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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Jan 28. 2020

기후위기,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지우지 말라

AP통신이 잘라낸 바네사의 이야기, 아프리카의 기후위기

지난 24일, 미국 AP통신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장 주변에서 기후위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와 우간다의 바네사 나카테 등 젊은 기후활동가에 대한 소식을 전하며 보도사진에서 바네사 나카테를 잘라냈다. 이후 바네사 나카테 본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과 여러 언론이 AP통신의 행태를 인종차별이라고 비난했고, AP통신은 사진 구도상 이유로 나카테가 있는 부분을 잘라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내놓았다. (현재는 사진이 교체된 해당 기사: https://apnews.com/ee36c1b18874d3ebec2c743f0968396f)


AP통신이 자른 사진의 원본에는 우간다의 바네사 나카테, 스위스의 로키나 틸레, 독일의 루이사 뉴바우어, 스웨덴의 이사벨레 악셀손, 그리고 그레타 툰베리 등이 있었지만, AP통신의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간 이는 유일한 유색인종이자 우간다 출신인 바네사 나카테였다. 


이 사실을 인지한 나카테는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자신의 심경을 밝혔고, 영상에서 나카테는 "살면서 처음으로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의 뜻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우리) 아프리카인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아프리카는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지만, 우리는 이 기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며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 아프리카인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멀고 추운 스위스에서 아프리카를 대표하여 아프리카 대륙의 기후위기를 알리고 싶었던 바네사가 이렇게 보도사진에서조차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으며 느꼈을 실망감을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AP 보도사진(위)과 원본사진(아래)을 비교한 나카테의 트윗. 화면캡쳐: Twitter/@vanessa_vash


이후 AP통신은 해당 기사의 보도사진을 현장의 기후활동가 모두가 나온 사진으로 바꾸었고, 편집장 Sally Buzbee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사진에서 유일한 유색인종인 우간다의 기후활동가 바네사 나카테를 잘라낸 사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내부적으로 우리 기자들과 이야기했으며, 이번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실수에서 배울 것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리고 27일, Buzbee편집장은 개인 트위터 계정에서 AP를 대표하여 바네사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는 글을 전했지만, 사진을 잘라낸 것은 실수였으며, 이 실수에서 배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존 성명서의 내용을 반복했다. 


Buzbee 편집장의 사과 트윗. 화면캡쳐: Twitter/@SallyBuzbee


바네사 나카테는 우간다 마케레레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우간다에서 첫 번째로 기후 파업을 시작한 기후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나카테는 2019년 1월부터 수도 캄팔라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한 행동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우간다 캄팔라에서 기후 파업 중인 바네사. Photo: Twitter/@vanessa_vash
캄팔라에서 피켓 시위 중인 바네사와 그의 동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인 콩고 열대우림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Photo: Twitter/@vanessa_vas
그리고 바네사는 혼자가 아니다. 바네사가 올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우간다의 기후활동가. Photo: Twitter/@vanessa_vash


바네사는 처음 몇 개월 동안은 국회 앞에서 홀로 시위를 이어나갔지만, 이내 우간다의 다른 기후활동가, 그리고 아프리카 각국의 기후활동가들과 연대를 시작했다. 그가 시작한 The Rise Up Movement는 현재 우간다를 넘어 케냐, 세네갈, 소말리아, 말라위, 토고까지 퍼져나갔다. 


토고의 The Rise Up Movement 피켓 시위 사진. Photo: Twitter/@rise_togo


빙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녹고, 이것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는 캠페인을 조직하는 Arctic Basecamp의 초청으로 다보스를 찾은 바네사는, 아프리카가 기후 변화의 피해를 가장 심하게 받고 있음에도 아프리카의 기후위기는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미디어가 많이 편향적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선 많은 나라들이 압도적인 폭우로 인한 잦은 홍수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러한 홍수는 지난 10월부터 사람들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집을 잃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프리카의 활동가들은 이 사람들을 돕기 위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미디어는 여기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아요. 저는 다른 재난을 보도하는 것에 불만이 있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이 났을 때, 그들이 매일같이 보도하는 것을 봤어요. 우리는 호주의 산불도 봤고, 그들은 이를 매일 보도했으며,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기부가 이어졌어요. 저는 좀 슬펐어요. 아프리카의 나라들에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그렇게 부자는 아니지만, 그들도 정말 피해를 입었지만 미디어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그 사람들은 여전히 왜 그런지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미디어는 아프리카에 대해선 살짝만 다루고, 우리는 그들이 서방 국가들의 재난을 보도하는 것을 봅니다. 정말 좌절감을 느껴요. (관련 기사


