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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Dec 31. 2020

소중함 소소함

[잡지] 소소함(소소한 소셜섹터 이야기함) 001호 / 겸사겸작

소셜섹터의 첫 잡지, 소한 셜섹터 이야기함-소소함을 받은 지 두 달 정도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후루룩 읽었다. 진즉에 읽어볼걸 했다.


「소소함」 1호의  표지. 출처: 「소소함」 1호



발 빠른 소소함


「소소함」을 받았을 때 '이게 이렇게 빨리 나왔단 말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6명으로 구성된 '겸사겸작'팀의 「소소함」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의 월드프렌즈 NGO봉사단 귀국단원 프로그램인 '하다'의 프로젝트 지원사업 결과물인데, 이 사업에 선정된 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7월 중순이고 이 잡지가 나온 것은 10월 말이기 때문이다. 

귀국단원 프로그램 "하다". 출처: KCOC


당시 나는 국개협UP팀의 일원으로 서울시NPO지원센터의 활동가 연구 지원사업인 '활력향연'에 참여하며 근 6개월째 연구보고서 작성에 허덕이고 있던 터라 겸사겸작의 발빠름이 특히 인상 깊었다. (다행히도 이 연구는 마무리되어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http://www.snpo.kr/bbs/board.php?bo_table=npo_aca&wr_id=4496&sfl=wr_14&stx=%EB%8F%84%EC%8B%9C%EC%9E%AC%EC%83%9D)


겸사겸작의 「소소함」과 국개협UP의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2030활동가의 활동 실태와 지속가능성 연구」뿐만 아니라 올해는 유독 국제개발협력분야의 활동가들이 만든 콘텐츠가 많이 나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로 나갔어야 할 사람들까지도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로 나갔어야 할 사람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어서 그런지, 올해는 국제개발협력분야의 활동가들이 만든 콘텐츠가 유독 많았다. 8월에는 국제개발협력 뉴스레터인 '김치앤칩스'와 팟캐스트 '방구석 개발협력'이 시작했고, 10월엔 「소소함」이 책으로 나왔고, 'development worker'들의 이야기를 담은 팀명과 같은 이름의 비정기 잡지를 준비하는  '좋은 일 하시네요' 팀이 창간호에 실릴 글 일부를 선공개했으며, 11월엔 국개협UP이 연구보고서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를 냈다. 


이 외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작당들이 더 있겠지만, 내가 아는 선에선 겸사겸작팀이 올해 가장 빠르게 물리적인 결과물(종이 잡지)을 내놓았다. 나는 이들의 빠름이 좋았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성과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으면 지치기 마련이다. 각자의 생업에 바빴을 텐데도 '겸사겸작'팀은 '벌써?'란 생각이 들만큼 빠르게 1호 잡지를 발행했고, 나는 이들이 한번 손맛을 봤기 때문에 2호와 3호, 그 뒤로도 계속 잘 해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소소함


「소소함」은 소셜섹터에 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의 이야기(인터뷰)를 통해 풀어나간다. 


<소소함>은 '소소한 소셜섹터 이야기함'이라는 의미에요. 우리는 이 이야기함을 통해 비록 작아 보이지만, 어쩌면 크나큰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값 비싸지는 않지만 우리의 어떤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오래된 편지함처럼 말이에요. 이 함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이야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많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해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가 잠시 뒤로했던, 혹은 꺼내기 불편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 편집자의 편지 中


소셜섹터 첫 번째 잡지의 첫 번째 글은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 때와 지금 그 중간에서'라는 제목의 인터뷰이다.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그 때와 지금 그 중간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는 '길잃은엔프피'님의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인양 공감하며 읽었다. 사실 '길잃은엔프피'님은 친한 사람이라 자주 이야길 나누곤 하는데, 마주했다면 낯간지러워서 하지 않았을 속 얘기를 지면을 통해서 들을 수 있어 좋기도 했다.


국제개발 일이 특히,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힘들지만 현지에서 마음을 나누었던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그 사람들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 본부에 있다 보니까 마을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줄고, 서류 작업에 더 매몰되다 보니 그 때 나누었던 정이 더 많이 떠오르죠. - 길잃은엔프피


그 뒤로는 모금, 해외 현장, 조직 문화, 중도귀국, 환경, 퇴근 후 일상을 주제로 하는 인터뷰가 이어지는데, 이 이야기들도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되어 인터뷰이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다들 가깝게 느껴졌다. 조금 쑥스럽지만 솔직하게 풀어놓는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대단한' 사람의 무용담으로 구성되어있었다면 나는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덮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꽤나 듣는 그런 '성공사례', '멘토링', '전문가의 이야기는 항상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소소함」1호의  목차. 출처: 「소소함」 1호



따듯한 소소함


「소소함」의 시각은 내내 따듯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상처 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소소함은 따듯한 위로를 건네는 것만 같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괜찮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조직문화에 대해 인터뷰이 '오원'님은 조직문화로 어려움을 겪는 활동가들에게 "이것은 조직적인 문제라 개인이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문제를 겪더라도 본인이 용기가 없어서 해결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전했고, 해외봉사단 중도귀국에 대한 인터뷰 "돌아와도 괜찮아"에서 중도귀국을 경험한 '꼬깔콘'님은 중도귀국을 한 사람들 혹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중간에 그만 둔다고 해서 너무 내 자신을 세차게 몰아칠 필요도 없고, 이 결정 또한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도 내가 나아가는 과정 중에 일부라고 여기면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했어요.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귀국을 결정하게 된다면, 마음의 짐을 너무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봉사를 위해 타국으로 떠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결정이에요. 중도귀국을 한다고 해서 내가 실패한 것도 혹은, 잘못한 것도 아니에요. 누구에게나 사정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본인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세요. 사람이 넘어질 때도 있고, 또 일어날 때도 있는거죠! - 꼬깔콘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 '중도귀국'은 종종 실패와 포기와 같은 의미로 쓰이곤 하는데, 꼬깔콘'님의 말처럼 '중도귀국'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파견된 사람이 바뀌게 되면 사업 관리의 측면에서는 물론 약간의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생기긴 하겠지만, 어떤 사람을 망가뜨려가면서까지, 어떤 이유로든 귀국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을 억지로 앉혀가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외 현장은 나가기 전까진 내가 얼마나 그곳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정해진 파견 기간이 있긴 하지만, 각자 자신이 건강하고 사람들과 긍정적인 가치를 나누며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는 것은 활동가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도귀국'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각자 나름의 해외 활동기간을 마치고 귀국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중함 소소함


'차별성'과 '전문성'을 드러내며 자신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이 분야의 생존 전략처럼 되어가는 분위기와 달리 제목부터 '소소한 소셜섹터 이야기함'인 「소소함」은 겸손하다. 


하지만 「소소함」은 사실 셜섹터 요한 이야기(소중함)이다. 그동안 '선배'나 '전문가', '고수'들에 비해 발언권을 많이 갖지 못했던, 소위 말하는 '실무자'들의 고민, 요즘 관심 가는 트렌드, 경험담, 사는 이야기는 우리 분야의 오늘이자 내일이기에 중요하다. 


「소소함」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눴으면 한다. 우리에겐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소소함」의 창간호는 아래 링크에서 만날 수 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ztXUIqzbKdfXjjtynlwGZaGIqAkNJz1W/view?usp=drives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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