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케냐 대선·총선 (2)
케냐 대통령 선거 결과가 마침내 발표됐다. 8월 9일 투표 이후 6일 만이고, 선관위가 선거 당선자를 발표해야 하는 기한으로 케냐 헌법이 정한 선거 후 7일 차가 되기 하루 전이다.
* 2022년 케냐 대선·총선 (1): 2022 케냐 대선 개표 이모저모 먼저 읽기: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73
케냐 선관위(IEBC)의 위원장 와풀라 체부카티(Wafula Chebukati)는 방금 전국 집계소가 설치된 보마스(Bomas-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일종의 민속촌)의 회관에서 윌리암 사모에이 아랍 루토(William Samoei Arap Ruto) 후보가 50.49% 득표로 당선되었다고 발표했다. 별도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루토 후보는 8월 30일 케냐 5대 대통령에 취임하고, 러닝메이트 리가티 가차구아(Rigathi Gachagua)는 부통령에 취임한다. 한편 라일라 오딩가는 48.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선관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받은 루토 당선자는 당선 연설에서 시민들이 부족을 넘어 투표하고 평화로운 선거를 일궜다며 감사함을 표했고, 열심히 일해서 케냐를 '넥스트 레벨'로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케냐의 언론사들은 지난 며칠 동안 보마스의 전국 집계소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현장 모습을 보여줬는데, 선거 결과를 발표한다는 공지가 나간 이후부터 전국 집계소에서는 일종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케냐는 선거 직후 폭력사태가 일어났던 역사가 있다 보니 세 시간이 넘게 진행된 축하공연은 하나같이 평화(Amani), 사랑(Upendo), 화합(Umoja)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었다. 공연은 처음 세 시간 정도는 다 같이 춤추고(cheza) 함성을 지르며(vigelegele-고음의 소리를 함께 내는 거라 함성과는 조금 다른데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즐기고 화합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결과 발표는 아마도 후보자들이 모이길 기다리다가 늦어진 것 같은데, 사전에 공지된 시간이 세 시간 지난 뒤 발표되었다. 아마도 선관위 입장에서는 모든 후보자가 현장에서 결과를 듣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일찍 현장에 도착한 루토 후보와 달리 오딩가 후보는 나타나지 않았고, Azimio la Umoja 측 사람들은 선거 결과가 발표되기 전 기자들에게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고, 일부 선관위원이 다른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될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직후엔 현장에서 연단을 점령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아마 이번 선거에서 가장 위태롭고 폭력적인 장면이 이때였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장면이었다.
2017년, 대선 결과 이의제기를 인용하며 재선거를 지시한 대법원은 선관위가 개표 결과의 전달과 투명성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선관위는 대법원의 지적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는 실시간 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대신 홈페이지를 통해 개표소별로 작성된 개표 결과 보고서(34A)의 스캔본을 실시간 공개했다. 그리고 언론사들은 독립된 개표 현황 집계소를 설치하여 각자가 집계한 개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이런 투명성 덕분인지 부정선거나 개표 조작 논란은 거의 없었다. 지난 금요일 여당이자 오딩가 후보의 선거 연대 Azimio la umoja의 일원인 주빌리(Jubilee)당에서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을 했지만 특별한 근거 제시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 큰 파급력을 가지진 못했다. 동아프리카공동체(EAC)와 유럽연합(EU)의 선거감시단도 대체로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 것으로 보인다는 발표를 했다.
개표 중반까지는 각 언론사가 발표하는 1위 득표 후보가 달라 혼란스러웠는데, 루토와 오딩가 후보의 표차가 줄어들어 거의 동률에 이른 후부터는 각 언론사가 종합 개표 결과를 방송 화면에 띄우지 않아 선거 결과는 안갯속에 갇힌 듯했다. 특히 구글을 통해 집계 현황을 발표하던 로이터의 집계도 어느 순간 갑자기 중단되어 사람들의 궁금증과 불안을 키우기도 했다. 언론계가 정치권의 압박으로 개표 결과 공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케냐 언론 위원회는 그 누구도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래는 관련 기사)
한편, 지금까지 발표된 총선 결과에 따르면 상원에서는 윌리암 루토 후보를 앞세운 Kenya Kwanza 선거연대가, 의회에서는 라일라 오딩가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 Azimio la umoja 선거연대가 근소한 차이로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여러모로 박빙의 선거였던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아직 선거가 끝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케냐 시민이라면 누구나 선관위의 개표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결과 발표 기준 7일 이내에 대법원을 통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 당일 일어난 일들을 볼 때 이의제기가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이의제기가 접수되면 대법원은 14일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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