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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Dec 30. 2021

2021년 가장 영향력 있는 아프리카인 100명 (2)

(2) 가장 영향력 있는 혁신가와 여론 형성가들

연말을 맞아 아프리카 시사 잡지인 New African이 선정한 "2021년 가장 영향력 있는 아프리카인 100명"(100 Most Influential Africans)을 살피고 있다. 앞선 글에선 이 명단에 포함된 지도자와 기업가들을 소개했고, 이번 글에선 혁신가와 여론 형성가들을 소개한다.


1편(지도자와 기업가들):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45




혁신가(Changemaker)


Dr. Ayoade Alakija, 나이지리아, 아프리카연합 African Vaccine Delivery Alliance 공동 의장

Photo: New African

New African이 "길을 뚫는 백신 전사"(Vaccine warrior blazing a path)라고 부른 아요아데 알라키자 박사는 아프리카 대륙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다. 아프리카연합의 아프리카 백신 보급 동맹(African Vaccine Delivery Alliance)을 이끌고 있는 그는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 현상을 비판해왔다. 최근엔 오미크론 변이를 발견한 남아공을 칭찬하기는커녕 낙인찍고 배제한 서방 정부와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범유행이 시작되기 전 알라키자 박사는 성평등과 공공의료 분야에서 활약해왔고, 2016~2019년 차드 호수 지역의 인도주의 위기가 일어났을 때, 나이지리아 정부의 인도적지원 담당관으로 파견되어 국내와 국제 인도주의 대응팀을 이끌기도 했다. 


최근 WHO는 알라키자 박사를 ACT-A(Access to COVID-19 tools Accelerator)라는 진단 부문 프로젝트 특사로 지명하여 ACT-A 프로젝트의 주요 요소인 백신, 검사, 치료 부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연결자'의 역할을 맡겼다. WHO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Tedros Ghebreyesus) 사무총장은 알라키자 박사의 특사 지명에 대해 "알라키자 박사는 아프리카를 위한 평등한 백신 보급, 진단, 치료 옹호에서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며 그의 ACT-A 합류가 전 세계의 백신 접종과 진단, 치료 부문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는 말을 남겼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공동의 위기 앞에서도 불평등한 세계를 마주했다. 앞으로 우리가 더 마주할 전 지구적 위기는 너무나 많기에, 코로나19 범유행 속 연대의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코로나19 속에서 가장 차별받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백신 불평등과 맞서고 있는 알라키자 박사와 그의 동료들의 경험을 미디어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Vanessa Nakate, 우간다, Youth for Future Africa


New African은 "2021년 가장 영향력 있는 아프리카인 100명"이 실린 611호의 표지에 바네사 나카테를 실었다. 그만큼 바네사 나카테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아프리카를 대표한다고 할 만큼 많은 주목을 받은 활동가이다. 

Photo: New African

바네사 나카테는 서방 미디어에서 배제되며 역설적이게도 세상에 알려졌다. 2020년 1월, 미국의 AP통신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회의장 주변에서 기후위기 캠페인을 펼치던 스웨덴 그레타 툰베리와 우간다 바네사 나카테 등 젊은 기후활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하며 보도사진에서 가장 오른쪽에 서있던 나카테를 편집했다. 나카테는 유럽의 백인 활동가들과 나란히 서있었지만, 사진에서 편집된 것은 유일한 흑인이자 비 유럽인이었던 나카테뿐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카테는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자신의 심경을 밝혔고, 영상에서 나카테는 "살면서 처음으로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의 뜻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우리) 아프리카인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아프리카는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지만, 우리는 이 기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며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 아프리카인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이후 AP통신은 해당 기사의 보도사진을 현장의 기후활동가 모두가 나온 사진으로 바꾸었고, 편집장 Sally Buzbee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사진에서 유일한 유색인종인 우간다의 기후활동가 바네사 나카테를 잘라낸 사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내부적으로 우리 기자들과 이야기했으며, 이번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실수에서 배울 것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관련 브런치 글: https://brunch.co.kr/@theafricanist/96)


나카테는 우간다에서 처음으로 기후 파업을 시작한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2019년 1월부터 지금까지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고, 그가 시작한 The Rise Up Movement는 현재 우간다를 넘어 케냐, 세네갈, 소말리아, 말라위, 토고까지 퍼져나갔다. 나카테는 아프리카 대륙 안팎의 활동가들과 교류하며 행동하지 않는 북반구 국가 정상들을 비판하고, 지금까지의 기후변화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미치는 살인적인 영향과 2도의 기온 상승이 일으킬 재앙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올해 바네사 나카테는 "더 큰 그림"(A Bigger Picture)이란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기후 위기에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더하기 위한 그의 투쟁을 소개하고 있다. 여전히 자국의 경제 성장에만 관심 있는 권력자들이 모여 결정하는 국제 기후 체제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목소리와 결정권을 반영하여 나카테의 책 제목처럼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David Makara, 케냐, 케냐 대법원 자문관

