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바리 Aug 14. 2021

Sakwe Sakwe (Soma!)

르완다의 수수께끼 놀이싸퀘싸퀘

르완다 남부의 농촌 마을 '냐루바카'에는 작은 마을 도서관이 있다. 6월 말, 르완다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시작된 교육 시설 휴관 조치 이전에는 아이들이 와서 글도 배우고 책도 읽고, 그림도 그렸다. 



이 그림은 도서관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Albertine 어린이가 쓰고 그린 코로나19 동화 속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습인데,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묘한 매력이 있다. "코로나19 함께 이겨내요"를 쓰고 그린 Albertine 어린이 외에도 냐루바카 마을 도서관에는 이렇게 그림 동화를 한두 편씩 완성한 어린이 작가가 많다. 물론 세계 어디서든 어린이들은 참 멋진 이야기꾼들이다. 하지만, 나의 편애하는 마음을 조금 담아 이야기하자면 르완다의 어린이들은 더 적극적이고 더 경험이 많은 이야기꾼들이다.


* 냐루바카 마을 도서관의 어린이 동화 작가님들의 이야기는 지구촌나눔운동 네이버 블로그에서 만날 수 있다. 

https://blog.naver.com/gcsblog/222302828018

https://blog.naver.com/gcsblog/222468691253



"아프리카에는 구전 문화가 강하다"라고들 한다. 이야기나 역사가 문자 기록의 형태가 아닌 이야기나 노래 등으로 전해진다는 것인데, 오늘날에도 이 말이 맞는지는 조금 더 따져보아야겠지만, 어쨌든 많은 르완다 사람들이 '한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교육이건 회의건 기회만 생기면 이야기가 청산유수인 사람들이 참 많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재미없게 전하는 나는 르완다 사람들이 참 부럽다.


르완다의 구전 문화 중엔 "싸퀘 싸퀘 (Sakwe Sakwe)"라는 것이 있다. 싸퀘 싸퀘는 한국으로 치면 수수께끼나 스무고개와 비슷한 것으로 보통 모임의 초반부나 오락 시간에 많이 볼 수 있다. 최소 두 사람 혹은 더 많은 사람이 모여 한 사람씩 문제를 내고 나머지 사람이 맞추는데, 문제를 내는 사람이 "싸퀘 싸퀘"라고 말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소마(Soma: 읽다)"라고 말하며 시작된다. 출제자는 한두 문장 정도로 된 수수께끼를 내고, 누군가가 정답을 맞추면 바로 또 다른 사람이 "싸퀘 싸퀘"라고 말하며 수수께끼를 이어간다. 엄청 빠르게 순서가 돌아가는데도, 길게는 5분 가까이 수수께끼가 이어지기도 한다. 


르완다 어린이들의 싸퀘 싸퀘를 하는 영상: https://youtu.be/rjxM0Gmhgio 


나의 르완다어 실력은 매우 짧기 때문에 내가 목격한 싸퀘 싸퀘에서 어떤 문제들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글에서 찾아낸 싸퀘 싸퀘 문제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문: 이것은 다리 없이도 강을 건널 수 있어요.

답: 목소리


문: 나는 집에 앉아 있지만 세계를 여행합니다.

답: 텔레비전


문: 나는 하나를 묻었는데, 여러 개를 얻었어요.

답: 콩


문: 이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을 나에게 물어봐요.

답: 선생님


(출처: 르완다 교육 위원회(REB) e-러닝 플랫폼의 "IBISAKUZO : Sakwe, Sakwe!")


내가 찾은, 그리고 해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예전에 수수께끼 책에서 봤을 법한 넌센스, 말장난 퀴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한국의 탈춤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성적인 농담이나 수수께끼도 꽤 있었다. 싸퀘 싸퀘를 몇번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수수께끼의 답이 거의 바로바로 나온다는 점이다. 보통 수수께끼는 못맞추도록 내는데, 싸퀘 싸퀘는 모두가 답을 외칠 수 있는 문제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문제 자체보다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르완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잘한다곤 했지만, 당연히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익숙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보다 '노잼'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싸퀘 싸퀘"라고 말하는 순간 대화의 주인공이 되고 주변 사람들은 귀 기울이며 그 수수께끼 문답이 완성될 수 있도록 호응했다. 르완다에 못 간지 1년 반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싸퀘 싸퀘가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구든 말할 수 있도록 호응하는 분위기가 좋아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싸퀘 싸퀘, 
주고받으면 두 배로 재밌어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답은 '이야기'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백신이 갈라놓은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