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속담"의 기원을 찾아서
지난주 목요일,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둘러보다가 홍보담당자분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사업 소식의 여는 말로 쓰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해서, 자리로 돌아와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 친구와 저녁을 먹는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봐서 "아프리카 속담"이 생각보다 유명하구나 싶었다. 과연 이 "아프리카 속담"들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1.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이다. (When an elder dies, it’s a library burning)
비교적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자면, 노인의 지혜나 도서관에 관련하여 종종 인용되는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이다"라는 "아프리카 속담"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 (아래는 구글 뉴스 검색 결과 캡쳐)
이 속담은 사실 속담이라기보다는 말리 출신의 작가이자 민족지학자인 Amadou Hampâté Bâ의 명언이다. 그는 1960년 유네스코 회의장에서 "En Afrique, quand un vieillard meurt, c’est une bibliothèque qui brûle"라는 말을 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노인이 죽으면 한 개의 도서관이 불타버리는 것이다"라는 의미로, 아프리카 문화와 역사에서 구전 전통이 중요함을 알리는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글자를 활용하여 기록을 남겨온 한국에서 구전 전통 위치는 다소 다르지만, 그래도 기록되지 않은 노인들의 지혜가 중요함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이 문장은 Amadou가 최초에 이 문장을 사용했던 문맥에 대체로 맞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는 인용 시 더 정확하게 출처가 말리 출신의 작가이자 민족지학자인 Amadou라는 것을 함께 명시해주면 더 좋겠다.
2.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이 표현을 좋아한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마 힐러리 클린턴일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심지어 1996년, <It Takes a Village>라는 제목의 책도 출판했고, 이 책의 서문에서 해당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했다.
아프리카 속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좋든 싫든,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떤 사람이 될지 영향을 미치는 상호의존적 세계에 살고 있고, 그 세계에서 우리 아이들은 듣고, 보고, 느끼고, 배운다는 상식적인 결론의 요약과도 같습니다.
The African proverb,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summed up for me the commonsense conclusion that, like it or not, we are living in an interdependent world where what our children hear, see, feel and learn will affect how they grow up and who they turn out to be.
힐러리 클린턴 외에도, 이 속담은 특히 교육계에서 아동 교육을 위한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다. (아래는 구글 뉴스 검색 결과 캡쳐)
이 속담의 기원을 찾아서, 힐러리 클린턴이 <It takes a village>를 쓰기 전의 기록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1994년, 미국 교육부의 Richard W. Riley라는 직원 이름이 적힌 저작물 <Strong Family, Strong School>을 찾았는데, 여기에 "It takes an entire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속담이 "아프리카 속담"이라며 인용되어 있었다.
또한 1993년 뉴저지 주정부의 조사위원회가 발간한 <Criminal Street Gangs>에도 이 "아프리카 속담"이 인용되었는데, 길거리 폭력배들의 범죄를 조사한 전문가들은 조사를 진행할수록 이 "아프리카 속담"을 떠올렸다는 내용이 있었다.
95년 이전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의 인용 기록 검색으로는, 미국 사람들이 이 속담을 90년대부터 "아프리카 속담"이라며 인용해왔다는 사실 이상으로는 알 수 없었는데, 2016년,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에 Joel Goldberg라는 사람이 쓴 기사인 "It Takes A Village To Determine The Origins Of An African Proverb"에서 아주 큰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기사에서 Joel Goldberg는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와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에 대해 물으며 그 기원을 찾아나갔는데, 한 전문가가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은 탄자니아 Jita 민족의 속담 "Omwana ni wa bhone"과 스와힐리어 속담 "Asiyefunzwa na mamae hufunzwa na ulimwengu"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는 내용을 소개하였다. Jita어는 모르기도 하고 구글 번역기도 돌릴 수 없어서 번역할 수 없지만, 스와힐리어는 번역하자면 "어머니에게서 배우지 못한 사람은 세계로부터 배우게 된다"라는 뜻이다. 관점에 따라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와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해당 스와힐리어 속담은 1982년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출간된 <Mazoezi ya ufahamu>, 1966년 출간된 <Waimbaji wa juzi: Mw. Shabaan> 등에 나오는 속담으로 적어도 오래전부터 탄자니아에서 쓰이던 말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단에서의 유니세프 활동을 소개하는 온라인 책자에는 "A child is a child of everyone"이라는 "수단 속담"이 첫 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
나이지리아 이바단 대학교(University of Ibadan)의 종교학 교수였던 Akpenpuun Dzurgba가 1992년 쓴 책인 <The Church of Christ in The Sudan Among the Tiv: A Sociological Perspective>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재미있는 건 저 책 제목에 수단이 들어가긴 하지만, 수단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책의 전문은 볼 수 없으나, 아마도 나이지리아 티브(Tiv) 민족 지역의 Church of Christ 관련 내용을 다루는 책으로 추정되며, Google Books의 검색 결과에 따르면 이 책의 본문엔 이런 내용이 있다.
티브 사회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모두에게 속하게 된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들은 이 아이를 가르칠 책임을 가지고, 아이는 모든 이에게서 배운다는 태도를 가져야만 한다.
