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바리 Jan 05. 2021

아프리카 2021

아프리카 대륙 각국 정상들의 신년사

얼마 전 새해를 맞아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2013년 탄자니아에서 일할 때 우리 사업의 매니저였던 다마스 선생님이 댓글로  "Nakutakiwa Mafanikio mwaka 2021(나쿠타키와 마라니키오 므와카 2021)"라며 새해 인사를 건넸다. 2021년엔 많은 성취/성공을 거두길 바란다는 의미의 스와힐리어 표현이다. 


탄자니아와 케냐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스와힐리어에는 아마도 다양한 새해 인사가 있을 텐데, 내가 기억하는 건 "Heri ya Mwaka Mpya(헤리 야 므와카 음퍄)"뿐이라, 이 말로 다마스 선생님께 답글을 달았다. Heri는 '행운'이고 Mwaka는 '해(年)', Mpya는 '새로운'이란 뜻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뜻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아래는 탕가 북동부의 탕가라는 도시에서 유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Tanga Fresh가 트위터에 올린 새해 기념 트윗인데, "Heri ya Mwaka Mpya"도 보이고, 그 아래로 "Mwisho wa safari moja, mwanzo wa safari nyengine(므위쇼 와 사파리 모자, 므완조 와 사파리 넹기네)"라는 표현도 보인다.


출처: Twitter/@TangaFresh


Mwisho는 '끝'을, mwanzo는 '시작'을 뜻하는 단어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safari는 '여행'이란 뜻이다. 그리고 moja는 '하나', nyengine는 '또 다른'이란 뜻이다. 합쳐보면 "한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라는 문장이 완성된다. 약간은 클리셰처럼 느껴지지만 스와힐리어로 만나니 새롭고 조금 설레기까지 했다.  


이주위기와 기후위기, 고용위기 등 각종 위기조차 세계화된 시대이지만, 얼마 전 끝난 Safari인 2020년처럼 모두가 같은 위기를 겪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세계'대전이라고 이름 붙은 두 전쟁조차도 사실 전 세계에 이렇게까지 영향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함께 어려운 한 해를 보냈던 아프리카 각국의 정상들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지자는 신년사를 내놓았다.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출처: Twitter/@MBuhari
나의 동료 국민 여러분,

먼저 2020년 우리를 굽어 살피시고 또 다른 새해를 보게 해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2020년은 우리가 국가가 된 이후로 가장 고된 시기 었기에 특히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 범유행은 우리 인류에게 큰 고난이었고, 이는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들도 같을 것입니다. 

2020년은 아주 힘든 해였지만 우리 국가의 단단함과 어려운 시기에서도 생존해내는 능력을 시험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또한 2021년 그리고 그 이후로도 닥칠 수 있는 어떠한 폭풍에도 또다시 용감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 해이기도 합니다. 

2021년 새해 우리 앞에 놓인 기회를 축하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해를 맞지 못한 채 떠난 우리 형제와 자매들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그들의 영혼이 완전한 평화를 누리며 편히 잠들길 바랍니다. 

2020년 10월 1일, 나이지리아가 독립주권국가가 된 지 60주년이 된 것을 축하했던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국내외 많은 석학들이 채 몇 년을 생존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 1960년 10월 1일 세계 무대에 등장한 신생국은 이들을 반박이라도 하듯 건국과 위대함으로의 쉽지 않은 여정을 해온 국가라는 것을 희망과 감사의 정신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중략)

나이지리아의 하나 되는, 함께하는 그리고 통합의 정신이 영원하길, 나이지리아 연방 공화국이 영원하길. 행복하고 번영하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트위터에 올라온 부하리 대통령의 신년사 아래로는 약 3천400여 개의 답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IFB"라고 적혀있었다. 


IFB라는 댓글로 도배된 부하리 대통령의 신년 트윗. 출처: Twitter/@MBuhari

IFB는 "I Follow Back"의 약자로, 나의 계정을 팔로우해주면 나도 맞팔(팔로우 한 상대를 팔로우하는 것)하겠다는 의미인데, 그냥 스팸이라기엔 너무 많은 이들이 부하리 대통령의 트윗에 IFB를 달고 있었다. 그래서 이게 원래의 뜻과는 다른 맥락인지를 구글링 해보았더니 나이지리아 시민들이 일부러 부하리 대통령의 트위터에 이런 답글을 달며 대통령의 발언을 불신하고 전혀 기대되는 것도 없다는 것을 표현한다는 해석을 몇몇 기사에서 볼 수 있었다. 지난해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 반대하며 #EndSARS운동을 전개했던 나이지리아 시민들은 얼핏 보기엔 사소하거나 장난처럼 보이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일상적 저항(Everyday Resistance)'을 이어나가고 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출처: Twitter/@UrugwiroVillage


출처: Twitter/@PaulKagame
유례없는 어려움이 있었던 2020년이었지만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아갔고, 자신감으로 새해를 맞이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애국심 덕분에 새해는 방금 지나간 지난해보다 나을 것입니다.

-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출처: Twitter/@PresidencyZA


나의 동료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민 여러분,

이제 끝에 가까워진 해를 돌이켜보자니, 우리가 알던 세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지구 어느 구석에도, 우리나라 어디에도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코로나19는 삶을 초토화하고 생계를 파괴했으며, 엄청난 고통을 안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배고픔과 빈곤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동시에, 코로나19는 우리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범유행은 우리 사람들의 협력과 단결, 공동의 노력을 위한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세계 각국이 정보와 자원을 나누기 위해 함께 일했습니다. 