Photo: New African

2020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조지 플로이드(George Perry Floyd Jr.)는 경찰의 무릎에 목을 눌린 채 "숨을 쉴 수 없어요"라고 말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은 경찰의 부당한 폭력으로 사망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경찰 폭력 반대 운동과 흑인 차별 반대 운동으로 이어졌다. 한편 나이지리아에선 #EndSARS라는 경찰 폭력 반대 운동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케냐에서도 경찰에 의한 시민 살해가 일어나 시민들이 경찰 폭력 반대 시위를 하곤 한다.


케냐의 데이비드 마카라는 20년 전 고향 동네인 냐후루루(Nyahururu) 길거리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경찰에게 체포되어 경찰서로 끌려갔다가 총격을 당해 한쪽 팔을 잃었다. 마카라의 이웃들은 경찰의 부당한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가난한 사람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활동을 하는 International Justice Mission은 변호사를 지원했다. 이런 도움을 통해 혐의를 벗고 오히려 자신에게 총격을 가한 경찰을 기소할 수 있었던 마카라는 이때부터 법을 공부하기 시작해 2017년 마침내 변호사가 됐다. 


현재 그는 차별받는 사람들과 폭력 생존자들을 변호하며, 경찰 폭력으로부터 생존한 사람들을 옹호하는 단체인 Global Survivor Network의 케냐 지부를 이끌고 있다. 여전히 케냐에선 2020년에만 157명이 경찰에게 살해되는데도 경찰을 기소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마카라는 올해 1명의 경찰관이 20년형이 내려졌다며 느리지만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혁신가(Changemaker) 명단에 오른 사람들

Dr. Ayoade Alakija, 나이지리아, 아프리카연합 African Vaccine Delivery Allaince 공동 의장

Asmeret Asefaw Berhe, 에리트레아/미국, 미국 에너지부 과학국 국장 후보자

Dr Mary-Jane Bopape,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기상청 선임연구원

Rebecca Enonchong, 카메룬, AppsTech CEO

Timnit Gebru, 에티오피아/미국, 전 구글 AI 윤리팀 대표

Julie Gichuru, 케냐, Arimus Media CEO

Aida Habtezion, 에리트레아/캐나다, 화이자 최고 의료 책임자

Hindou Oumarou Ibrahim, 차드, UN사막화방지협약 기후변화대응 국제 선주민 포럼 공동 의장

Anne-Marie Imafidon, 나이지리아, Stemettes CEO

Paula Kahumbu, 케냐, WildlifeDirect CEO

Sefora Kodjo Kouassi, 코트디부아르, Sephis Foundation 설립자

David Makara, 케냐, 케냐 대법원 자문관

Ndoni Mcunu, 남아프리카공화국, International Adaptation Research Alliance 공동 대표

Vanessa Nakate, 우간다, Youth for Future Africa 설립자

Prof Catherine Ngila, 케냐, 요하네스버그대학교 화학공학부 학장

Reine Dominique Ntone Sike, 카메룬, 미국 항공우주국 엔지니어

Angelique Pouponneau, 세이셸, Small Islands Developing States(SIDS) 공동 설립자

Jeremiah Thoronka, 시에라리온, Chegg.org 세계 학생상 수상자




여론 형성가(Opinion Shapers)


Simon Allison,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 Mail & Guardian 편집자

Photo: New African


국가별로 조금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아프리카 대륙 전반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메신저는 와츠앱(Whatsapp) 일 것이다. 한국에서의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각국 사람들도 와츠앱을 통해 서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정보와 소식을 공유하는데, 이 소통망을 통해 가짜 뉴스도 무분별하게 퍼져나가곤 한다. 특히 코로나19 범유행 시대엔 가짜 뉴스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코로나19 예방법과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는 실제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범유행(Pandemic)과 허위정보감염(Infodemic)을 겪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허위 정보가 창궐하는 시기, 사이먼 알리슨을 포함한 남아공의 언론사 Mail & Guardian의 편집자들과 여러 언론인들은 이 허위정보감염에 맞서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허위 정보가 가장 많이 유포되는 와츠앱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물론, 아프리카 각국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소식을 정확히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온라인 주간지 "The Continent"다.


