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팔라 여행 Day 2] 마케레레 대학교, 카페, 오션스8
캄팔라에서의 둘째 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 원래는 캄팔라 외곽의 무뇨뇨(Munyonyo)라는 곳에서 빅토리아 호수를 보려 했는데, 이 날씨에 가봤자 야외에 있지 못하겠다 싶어서 계획을 접고 캄팔라 시내에 머물기로 했다. 오전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무박 2일로 이동하고 첫째 날 시내 구경을 한 게 꽤 힘들었던 것 같다.
(르완다에서 국경 넘어 우간다 가는 지난 이야기는 여기서: https://brunch.co.kr/@theafricanist/3)
(캄팔라 첫날 이야기는 여기서: https://brunch.co.kr/@theafricanist/6)
일어나니 점심때가 되어서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갔다. Tamarai Restaurant에서 새우 팟타이를 먹었는데,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팟타이를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르완다에는 맛있는 팟타이가 없다.
https://goo.gl/maps/NRSrDBngGk12
든든하게 팟타이를 먹고 방문한 곳은 마케레레 대학교. 동아프리카 지역 명문대학이며 캠퍼스가 꽤 크고 분위기가 좋았다. 연구환경이나 교육의 질은 알 수 없었지만, 캠퍼스 분위기가 편안하고 깔끔해서 여기서 공부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본관 건물이 마음에 들었는데, 권위적이지 않고 오히려 하늘색 포인트 때문에 귀여워 보이는 점이 좋았다.
마케레레 대학교는 1922년 작은 기술학교로 설립되어 처음에는 목공, 건설, 기계 등을 가르치다가 이내 보건, 농업, 축산 등으로 교육 과목이 늘어났고, 1937년엔 영국의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age of London) 소속으로 런던대학교의 일반 학위 과목을 교육했다. 그리고 1963년, 동아프리카대학교(University of East Africa)가 설립되며 케냐의 나이로비 대학교, 탄자니아의 다레살람 대학교와 함께 동아프리카대학교 학위 수여기관이 되었다. 이후 우간다가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마케레레 대학교도 우간다의 국립대학교로 독립했고, 지금은 9개의 단과대학을 가진 종합대학으로 3만 5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여기서 공부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아프리카의 주요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한 만큼 동문들이 화려하다. 탄자니아 초대 대통령 줄리어스 녜레레, 제 3대 대통령 벤자민 음카파, 케냐 제 3대 대통령 므와이 키바키,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 조셉 카빌라, 우간다 제 2대 대통령 밀톤 오보테, 노벨 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고, 2016년엔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가 마케레레에서 공부했었다.
마케레레 대학 구경을 마치고 올드 캄팔라 지역으로 이동해 기념품을 좀 사고 1000cups coffee shop이란 곳에서 커피를 한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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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캄팔라에 있는 이틀 동안 네 잔 정도의 커피를 마셨는데, 1000cups coffee shop커피가 가장 맛있었다. 가게는 굉장히 작고 소박했는데, 바 너머로 공간이 더 있고 원두가 많이 보이는 걸로 봐선 카페보다는 로스팅과 원두 판매에 더 집중한 가게 같았다.
커피를 마시고 나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일단 내일 키갈리로 돌아가는 버스 티켓을 사려고 타고 왔던 버스와 같은 Modern Coast의 사무실에 갔는데, 정전과 느린 인터넷 사정으로 표 끊는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Modern Coast 사무실은 내가 어제 내린 버스 정류장에 있는데, 표는 여기서 팔지만 승차하는 곳은 다른 곳이다. https://goo.gl/maps/RUXgrw5rtbU2
겨우겨우 표를 사고, 비도 오는데 시내에서 맛있는 거나 먹자 싶어서 우버 택시를 잡아서 홀리 크레페(Holly Crepe)라는 가게로 갔다. 캄팔라에 있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이런 모바일 교통 서비스를 아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버와 택시파이(Taxify)가 승용차와 보다보다(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다보다 서비스만 제공하는 세이프보다(Safe Boda)도 있다. 등록된 차량과 오토바이가 많아서 시내 어디서든 바로 차를 잡을 수 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보다보다 서비스의 경우 등록된 오토바이들은 다른 보다보다와 달리 헬멧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 나는 주로 세이프보다를 이용했는데, 몇몇 기사님들은 일회용 헤어캡을 제공하기도 했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건 약간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세이프보다는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저렴해서 놀랐다. 캄팔라에 사는 분은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너무 낮아졌다고 했다.