유니세프에서 착각을 한 것일지, 혹은 우연히도 수단과 나이지리아 양쪽 모두에서 비슷한 속담이 쓰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아프리카 각지에서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류의 문화와 속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아니더라도, 어딘들 비슷한 문화가 없었을까 싶기도 하다.
3.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If you want to go quickly,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이 "아프리카 속담"은 정말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는데, 미국 부통령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엘 고어도 한 TED 강연에서 이 속담을 소개했다. "여러분들도 아실 옛날 아프리카 속담에는요"라고 하면서 이 속담을 인용했고, 기후위기에 있어 우리는 멀리, 그리고 빠르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대비 1호 영입인사로 발표된 최혜영 교수도 인재영입식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며,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멀리 함께 가고 싶습니다. 누가 제 휠체어를 밀어주실 분 계십니까? 저는 그분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절망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 있습니까? 저는 그분들 눈이 되겠습니다. 배려가 아닙니다. 사랑입니다."라고 한 바 있다.
엘 고어가 이 속담을 2008년 TED 강연에서 사용한 것을 보았으니 나는 그 이전 기록들을 구글 해보았다.
첫 번째 발견한 사실은, 엘 고어가 이 속담을 인용하기 전엔 이 속담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성 시기가 명확히 드러나는 검색 결과물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8년 이전 이 속담을 인용한 웹페이지나 저서, 뉴스 등이 거의 없었다. 가장 첫 번째로 찾은 결과물은 월마트 수석 부회장을 지냈던 Don Soderquist의 <Wal-Mart Way>였는데, 2005년 출판된 이 책의 53페이지에서 월마트의 성공 비결로 일하는 사람들이 협동했다는 내용을 다루며 이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고 있다.
<Wal-Mart Way> 전의 기록으로는 2004년 출판된 <Choose the Life: Exploring a Faith that Embraces Discipleship>이 있었다. 기독교 목사인 Bill Hull이 쓴 이 책에서 "빨리 가려면 혼자~" 속담은 역시 "아프리카 속담"으로 인용되었고, 자신이 신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남에게도 나누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속담을 인용하였다.
온라인 페미니스트 웹사이트인 <Jezebel>의 Jia Tolentino 부편집장도 "아프리카 속담"에 대해 나와 비슷한 의문을 품고는 2016년 "On the Origin of Certain Quatable 'African Proverbs"라는 글을 썼는데, 이 글의 본문에서는 결국 "빨리 가려면 혼자~"속담의 출처를 찾지 못한 채 끝났지만, 그 밑으로 달린 댓글에서 몇몇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중 하나인 "The Puppy That Walked From Kentukcy"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용자가 남긴 코멘트는 이 속담이 케냐 출신의 목사인 Samuel Kobia가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Guardian의 2003년 기사 링크를 근거로 달았다. 해당 기사는 2003년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WCC) 총회에 관한 기사인데, 이 총회에서 세계교회협의회의 첫 번째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Samuel Kobia 목사는 사무총장직을 수락하는 연설에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문장을 "아프리카 속담"이라며 인용했다. 최소한 웹상에서는 Samuel Kobia가 이 말을 가장 먼저 쓴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Samuel Mobia 목사 또한 이 속담을 정확한 출처 없이 "아프리카 속담"으로 인용하고 있기에, 발행 시기와 무관하게 이 속담의 출처를 정확히 명시한 기록들을 찾아보았다.
가장 유력해 보였던 설은 이 속담이 케냐와 탄자니아, 우간다 등에 거주하는 루오(Luo) 민족의 속담이라는 주장이었는데, 앞서 언급한 Jia 부편집장의 글에 Refilwe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이 "이 속담은 케냐/우간다/탄자니아 지역 출신의 루오민족 속담이다"라며 "Alone a youth runs fast, with an elder slow, but together they go far"라는 댓글을 달아둔 것을 보곤 해당 문장을 구글링 해보았다. 그러자 Kate Otto라는 NGO 활동가의 저서 <Everyday Ambassador: Make a Difference by Connecting in a Disconnected World>에 인용된 해당 문구가 나왔고, 그 문구 아래로는 "Luo Proverb"라는 단어가, 위로는 아마도 루오어로 적힌 해당 속담이 보였다.
