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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Oct 21. 2021

SN방역의 조용한 성공

세네갈, 신규 확진자 0명 기록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K방역을 외치고 있을 때,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는 SN방역이 조용한 성공을 이어가고 있었다. (물론 아무도 세네갈의 방역체계를 SN방역이라 부르진 않는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세네갈 보건부는 2021년 10월 20일 신규 확진자가 0명이라고 발표했고, 이날은 세네갈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3월 2일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없었던 날이다. 


2021년 10월 20일 세네갈 정부 발표 코로나19 현황


물론 세네갈의 최근 일평균 검사 건수는 약 1,500건으로 한국에 비하면 매우 적기 때문에 숨겨진 확진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최근 검사 건수 대비 양성(확진) 비율도 한국보다 낮아(세네갈 1% 미만, 한국 2~5%대) 적어도 세네갈 국내의 코로나19 확산세가 확연히 약해졌다는 것은 사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세네갈과 한국 비교


세네갈은 2021년 10월 19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73,873명이고 사망자는 1,871명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접종된 백신은 약 200만 회이다. 

세네갈의 코로나19 현황 요약. 출처: WHO

같은 세계보건기구(WHO) 웹사이트, 같은 날 기준으로 한국의 확진자 수는 344,518명이고, 사망자 수는 2,689명이며, 접종 완료된 백신은 약 7,000만 회이다. 

한국의 코로나19 현황 요약. 출처: WHO


한국이 세네갈보다 인구가 약 3배가량 많다는 점을 고려해서 세네갈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접종 백신 횟수 등에 3을 곱해보면, 세네갈의 확진자 수는 한국과 비슷하고, 사망자 수는 한국보다 2배 많고, 접종 횟수는 10배 이상 적다. 여기에 한국과 세네갈의 의료인 수나 시설 격차, 예를 들어 한국의 시민 1만 명당 의사의 수는 24명인데, 세네갈 시민 1만 명 당 의사 수는 0.88명이라는 점 등을 함께 생각해보면 세네갈이 지금까지 코로나19에 대응해온 결과는 놀랍다. 그리고 세네갈과 한국의 백신 접종 횟수 차이에서도 드러나듯, 전 세계의 백신 불평등도 새삼 놀랍다.



SN방역의 비밀


K방역이든 SN방역이든 아직 어떤 나라의 방역 정책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리고 세네갈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선 영어나 한국어로 된 연구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아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2021년 4월 발행된 두 개의 영문 기사를 통해 SN방역의 중요 내용을 조금 소개해보고자 한다. 


참고기사 1. Vox. How Senegal stretched its health care system to stop Covid-19.

https://www.vox.com/22397842/senegal-covid-19-pandemic-playbook


참고기사 2.  adf. Senegal’s Foresight Led to COVID-19 Success.

https://adf-magazine.com/2021/04/senegals-foresight-led-to-covid-19-success/


비밀 1) 준비, 또 준비

세네갈은 2014년 에볼라가 서아프리카를 강타할 당시 단 1명의 확진자만을 기록하며 국제 감염병 위기에 잘 대응했던 경험이 있다. 이때 세네갈은 보건부 산하에 보건위기에 상시 대응할 수 있는 기구인 보건위기대응센터(Centre des Opérations d'Urgence Sanitaire/COUS)를 설치해 에볼라에 맞섰고, 에볼라 종식 이후에도 이 기구를 계속 유지해왔다. COUS에서는 코로나19가 세네갈에 상륙하기 전인 2020년 1월부터 그 대응책을 수립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밀 2) 적극적인 검사, 격리, 방역

2020년 3월 2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세네갈 정부는 48시간 이내 검사 결과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적극적인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고,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은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격리했다. 정부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병상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고, 호텔 객실까지도 격리 센터로 운영하며, 확산 초기엔 확진자는 증상 유무를 따지지 않고 모두 격리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진과 시설 격리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감을 반영하여 자택 격리도 일부 도입했다)


비밀 3) 적극적인 대응

미국의 국제 관계 잡지인 Foreign Policy는 '코로나19 국제 대응 지표'라는 것을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 3월 업데이트된 이 지표에서 세네갈은 뉴질랜드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한국은 18위이다) 특히 세네갈이 높은 점수를 받은 분야는 공중보건 지침(Public Health Directives)였는데,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았다. Foreign Policy는 만점을 준 이유에 대해 "세네갈은 초기부터 강력한 집에 머물기 명령과 집합 금지 정책을 펼쳐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세네갈 보건부는 매일 아침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으며, 에볼라를 포함한 다양한 감염병을 다뤄온 경험을 활용하여 공동체 기반의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기도 했다.



세네갈은 올해 7월 하루 확진자 천여 명대의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는 73,000여 명이고, 사망자 수는 1,800여 명이다. 물론 일일 코로나19 검사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숨겨진 확진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 코로나19 적어도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세네갈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북반구 국가들보다 적은 자원을 가지고도 이렇게 코로나19 범유행에 잘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교훈을 얻을만한 것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K방역을 다른 나라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쩌면 세네갈의 조용한 성공이 더 많은 나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포함하여) 의미 있지 않을까? 세네갈의 이야기가 더 많이 연구되고 알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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