어쨌든 우버를 이용해서 홀리 크레페에 도착했다. 사실 여기는 야경이 예쁘다고 추천받았지만, 부촌 한가운데 가게가 있어 해지면 범죄의 타겟이 되기 딱 좋겠다 싶어 오후에 방문했다.
https://goo.gl/maps/VdGT2z9bDsH2
원래 달콤한 디저트류를 잘 안 먹어서 베이컨, 치즈, 아보카도 등이 들어가고 이름도 상호명과 같은 홀리 크레페를 주문했다. 애초에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전망이 좋아서 전망 보면서 커피 마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커피도 마셨는데, 커피는 심하게 맛이 없었다. 뭐가 문젠지 시고 떫고 난리도 아니었다.
홀리 크레페에서 점심도 저녁도 아닌 무언가를 먹고 나니 해질녘이 다 되었다. 어딜 더 가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숙소에서 남은 하루를 보내자니 아쉬워서 숙소 근처에 있는 아카시카몰의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 이름은 센츄리 시네맥스 (Century Cinemax)인데, 탄자니아 다레살람에서 가끔 가던 영화관과 이름이 같았다. 아마 체인점인가 보다. 키갈리에는 센츄리 시네마스(Century Cinemas)가 있는데, 왜 다들 이름이 비슷한 건지 그 관계가 궁금하다.
https://goo.gl/maps/NYcjkUu5Cau
아카시아몰은 둘째 날 가도 놀라웠다. 대형마트인 Shoprite와 MAC, KFC, 아디다스 등이 입점해있고, 사람들이 정말 정말 많았다.
여기서 본 영화는 오션스8. 키갈리 영화관에는 광고가 하나도 안 나오고 바로 상영을 시작해서 당황했었는데, 여기는 상영 전 광고가 정말 많았다. 호텔, 식당, 영화 예고편 등등이 끝나고 이제 영화를 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결혼 축하 영상편지가 7분 정도 나왔다. 예비 신부의 가족과 친구가 이벤트로 준비한 것 같은데, 영상편지가 계속 이어지자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주인공을 찾았다. 나중에 그 예비신부는 너무 울어서 영화 시작할 땐 잠깐 나갔다 왔다. 어떻게 영화 시작 전 광고로 이벤트 할 생각을 했는지, 그 스케일에 놀랐다.
오션스8은 지루 할 틈 없이 시원시원하게 스토리가 전개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앤 해서웨이 사랑해요. 상영하는 동안 사람들이 여러 포인트에서 크게 웃었는데, 나한테는 저렇게 웃을만한 장면인가 싶은 장면이 많았다. 어떤 장면은 나만 웃어서 좀 뻘쭘하기도 했다. 뭔가 웃음코드가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영화에서 리하나가 해커로 나오는데, 영화 내내 히피 같은 옷을 입고 나오다가 영화 중후반에 멋진 드레스로 갈아입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관람객 모두가 감탄했다. 관람객들이 웃음 대신 감탄한 장면은 이게 유일했다.
오션스8 다음 상영은 Sanju라는 인도계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였는데, 나가면서 보니 밤 열 시 영화인데도 로비에 인도계 사람들이 가득했다. 캄팔라엔 인도계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옛날에 악명 높았던 이디 아민이 우간다의 인도인들을 다 추방했었던 일도 있었는데, 그 이후에 다들 돌아왔나 보다. 이디 아민의 인도인 추방에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로는 덴젤 워싱턴이 나오는 "미시시피 마살라"가 있다.
나는 르완다에서 수도에 살지도 않지만, 수도에 가도 즐길거리가 마땅치가 않아 참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도시의 즐거움을 누렸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