The continent는 매주 와츠앱을 통해 무료로 배포되는데, 다른 뉴스레터와 달리 PDF로 마치 잡지나 신문처럼 편집되어 진짜 잡지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고, 기사도 무료 잡지임에도 깊이가 남다르다. 평소 아프리카 시사에 관심이 많은데, 어떻게 챙겨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The Continent를 구독해보면 좋을 것 같다. 2021년 12월 기준 The Continent의 구독자는 1만 6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The Continent: https://mg.co.za/thecontinent/

The Continent 최신호 표지와 본문 캡쳐


알리슨은 The Continent가 더 큰 계획을 위한 초석이라고 말한다. "저는 지구촌 남반구에서 국제적 사안을 취재할 수 있는 강력한 미디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The Continent가 그 중심에서 미국 신문사들이 아디스 아바바와 나이로비, 요하네스버그로 특파원을 보내듯 워싱턴과 브뤼셀, 베이징으로 특파원을 보내면 좋겠어요. 우리가 해낼 수만 있다면 정말 강력한 것이 될 거예요." (인용문 출처: Chatham House)



Professor E. Gyimah-Boadi, 가나, Afrobarometer 공동 설립자

Photo: New African

아프리카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아프로바로메터(Afrobarometer)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1999년 아프리카 12개 나라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경제,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탄생한 아프로바로메터는 현재 30개가 넘는 아프리카 나라에서 시민들의 의식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 설문 결과를 통해 우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삶의 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여러 사회적 사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아프로바로메터 홈페이지: https://afrobarometer.org/


에마누엘 기마 부아디 교수는 1999년 첫 조사 때부터 다른 학자들과 함께 했고, 아프로바로메터를 공동으로 설립한 가나 출신 정치학자이다. 그는 민주주의와 거버넌스 연구자로서 후배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시민들을 공적 논의 영역에 초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annah Ryder, 케냐, Development Reimagined CEO

Photo: New African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에서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 걱정한다. 특히 중국이 공격적으로 제공하는 차관을 아프리카 각국 정치인들이 무분별하게 활용해 '부채 함정'(debt trap)에 빠져 결국 중요한 자원과 자산을 중국에게 넘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편, 서방과 달리 중국은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자금을 더 쉽게 융통할 수 있어 오히려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더 좋은 파트너라는 주장도 있다. 


케냐 출신 한나 라이더가 중국 베이징에 설립한 개발 컨설팅 회사인 Development Reimagined는 아프리카 신흥 시장, 녹색 성장,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과 해외 원조 등에 대한 전략적이고 실무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개발은 '그들'이 아닌 '우리'에 관한 것이고, 원조는 발전을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라며, 개발을 '다시 상상하자'라고 말하는 Development Reimagined와 한나 라이더는 아프리카와 중국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제기하는 '부채 함정'에 관해서 한나 라이더는 국제 금융 기관이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부채 지속가능성(Dept sustainability)을 낮게 평가하거나, 부채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기반시설 건설 등)를 간과하고 있다며, 개발을 위해선 부채가 필요하고, 이때 중요한 것은 부채의 규모가 아닌 질이라고 말한다. 


북미, 유럽과 한국 언론은 주로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만약 이 사안에 더 관심이 있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다면 한나 라이더의 트위터African Business 기고 글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여론 형성가(Opinion Shapers) 명단에 오른 사람들

Simon Allison,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 Mail & Guardian 편집자

Zain Asher, 나이지리아/영국, CNN International 앵커

Hopewell Chin’ono, 짐바브웨, 기자

Edward Enninful, 가나/영국, 영국 Vogue지 편집장

Professor E. Gyimah-Boadi, 가나, Afrobarometer 공동 설립자

Afua Hirsch, 가나/영국, 영국 Guardian 칼럼니스트

Khabane Lame, 세네갈/이탈리아, 틱토커

Zyad Limam, 튀니지, Afrique Magazine 편집장

Lesley Lokko, 가나/스코틀랜드, 건축가

Achille Mbembe, 카메룬, 철학자, 정치이론가

Dambisa Moyo, 잠비아, 경제학자

Nnenna Nwakanma, 나이지리아, 오픈 인터넷 활동가

David Olusoga, 나이지리아/영국, 역사학자

Hannah Ryder, 케냐, Development Reimagined CEO

Minouche Shafik, 이집트, 경제학자

Zainab Usman, 나이지리아, 카네기 국제 평화재단 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

Rama Yade, 세네갈/프랑스, 프랑스 정치인




여기까지 New African이 선정한 2021년 가장 영향력 있는 아프리카 혁신가와 여론 형성가들을 살펴보았다. 나머지 크리에이터(Creatives), 스포츠인(Sportspeople) 부문은 다음 글에서 계속 다룰 예정이고,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영문)


"2021년 가장 영향력 있는 아프리카인 100명" 전문: http://100.newafrican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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