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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Jun 24. 2021

백신이 갈라놓은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2%의 대륙 아프리카, 그리고 스스로 만드는 희망

지난 6월 10일, 미국의 '원조'로 시작된 얀센 백신 접종 첫날, 나도 백신을 맞았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지만 그 백신의 부작용이 하필 나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기에 두려운 마음 조금, 드디어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후련함 조금, 그렇게 복잡한 마음속에 한 이틀 정도를 앓았다. 


한국 질병관리청의 보도자료를 보면 6월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 1차 예방 접종을 맞은 사람은 총 15,068,519명이고 이는 총인구 대비 29.4%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접종이 완료된 사람은 4,168,857명으로 총인구 대비 8.4%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6월 22일까지 약 17억 명의 사람들이 최소 1차 접종을 마쳤고,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2%에 해당한다. 

출처: Our World in Data

전 세계 백신 접종 현황을 한 번에 보여주는 Our World in Data의 페이지를 보면 전 세계 대륙 중 가장 접종률이 높은 대륙은 북미로 6월 22일 기준 41.26%의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었고, 그 뒤를 유럽(38.69%)과 남미(26.56%)가 이었다. 


한편, 저 그래프의 바닥에는 아프리카가 깔려 있다. 



백신 이기주의, 백신 국가주의?


13억여 명의 사람들이 사는 아프리카 대륙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약 2%, 접종 완료율은 1% 미만이다. 북미나 유럽보다 접종률이 낮은 아시아(22.44%)나 오세아니아(15.96%)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접종률이다. 

Graphic: Al Jazeera


이에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이나 케냐의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 대통령 등은 '부자 나라'들의 백신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얼마 전 터키 안탈리아(Antalya)에서 개최된 안탈리아 외교 포럼에 참석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같은 국제적 위기상황에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UN과 같은 국제기구가 민주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 케냐는 임상시험 등 제약 회사의 백신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정작 지금의 위기상황에서는 백신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백신 국가주의"를 비판했다. (관련 보도자료)


곧 코로나19 백신은 국경을 넘어 여행할 권리, 건강할 권리, 사회/경제생활을 누릴 권리를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코로나19는 인권이며, 40%:2%로 극명히 나눠진 백신 접종률은 극심한 차별을 낳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이 '부자 나라'들의 백신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백신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요구이고, 국제사회가 반드시 응답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낮은 백신 접종 상황을 정확히 보려면 다른 요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외 생각해볼 점들


우선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다른 대륙보다 적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가장 접종률이 높은 세 대륙(북미, 유럽, 남미)의 인구 백만당 확진자 수가 다른 대륙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이들 대륙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더욱 시급하다고 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던 미국과 영국의 경우 백신이 개발되자마자 긴급 승인을 통해 접종을 시작했어야 할 만큼 급했다.


Graph: Our World in Data
붉은색이 진할수록 확진자가 많음을 의미하는데, 아프리카 대륙의 색깔이 상대적으로 옅다. Graphic: WorldOmeter



물론 아프리카 각국의 코로나19 검사 숫자 자체가 적어 확진자 수가 적다는 의견도 있고, 아프리카 많은 국가들이 최근 3차 유행을 겪고 있어 확진자 수가 앞으로 폭증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 상황을 봤을 땐 북미나 유럽의 상황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보건의 차원에서 본 것이고, 이를 경제적/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하면 시급성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몇몇 아프리카 국가는 백신을 받고도 실제 접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왜 아프리카 국가들은 부족한 백신을 버릴까?"라는 기사를 보면 말라위에선 약 2 만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폐기했고, 남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은 각각 72,000회분, 130 만회분의 백신을 세계 백신 공동 보급 프로젝트인 COVAX에 반납했다. 모두 유통기한 내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이다. 같은 기사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정부의 행정력이나 인구조사 자료 부족으로 고령자 등의 우선접종 대상자를 식별하고 연락하고 실제 접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WHO 아프리카 사무소의 피오나 아투헤브게(Phionah Atuhebwe)는 “아프리카는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에 대해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접종하는 일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둘째는 백신의 접종을 위한 재원이 부족해서 백신을 받고도 실제 접종으로 이어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월드뱅크에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마지막은 COVAX를 통해 많이 보급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유효기간이 6개월인데, 보통 4개월여의 유효기간이 남은 상태로 각국에 도착하는 데다가 위의 이유로 실제 접종이 지연되며 결국 폐기하거나 반납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찾는 희망


아프리카 밖에서 만들어지는 백신을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그 백신은 결코 우리에게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백신은 절대 제시간에 오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계속 죽을 것입니다.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6월 21일 기자회견 中

   

지난 월요일(6월 21일), WHO는 남아공에서 진행 중인 아프리카 대륙 첫 코로나19 백신 기술 이전 허브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허브는 남아공의 제약업체인 Biovac과 Afrigen Biologics and Vaccines, 대학교 네트워크, 그리고 아프리카 질병관리센터의 컨소시엄이 주축이 되어 준비 중이고, WHO와 COVAX, 그리고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6월 21일 WHO 회의 장면 캡쳐

이 기술 이전 허브는 아프리카 대륙의 회사들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같은 방식의 mRNA백신을 만들 수 있도록 훈련하고 허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WHO는 약 9~12개월 내에 이것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mRNA 백신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과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화이자나 모더나가 이 계획에 참여하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번 계획이 저개발과 질병의 중심으로 점철된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것"이고 "백신 개발과 제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아프리카의 자결권을 보장할 것"이라며 희망찬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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