우리 대륙에서는, 아프리카연합의 리더십 아래 범유행 공동 대응을 위해 함께했고, 모든 국가들이 필수적인 의료 물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세계로 나아가 아프리카의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회복을 위한 부채 탕감과 자금 조달에 애썼습니다. 

이 유례없는 위기 앞에서, 남아공 사람들은 '우분투'의 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 자원을 기부하며 서로의 복지에 대한 책임을 졌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여건과 아주 짧은 시간에도 가난한 가족들을 돕고, 직장을 지키며 비즈니스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국가의 자원을 모았습니다. 

(중략)

다가오는 해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19 감염의 두 번째 유행을 겪고 있고, 이는 첫 번째 유행보다 더 심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백신 개발의 진전으로 많은 용기를 얻긴 했지만, 우리는 이 범유행이 끝나기까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가오는 해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과 회복력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공동의 선을 위해 통합하고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새해를 맞이하며 챙겨야 할 것이자 우리를 승리하고 번영하게 할 것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2021년 되십시오.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에머슨 음난가과, 짐바브웨 대통령


출처: Twitter/@edmnangagwa


회고와 기념의 시간, 우리 위대한 나라의 성공과 번영을 위해 봉사하고 일할 것을 다 같이 다시 한번 다짐해봅시다.  

통합과 평화 그리고 조화 속에서 우리를 가로막는 그 어떠한 어려운 시간과 상황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야당 MDC-T가 법원의 판결 내용을 충족하는 전당대회를 열었습니다.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더글라스 음원조라 의원에게 공식적이고 개인적인 축하를 전합니다.

현재의 정부에 건설적으로 참여하며 야권 정치 지형을 바꾸겠다는 그의 선언은 특히 주목할만 합니다. 이는 원한의 정치가 도사리고 있는 우리나라를 위한 아주 바람직한 행보입니다. 

여당 ZANU PF와 정부는 음원조라 의원과 MDC-T의 지도부가 우리나라의 성장과 번영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과거 파괴적인 정치에 머물러 있는 이들과 MDC-T의 훌륭한 행보로부터 배우길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호소합니다. 야권에 있다는 것이 과도한 반대나 대립, 분열, 그리고 국가와 국민에 대한 불충을 의미하는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에머슨 음난가과, 짐바브웨 대통령


짐바브웨 음난가과 대통령의 신년사는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매우 구체적이고 한 사안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최근 짐바브웨의 야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펴보면 음난가과 대통령의 발언이 더욱 흥미롭다. 


MDC-T(Movement for Democratic Change–Tsvangirai)는 짐바브웨의 주요 야당으로, 1999년 로버트 무가베 정부의 헌법 개정안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반대운동을 펼치며 조직된 MDC 당에서 갈라져 나온 정당이다. MDC의 두 분파인 MDC-T와 MDC-N은 2017년 군부 쿠데타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37년의 집권을 끝내게 된 직후 치러진 201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MDC Alliance를 조직해 40세의 젊은 후보 넬슨 차미사(Nelson Chamisa)를 후보로 내 여당 ZANU-PF의 음난가과 후보와 경쟁했지만 선거에서 패했다. 


여기에 선거를 앞두고 2018년 2월, 대선에서 MDC의 수장으로 무가베와 세 번이나 맞붙었던, MDC-T에서 T를 의미하는 Morgan Tsvangirai가 병환으로 사망하면서 MDC-T와 MDC Alliance는 야권의 리더십을 놓고 여러 정치인들이 경쟁하면서 극심한 분란에 빠졌고, 그 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최근 있었던 MDC-T의 전당대회는 당대표 후보자들이 당선자 음원조라 의원이 선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한 후보는 당직자에게 뺨을 맞는 등 혼란한 와중에 치러졌는데, 굳이 음난가과 대통령이 이 일을 언급하고 칭찬한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2018년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MDC Alliance의 넬슨 차미사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장


출처: Twitter/@AUC_MoussaFaki


새해를 축하하며 #AfCFTA, #아프리카단일시장에서의 역사적이고 공식적인 #무역시작을 발표합니다. #우리가원하는아프리카를 향한 경제 통합의 여정이 이제 정말 시작되었습니다. 용기와 결의로 새해를 맞는 여러분들께 평화를 기원합니다. 

-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장

        

무사 파키 마하마트(Moussa Faki Mahamat)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장은 2021년 1월 1일 공식적으로 발효된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지대(African Continental Free Trade Area, AfCFTA)를 축하하며 새해를 열었다. 


AfCFTA는 원래 2020년 7월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범유행으로 인해 미뤄졌고, 1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고 관세 감축도 서서히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AfCFTA가 정말 자유무역지대의 역할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55개국 중 에리트레아를 제외한 54개국을 포함하는, 세계무역기구(WHO)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무역지대가 출범한다는 그 자체로도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2020년에도 아프리카 대륙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더 공부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던 일들이 많은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하지만 2021년에도 "아프리카니스트"는 아프리카를 읽고 쓰며 생각할 것이다.


https://facebook.com/theafricanist/


매거진의 이전글 내전 위기의 에티오피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