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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Jan 27. 2021

아프리카의 버니 샌더스

아프리카 대륙에도 상륙한 샌더스 밈

현지 시각으로 1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식을 가졌으니 지금쯤이면 이날 화재가 된 '샌더스 밈(meme)'은 화제가 시시각각 바뀌는 인터넷 세상에선 '다 쉰 떡밥'이어야 하는데, 나는 오늘도 새로운 샌더스 밈을 보고 피식했다.


취임식의 버니 샌더스. 원본사진. Photo: BRENDAN SMIALOWSKI/AFP via Getty Images


새해, 올해는 더 나을 거란 희망을 품고 있던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 연방의회 점거라는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사태를 일으켰고, 사람들은 그동안 '아프리카'에서만 의심하던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미국에서도 걱정했다. 다행히도 코로나19로 어차피 성대하게 열리기 어려웠을 대통령 취임식은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졌고, 조 바이든과 카말라 해리스는 대통령과 부통령에 각각 취임했다. 이날 많은 이들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가장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사람은 단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다들 한껏 차려입고 모인 취임식장에서 홀로 카키색 등산 점퍼를 입고 손모아장갑을 낀 채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좌파 정치인'의 존재감을 온몸으로 드러낸 버니 샌더스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후 그의 손모아장갑이 지역 교사가 2년여 전 스웨터 털실을 풀어 직접 짜 선물한 장갑이고 점퍼도 지역 기업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추가로 전해지며 몇몇 사람들은 그의 복장이야말로 기후 위기 시대 취임식에 가장 어울리는 복장이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 현상에 대해 버니 샌더스는 "버몬트에선 사람들이 따듯하게 입는다. 버몬트 사람들은 추위를 잘 알고, 멋진 패션은 잘 따지지 않는다. 우리는 따듯하길 원한다"(You know in Vermont, we dress warm, we know something about the cold, and we’re not so concerned about good fashion, we want to keep warm. And that’s what I did today)라 말했다고 한다.


암튼 버니 샌더스의 손모아장갑 사진은 인터넷 세상을 떠돌며 그를 왕좌의 게임부터 연방의회 점거 현장,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장까지 여러 곳에 데려다 놓았다.

왕좌의 게임과 버니 샌더스. Photo: Twitter/원작자 불명
미국 연방의회 점거 현장의 샌더스. Photo: Twitter/원작자 불명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장의 샌더스. Photo: Twitter/@USEmbassySeoul



이런 전 세계적 열풍에 빠질 수 없었던 아프리카 대륙의 네티즌들도 기발한 '샌더스 밈'을 만들었다.


Photo: Twitter/원작자 불명

이렇게 트럭 뒤에 탄 채 남아공을 여행하는 샌더스부터


캡쳐: Twitter/@d1_890

2시로 예정된 나이지리아 결혼식에 2시에 도착한 샌더스,


Photo: Twitter/원작자 불명

코끼리를 만난 샌더스,


Photo: Twitter/@StringaToothpick

케냐를 방문한 방문한 샌더스까지 다양한 곳에서 샌더스를 만나볼 수 있다.


혹시 샌더스가 정말 아프리카 어느 국가를 방문한 사진은 없을까 싶어서 검색해보았는데, 아쉽게도 실제 방문 사진은 찾을 수 없었다.



아프리카 네티즌들이 만든 '샌더스 밈' 중 개인적으로 가장 '고퀄'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트위터리안 Droid(@droid254)의 밈 시리즈였는데, 하나하나가 뜯어보면 아주 주옥같다.



케냐 유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샌더스 


Photo: Twitter / @droid254

이 사진은 3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케냐의 유명 코미디언이자 유튜버인 Jalang'o의 토크쇼 "Bonga na Jalas"의 한 장면에 샌더스를 합성한 것이다. Jalang'o는 항상 이 햐얗고 조금은 과한 디자인의 의자에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Bonga na Jalas의 한 장면. 캡쳐: 유튜브: Jalango TV

https://www.youtube.com/channel/UCFG1zHs55s1my124O3Nk9DQ



우간다 무세베니 대통령과 시간을 보내는 샌더스

Photo: Twitter / @droid254

얼마 전 대선에서 '보비 와인'으로 알려진 가수 출신의 정치인 로버트 챠굴라니를 꺾고 6선에 성공한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와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는 샌더스. 줄지어 늘어선 의전 차량과 대비되게 매우 여유로운 무세베니의 모습과 그 앞에 합성된 화덕과 냄비의 부조화가 흥미롭다. 원본 사진은 2016년 찍힌 사진인데, 무세베니는 이렇게 도로 한편을 막고는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6/jul/12/ugandan-president-stops-traffic-for-phone-call-twitter-explodes)

 

당시 이 사진은 #UOT (Ugandans in Twitter) 사이에서 굉장히 유행했는데, 사람들은 그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한 분노를 #M7challenge라는 풍자로 승화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발음이 비슷한 M7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m7challenge. Photo: Twitter/원작자 불명
#m7challenge. Photo: Twitter/@ItsMainaKageni
#m7challenge. Photo: Twitter/원작자 불명


방역이 철저(?)한 케냐 마타투에 탑승한 샌더스

Photo: Twitter / @droid254

위 사진은 지난해 4월 케냐의 마타투(케냐의 미니버스) 내부 모습에 샌더스를 합성한 것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람들 손에 손세정제를 뿌리는 승무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시는 케냐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시점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잘 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케냐 이야기와 별개로, 샌더스가 마스크를 조금 삐뚤게 쓴 것도 '샌더스 밈'을 한층 재밌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



오토바이 택시를 탄 샌더스

Photo: Twitter / @droid254


뛰어난 이동성과 부르면 달려오는 편의성으로 아프리카 각국 시민에게 아주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사랑받는 오토바이 택시는 동아프리카에선 '보다보다', '피키피키', '모토'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샌더스가 합성된 세이프보다(Safeboda)는 케냐와 우간다에서 카카오택시나 우버처럼 스마트폰 어플로 호출할 수 있는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이다. 보다보다는 '국경을 오간다(border to border)'는 뜻에서 온 표현이라고 한다.


마땅히 잡을 곳이 없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면 기사의 옷자락이나 오토바이 뒷부분의 손잡이를 잡기 마련인데, 숙련된(?) 승객분들은 저렇게 팔짱을 낀 채로 타곤 한다. 물론 그렇게 타면 매우 위험하니 아무리 오토바이 택시를 많이 탔더라도 그러지 않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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