위 내용은 AP통신이 바네사를 보도사진에서 잘라내기 전인 23일 보도된 내용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바네사는 미디어의 편향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기후위기에 대한 바네사의 말에는 더 많은 통찰이 담겨있다. 우선 그의 말처럼 아프리카는 탄소배출량이 가장 적은 대륙이다. 2009년 가디언에서 정리한 자료(아래)에서도 볼 수 있듯, 아프리카의 탄소배출량은 그 어느 대륙보다도 적고, 심지어 중국이나 미국, 인도보다도 적다. (기사 원문)



하지만 바네사가 말한 대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최근 영국에 기반을 둔 국제개발 NGO인 Christian Aid에서 발간한 "Counting the cost 2019: a year of climate breakdown"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아프리카 남부를 강타한 사이클론 이다이(Idai)로 인한 사망자는 1,300명이었고, 이는 단일 사건으로는 두 번째로 사상자가 많은, 1,600명의 생명을 앗아간 인도 북부 홍수의 뒤를 잇는 사상자 수이다. 하지만 피해액 규모는 다른 재난에 비해 아주 작다. 


Christian Aid가 정리한 지난해 기후 위기로 인한 사상자 및 피해액. Data: Christian Aid


Christian Aid의 자료에 드러난 피해 외에도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특히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유례없는 가뭄과 홍수가 몇 해째 계속되며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내가 르완다에 살던 2018년의 우기엔 그 여느 해보다도 많은 비가 내렸고, 4개월 만에 200명 이상이 폭우로 인해 사망했다. 밤에 비가 좀 온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음날 아침에 어디선가 산사태가 일어나, 혹은 집이 무너져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제로 기근 조기경보 시스템 네트워크(Famine Early Warning System Network)의 4월 보고서는 3월~4월간 내린 비가 평균의 191%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비 내리는 르완다 키갈리의 냐부고고 버스정류장. Photo: 우승훈


2019년에도 동아프리카 지역에 홍수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었다. 2019년 11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는 "East Africa: Flood impact 2.5 million people"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집중되었던 폭우로 인해 동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25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BBC가 정리한 OCHA의 데이터. Graphic: BBC


BBC는 동아프리카의 홍수에 대한 보도에서 이 이례적인 폭우는 우리에게 익숙한 엘리뇨-라니냐와 비슷한 현상이지만 인도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인도양 쌍극자(Indian Ocean Dipole)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고, 이 인도양 쌍극자 현상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아프리카 대륙이 더 심각한 기후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설명할 방법은 많다. 독일 언론사인 Deutsche Welle가 지난해 12월 발행한 기사는 아프리카의 대도시들이 다른 대륙의 대도시들보다 기후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기사)


DW에서 시각화한 대도시 인구 증가율과 기후변화 취약성. 기후위기에 취약한 도시들 대부분이 아프리카 대륙의 도시들(주황색 표시)이다. Graphic: DW


이렇듯 이미 아프리카 각국의 시민들은 유례없는 이상 기후를 겪으며 기후변화라는 단어에 아주 익숙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그에 비해 언론계와 과학계, 심지어는 기후위기 운동계에서조차 아프리카의 위기를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이야말로 기후 변화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마주하고 있는,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며, 우리는 이들이 이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도록 연대해야만한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성장이 기후 위기를 가중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기술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프리카가 무너지면, 혹은 아프리카가 다른 대륙처럼 본격적인 탄소배출을 시작한다면, 인류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 


DW는 기사 말미에 아프리카 개발은행의 기후전문가 Anthony Nyong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아프리카인들이 그들이 가진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앞선 선진국들이 밟았던 개발 패러다임의 전철을 밟아 아주 높은 탄소를 배출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다르게 할 수 있다."





커버 사진: Twitter / @vanessa_v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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