흥미롭게도 저 루오어로 추정되는 문장을 검색하면 아무 검색 결과도 안 나오는데, 영어로 번역된 문장을 검색하면 해당 속담이 루오 사람들의 속담이라고 언급하는 글들이 몇 개 나온다. 우간다 언론 New Vision은 2003년 "속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당 속담이 루오 민족의 속담이라고 언급하고 있고, Ojijo Pascal이라는 사람이 2012년 출판한 <The Luo Nation-History, Origin and Culture of Luo People of Kenya>에서도 해당 속담이 루오 민족 속담으로 소개되고 있다. 마침 "혼자 가면 빨리~" 속담을 가장 먼저 유행시킨 것으로 보이는 Samuel 목사가 Luo민족 출신은 아니지만, 어쨌든 Luo민족과 함께 살아가는 케냐 출신이라는 점도 이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만약 이 루오 속담이 실재하고,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속담의 기원이라면, 두 속담의 의미가 꽤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루오 속담을 직역하자면, "청년 혼자서는 빨리 달리고, 노인과 함께라면 천천히 가지만, 청년과 노인이 함께 가면 멀리 간다"가 되는데, 이는 청년과 노인이 힘을 합쳐야 빨리 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은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한편, 남아프리카대학교(Universityu of South Africa)에 Lechion Peter Kimilike라는 사람이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AN AFRICAN PERSPECTIVE ON POVERTY PROVERBS IN THE BOOK OF PROVERBS: AN ANALYSIS FOR TRANSFORMATIONAL POSSIBILITIES"에선 "빨리 가려면 혼자 걷고, 멀리 가려면 함께 걸어라"(When you want to go fast, walk alone; when you want to go far, walk with others)라는 속담이 탄자니아 베나(Bena) 민족 속담으로 아마도 베나어로 추정되는 문장(Pe wisaka ubite kya ng’ani gende wiyena; pe wisaka ubite pawutali gende na vangi)과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논문의 주장과 같은 언급을 하는 기록은 매우 적었다. 2008년 Oeyvind Eide라는 사람이 출판한 "Restoring life in Christ: dialogues of care in Christian communities : an African perspective" 글에 같은 내용의 언급이 있다는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속담의 기원이 루오 혹은 베나 민족이라는 주장과 이 말을 처음 유행시킨 사람이 케냐 목사라는 점을 종합해 볼 때, 지역적으로 이 속담이 동아프리카 어딘가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여전히 이 속담이 다른 곳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다.
캐나다 칼턴 대학교(Carleton University)의 경영학부 교수이자 학술지 Africa Journal of Management의 편집위원장인 Moses Kiggundu가 쓴 글인 "Canadian and Chinese Aid to Africa: Proposal for International Strategic Alliances" (Muna Ndulo, Nicolas van de Walle편저 <Problems, Promises, and Paradoxes of Aid: Africa's Experience 수록>)의 도입부엔 놀랍게도 이 속담이 고대 중국 속담으로 나와있다.
또한 2019년 출간된 <Management and Leadership in Social Work: A Competency-Based Approach>라는 책에서도 같은 속담은 중국 속담이라며 소개되고 있다. 이쯤 되니 이 기원을 조사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 진다. 왜냐하면 "아프리카 속담", "아메리카 원주민 속담", "고대 중국 속담"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부류로,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좋은 말', "지혜로운 말" 혹은 '당연한 말'들을 포장하는데 많이 쓰이며, 같은 속담이 어떤 곳에서는 "아프리카 속담"으로, 어떤 곳에서는 "고대 중국 속담"으로 소개되곤 한다.
이런 현상은 유럽과 북미인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가진 편견과 판타지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사람들, 그리고 과거 북미 대륙에 살던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개인적인 유럽과 북미의 현대인들과는 다르게 '전통적인' 가치, 혹은 신비로운 '지혜'를 지니고 있다고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적 경향은 미국 대중문화에서도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신비로운 흑인'(Magical Negro) 캐릭터이다. '신비로운 흑인' 캐릭터는 신비로운 힘이나 특별한 통찰력을 가진 흑인으로 미국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신비로운 흑인'으로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신'과 <사랑과 영혼>에서 우피 골드버그가 연기한 '오다 매 브라운', <매트릭스>에서 로런스 피시번이 연기한 '모피어스' 등이 있다.
과연 우리는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나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와 같은 "아프리카 속담" 이전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혹자는 왠지 '공동체'하면 정글 한가운데서 사람들이 살 맞대고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일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우리의 일상도 직장, 이웃, 가족, 그리고 심지어는 온라인 집단까지 갖은 공동체로 가득 차 있다. 정도의 차이, 드러나는 양상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동체의 가치가 없는 공동체가 어디 있겠는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의 명확한 기원는 결국 찾지 못했지만, 나도 사실 이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항상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존재로, 먼 길을 갈 때나 큰 그림을 그릴 때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실린 백종원 대표의 인터뷰를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는데, 인터뷰 기사 말미에 백종원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는 정말 저를 위해 일했어요. 다만 좀 멀리 봤을 뿐. 수익을 남기기 위해 플러스알파를 했는데, 그게 칭찬으로 돌아왔죠. 칭찬에 맛 들여 욕심을 줄이니 사는 게 편해졌어요. 내 삶이 좋아지려면 주변 여건도 좋아져야 해요. 슈퍼카 타고 싶으면 길을 뚫어야죠. 비행기 띄우려면 활주로를 내야 해요. 비포장도로에서 나 혼자 달리면 무슨 맛이에요? 굳이 따지자면 그 세상 이치가 제 가치 기준이 됐어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라는 말을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협력과 상생의 가치를 다양한 표현으로 담아내 왔다. "아프리카 속담"이라는 말만 붙이지 않는다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을 계속 쓰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의 가치를 더 고민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담아서 조금 더 다듬고 발전시키면 어떨까? "아프리카 속담"이라고 하면 멋있을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데, "그거 아마 아프리카 속담 아니다"가 진짜 "아프리카 속담"인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