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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Nov 16. 2020

내전 위기의 에티오피아

연방 정부와 TPLF의 무력 분쟁 (1) 사건의 발단

에티오피아의 연방정부와 티그라이주의 티그라이 민족해방전선(Tigray People's Liberation Front, TPLF)이 무력충돌을 겪으며 에티오피아를 내전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만명의 에티오피아 국민들이 수단으로 피신했고, 지난 주말엔 TPLF군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에리트레아의 수도 아스마라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무력 분쟁과 그 영향이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관련하여 한국 외교부는 11월 12일부로 티그라이주 전역의 여행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에서 '3단계(철수권고)'로 상향했다.



지난 11월 4일 연방정부의 아비 아흐메드(Abiy Ahmed) 총리가 TPLF가 티그라이주 내의 연방 정부군을 공격했다며 해당 지역으로 연방군을 보내며 양측의 무력충돌이 시작되었다. 아프리카 연합(African Union, AU)이 군사 대립을 멈추고 협상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아비 총리는 "법에 의한 지배(Rule of law)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달성되기 전까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군사행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티그라이주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학살이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아비 아흐메드 총리는 2019년 노벨 평화상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번 분쟁은 에티오피아 연방 정치 내의 민족 간 갈등과 연정의 해체, 8월로 예정된 총선의 연기와 티그라이주의 단독 선거 감행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는데, 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간단하게라도 에티오피아의 '민족에 기반한 연방제'와 아비 아흐메드 총리 집권 직전과 그 이후의 정치 변화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족에 기반한 연방제'와 티그라이 민족의 집권


에티오피아는 연방민주공화국이다. 에티오피아 헌법 47조 1항은 에티오피아 연방민주공화국이 9개의 주(State/Region: 티그라이주, 아파르주, 암하라주, 오로미아주, 소말리아주, 벤샨굴/구무즈주, 남부국가민족주(SNNPR), 감벨라주, 하라리주)로 구성되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2019년 말, SNNPR에 속해 있던 시다마 지역이 에티오피아 선거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주관한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하면서 연방공화국의 주는 10개로 늘어났다. (에티오피아 헌법 47조 3항은 모든 민족이 절차에 따라 각자의 주를 형성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며, "국민투표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주는 바로 에티오피아 연방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이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투표를 마친 시다마주는 연방 헌법 개정 전이라도 사실상의 독립 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Image By Avrand6 - Own work,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87588749


각 주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각 주는 민족을 기반으로 형성되었고, 해당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으며, 연방정치에서도 민족별로 형성된 정당이 협력하고 대립하며 에티오피아를 움직여왔다. 에티오피아는 1991년 독재자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Mengistu Haile Mariam)을 축출한 이후 지금까지 '민족에 기반한 연방제'라는 특이한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멩기스투가 반군에 의해 축출될 당시 주요 세력은 티그레이에서 온 게릴라군이었고, 그때 에티오피아의 중앙 정치를 장악한 티그레이 민족은 에티오피아 인구의 10%로 안 되는 소수 민족임에도 최근까지도 그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티그레이 게릴라군의 지도자였던 멜레스 제나위(Meles Zenawi)는 1995년부터 2012년 사망할 때까지 국무총리를 맡아 에티오피아를 지배했고, 티그레이 인들의 정당인 Tigrayan People's Liberation Front(TPLF)는 1991년부터 2019년 해체 전까지 집권 연정이었던 에티오피아 민중혁명민주전선(Ethiopian People's Revolutionary Democratic Front, EPRDF)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비 총리의 취임과 민족 갈등의 심화


하지만, 2018년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결과로 에티오피아의 최대 민족인 오로모 출신 아비 총리가 취임하면서 연방 정치의 구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아비 총리는 본인을 총리로 추대한 EPRDF를 해체하고 번영당(Prosperity Party)라는 새로운 정치 조직을 만들어 자신의 세력을 결집시켰다. 티그라이주에 대한 더 많은 자치권을 요구하던 TPLF는 총리의 신당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렇게 갈라선 티그라이 세력과 아비 총리의 연방정부의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번영당 창당에 합의한 구EPRDF 참여 정당들. Photo: Ethiopia Insight


이번 무력 충돌과 관련된 가장 큰 사건은 다름 아닌 코로나19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코로나19로 인한 총선의 연기인데, 원래대로라면 8월에 임기가 끝났어야 할 아비 총리의 임기가 총선이 연기되며 함께 연장된 것이다. 지난 4월, 에티오피아 선거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총선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총선의 연기를 발표했는데 언제 다시 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2020년 11월 15일 기준 에티오피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2,720명이고, 사망자 수는 1,569명, 회복자 수는 63,866명으로 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 상황을 봤을 때 이러한 총선 연기 결정이 터무니없진 않지만, 중앙 정치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인 TPLF와 오로미아 민족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던 일부 오로모 사람들은 정치 구도의 변화를 원하고 있어 이러한 결정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렇게 민족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던 6월 말, 오로모 가수 하찰루 훈데사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 오로미아 각지에서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3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하찰루 훈데사는 17세에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5년간 투옥되었던 정치수이자, 석방 이후에는 오로모 민족의 문화와 자긍심, 그리고 겪고 있는 시련에 대한 노래를 불렀던 운동가이며 예술가였다. 특히 그가 2015년 발표한 노래 Maalan Jira(What existence is mine)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속된 오로모 사람들의 대규모 시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오로모 사람들에겐 중요한 인물이다. (관련 글: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14) 하찰루 훈데사의 사망으로 정국이 불안한 와중에 오로모 민족 내 反아비 세력을 포함한 수많은 야권 인사들이 체포되며 정치적 협상과 협력의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그렇게 9월 초, TPLF는 티그라이주에서 단독으로 지방 선거를 감행하며 사실상 연방정부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아비 총리는 티그라이주의 단독 총선을 '불법'으로 규정, 티그라이주로 가야 할 연방정부 자금을 차단하였고 어떠한 평화 협상 없이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고 결국 지금의 무력 분쟁으로 치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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