째 대통령이 될 때 국민투표가 아닌 의회에서의 간접 선거를 통해 당선이 되었기 때문에, 해당 임기는 횟수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고, 이 문제는 결국 부룬디의 헌법재판소로까지 넘어갔다. 헌법재판소는 은쿠룬지자의 주장이 맞다는 판결을 냈지만, 이 과정에서 재판관이 위협을 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로 망명한 사건도 있었고, 대다수의 재판관이 은쿠룬지자가 지명한 재판관이었다는 점에서, 시위에 나온 많은 사람들은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2020 부룬디 대선 후보들


이러한 은쿠룬지자와 여당 CNDD-FDD(The National Council for the Defense of Democracy–Forces for the Defense of Democracy,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전국 의회-민주주의 방위군)은 퇴역 군 장성인 에바리스테 은다이쉬미예 (Evariste Ndayishimiye, 52세)를 대통령 후보로 세웠다. 


여당 에바리스테 후보 보스터


대놓고 '은쿠룬지자 대통령의 후계자'임을 내세우는 에바리스테는 전 반군 지휘관과 내무부 장관(2006년-2007년)을 지낸 경험이 있고, CNDD-FDD의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에바리스테의 가장 강력한 상대로 꼽히는 후보는 CNL(National Council for Liberty, 자유를 위한 민족위원회) 후보인 아가손 르과사(Agathon Rwasa, 56세)인데, 그 또한 부룬디 내전 당시 후투 반군 출신이며, 국회 부의장을 지낸 바 있으며, 2015년에도 야당 후보로 출마하여 19% 득표를 기록하기도 했다. 

야당 아가손 르과사 후보 포스터


이렇게 가장 유력한 후보 둘 외에도 전직 대통령(2003년-2005년)인 Domitien Ndayizeye(Kira Burundi Coalition)와 전직 부통령 Gaston Sindimwo (Union for National Progress), 전 국회의장 (1995년-1996년) Léonce Ngendakumana (Front for Democracy in Burundi) 등이 출마했지만, 기사에서는 이렇다 할 활동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월, 부룬디 국회는 피에르 은쿠룬지자 대통령에게 "애국심의 최고 지도자 (Supreme Guide for Patriotism)"라는 새로운 직책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 국가 독립과 애국심 강화, 국가 통합에 관련된 일에 대해선 은쿠룬지자 대통령이 조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로써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법적으로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국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과연 '후계자' 에바리스테가 당선 이후에도 그의 영향력 아래 놓이길 원할지, 혹은 이변이 생겨 아가손 후보가 당선되어 정면충돌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모쪼록 내일 진행되는 부룬디 대선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치러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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