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나이지리아의 대규모 납치 사건 #BringBackOurGirls
또 나이지리아에서 여학생 대규모 납치가 일어났다.
나이지리아 기준 2월 26일 새벽, 백여 명의 무장한 괴한들이 나이지리아 서북부의 잠파라(Zamfara) 주의 장게베(Jangebe) 공립 여학교에 침입, 317명의 여학생을 납치했고, 주말이 지나도록 아직 이 학생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 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한 정부의 작전이 진척을 보이고 있다며, 곧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라 주장했지만, 흘러가는 시간과 확인되지 않은 채 떠도는 허위 정보에 납치 학생 가족과 지역사회는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학생 납치 사건은 2014년 일어나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테러단체 보코 하람(Boko Haram)의 치복(Chibok) 공립학교 여학생 납치 사건 이래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증가세에 있다. 심지어 이번 장게베 여학생 납치 사건은 최근 3개월간 세 번째로 일어난 대규모 학생 납치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칸카라(Kankara) 지역에서 300여 명의 남학생이 납치되었다가 일주일 만에 모두 풀려났고, 올해 2월에는 카가라(Kagara) 지역에서 납치된 남학생과 그 가족 40여 명이 10일 만에 풀려났다.
이렇게 다행히도 몇몇 학생은 돌아왔지만, 무장단체에 납치되어 수년째 돌아오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2014년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치복 여학생 납치 사건의 경우, 납치된 276명 중 100명 이상이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2017년 납치된 답치(Dapchi) 여학생 100여 명 중 이슬람 개종을 거부한 크리스천 레아 샤리부(Leah Sharibu)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납치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라고스의 지정학 연구소인 SB Morgen은 2016년 1월부터 2020년 3월 사이에 최소 백억 원(1,100만 달러)이 납치범들에게 몸값으로 전달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을 정도로, 납치는 무장단체의 주요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최근 악화된 안보 상황으로 무장단체의 활동이 증가하고 이들에 의한 납치 사건 또한 증가하고 있다.
※ SB Morgen의 "나이지리아의 납치 문제: 나이지리아 납치 산업의 경제"는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sbmintel.com/wp-content/uploads/2020/05/202005_Nigeria-Kidnap.pdf
납치 사건, 특히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학생 납치 사건이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이는 아이들을 학교에 못 가게 할 뿐 아니라 어린 나이에 일을 하거나 여자 아이의 경우 조혼의 피해자가 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AFP와의 인터뷰에서 잠파라의 구사우 대학교(Gusau University) 역사학 강사이자 여섯 아이의 아버지인 무탈라 루파이(Murtala Rufai)는 "더 많은 아이들이 두려움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있어요. 다음 학교가 어디가 될지 모르잖아요"라고 말했고, 이미 '서양식 교육'에 반감을 가진 보수 무슬림 가정의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납치사건)은 그들(보수 무슬림 학부모)에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이른 나이에 결혼이나 일을 시킬 이유를 더해줬어요."
많은 연구자와 언론인들이 내놓은 논문과 기사를 살펴보니 나이지리아에서 납치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자료: Okengwu, K. (2011) Kidnapping in Nigeria: Issues and Common Sense Ways of Surviving. Global Journal of Educational Research 1(1). pp1-8., Abdulkabir OS (2017) Causes and Incisive Solutions to the Widespread of Kidnapping in Nigeria Current Administration: Under Scholastic Scrutiny.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and Public Affairs 5(2), AFP (2021.2.27) By targeting Schools, Nigerian Kidnappers Put Country at Risk. 등)
1) 높은 청년 실업률
나이지리아의 청년 실업률(15-24세의 실업률, 국제노동기구(ILO) 데이터)은 2013년 9.8%에서 2020년 14%까지 뛰어올랐다. 실업 상태가 길어져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은 무장단체나 폭력을 권력 창출에 이용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도구이며, 청년들은 살기 위해서, 혹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범죄의 길에 들어선다.
2) 빈곤과 빈부격차
나이지리아는 경제 규모로도 보유한 자원의 규모로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이다. 나이지리아의 부자들은 세계 각국을 누비고 대궐 같은 집에서 호화로운 삶을 살지만, 나이지리아 국민의 약 40%인 8,300만여 명은 1년에 381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빈곤선 아래에 위치할 만큼 가난하게 살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응당 기본적인 생계 지원을 해줘야 할 정부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일자리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지고 있던 도덕을 내려놓는다. 나이지리아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정부패와 폭력을 이용해 그 자리까지 올라갔기에 이미 사람들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돈을 벌어서 좋은 삶을 만들어가야겠다는 기대를 놓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벌일 수 있는 납치는 '인생 역전'을 위한 큰 '한방'처럼 보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SB Morgen의 보고서에 따르면 납치 사건의 몸값은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20억 원(2019년 납치되었던 Enugu지역 정치인)까지도 지급된다.
3) 부패한 정치인과 토호
한 연구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이지리아의 선거는 마치 '전쟁'과 같다. 이 '전쟁'에는 지역사회의 각종 사조직과 무장단체가 동원되는데, 유력 정치인의 후원과 비호 아래 이들은 상대 후보 세력을 폭행하거나 납치하며 때론 살해하기도 한다. 선거 시기 이외에도 정치인과 지역에서 오랜 기간 군림해온 토호는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국가의 자원이나 권력을 활용하여 특정 세력의 지지를 얻고, 필요에 따라선 불법적인 행동에 사람들을 동원한다. 이렇게 부패한 정치인이나 토호와 함께 성장한 범죄/무장 단체들은 정치인의 묵인 혹은 그 정치인의 통제 밖에서 날뛰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폭력을 저지른다.
장게베 여학생 납치 직후, 부하리 대통령은 이번 납치 사건을 마지막 납치 사건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오랜 폭력의 해결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심각한 청년 실업과 빈곤으로 살기 위해 사람들이 무장단체에 들어가고, 부패한 정치인과 지역의 유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장단체를 이용하는 구조를 외면한 채 군경을 투입해 무장단체를 소탕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 가장 큰 규모의 경제가 사람들을 위하도록, 해묵은 파벌/족벌이 해 먹는 정치가 민중의 정치로 바뀌도록 하는 대전환이 일어날 때, 이 납치의 고리, 폭력의 고리가 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