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시민, 남 탓만 일삼는 미국 트럼프 정권

#BlackLivesMatter #icantbreathe #반면교사

지난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경찰에 의해 흑인이 이유 없이 살해당하거나 과잉 진압을 당하는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어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 '숨을 쉴 수 없어요'(I can't breathe)라고 말하다가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상은 수많은 사람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서로 마주 보고 선 시위대와 경찰. Photo: Reuters/Jonathan Drake

이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집회는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트럼프 정권은 집회 참여자를 폭도로 규정하며, 언제든 체포하고 발포할 구실을 찾고 있는 듯하다.

5월 31일 기준 미국 내에서 조지 플로이드 관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 현재까지 120개 주에서 시위가 일어났고, 21개 주에 방위군이 파병되었다.Graphic: 알자지라

트럼프는 지난 29일, 인종차별 규탄 집회 참여자들을 '깡패들(Thugs)'이라 부르며,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될 것'이라며 시민들을 협박했다. 트위터는 이 트윗을 '폭력 미화 행위'에 대한 운영원칙 위반으로 판단했지만 공익을 위해서 공개해두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권의 트렌드는 '남 탓'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책임은 WHO에 돌리더니, 이번 대규모 집회의 책임은 '외국의 적대세력'으로 돌렸다. 미국의 안보 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최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더불어 짐바브웨를 외국의 적대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듯한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소셜미디어에서 외부 세력이 불안을 조장하고 분노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 "저는 외국의 적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짐바브웨든 중국이든 당신과 우리의 차이는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경관이 수사받고 기소되며 공정한 심판을 받으리라는 것입니다. (중략) 평화롭게 시위하고자 하는 미국인들은 그들의 정부에게 시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평화로운 시위로 인해 구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당신과 우리의 차이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일로 짐바브웨 외교부는 짐바브웨의 미국 대사 브라이언 니콜라스를 초치했지만, 면담 이후 미국 대사는 성명을 통해 조지 플로이드 살해에 대한 정의 실현을 위해 미국 대통령 이하 모든 공직자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짐바브웨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 Patrick Nabanyama, Itai Dzamara, Paul Chizuze를 위한 정의가 실현될지 궁금해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짐바브웨의 인권 탄압을 비난했다. 언급된 세 사람은 각각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 시절 그에 맞섰던 야당 정치인, 언론인, 인권활동가이며 모두 실종되었다.

짐바브웨 외교부 장관 면담 직후 미국 대사관에서 발표한 성명서

미국의 주장대로 짐바브웨에는 야권 인사들을 타깃으로 하는 인권 탄압이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에 소속된 사람들이 짐바브웨에 인권을 가르칠 수 있을까? 아마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정권과 짐바브웨의 음난가과 정권이 가장 발전적으로 맺을 수 있는 관계는 '반면교사'하는 관계일 것이다.

나는 미국 내 인종차별을 강력히 규탄하며, 현재 거리에 나와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지지한다.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는 집회를 평화냐 폭력이냐는 프레임이 가두기보다는, 사람들의 분노와 그 분노의 뿌리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연대하고자 한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폭동은 목소리를 잃은 자들의 언어"(a riot is the language of the unheard)라고 했다. 사람들이 폭동을 비난하는 만큼 우리 사회에서 계속되어온 차별을 비난해야 한다고 했다.

저는 미국인들이 폭동이 갑자기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폭동을 비난하는 것만큼 우리 사회에 지속되는 특정한 조건들 또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폭동은 목소리를 잃은 자들의 언어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듣지 못한 목소리는 무엇일까요? 가난한 흑인들의 곤궁이 지난 몇 해 동안 심해졌다는 것을 듣지 못했습니다. 자유와 정의에 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듣지 못했습니다. 백인 사회가 정의와 평등, 인류애보다 평온함과 현상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여름의 폭동은 겨울에 미뤄진 것들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미국이 정의 실현을 미루는 만큼, 우리는 폭력과 폭동이 계속 계속 반복되는 상황에 놓일 것입니다. 사회 정의와 진보는 폭동을 예방을 절대적으로 보장합니다.  - 마팅 루터 킹 주니어 The Other America (1967)

Rest in Power, George Flo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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