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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Jul 30. 2018

무가베 없는 첫 번째 선거

2018 짐바브웨 총선 (2) 여당 음난가과 후보와 야당 차미사 후보

선거 전날인 오늘, 로버트 무가베가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몸담았던 ZANU-PF당 후보이자 그의 남은 임기를 대행한 에머슨 음난가과(Emmerson Mnangagwa)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영상: https://youtu.be/cipP8WELnuE


그는 "저는 ZANU-PF에 투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에게 투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저를 이지경으로 만든 자들에게 투표할 수 없습니다."라며 야당 MDC의 넬슨 차미사(Nelson Chamisa) 후보만이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음난가과는 원래 무가베의 오른팔로 부통령까지 지냈지만, 로버트 무가베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와 갈등을 겪다 해임되었고, 이에 불만을 품은 군부 쿠데타가 무가베를 몰아낸 뒤 대통령에 올랐다. 


로버트 무가베의 발언에 대해 음난가과 후보는 차미사 후보가 무가베와 결탁했다며 그를 비난했고, 차미사 후보는 로버트 무가베가 시민으로서 투표하겠다고 말한 것일 뿐, 그와는 어떠한 상관도 없고 그레이스 무가베가 내각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무가베의 야당 지지 발언이 야당 후보에게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 것인지는 내일 투표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무가베에 관한 글: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3)


1980년 이후 최초로 무가베 없는 선거가 될 내일로 총선에는 5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유권자 등록을 마쳤다. 대통령 후보에 등록한 사람은 총 23명으로 여성이 4명이고 남성이 19명인데, 그중 ZANU-PF의 음난가과 후보와 MDC연대의 차미사 후보가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아프리카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아프로바로미터(Afrobarometer)의 설문조사에서 두 후보는 3% 격차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그 어떤 후보도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짐바브웨 대선은 결선투표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내일 있을 첫 투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9월 8일에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Source: Afrobarometer


에머슨 음난가과 프로필

소속: ZANU-PF

생년월일: 불명. 하지만 1942년 9월 15일로 알려져 있음. (75세)

학력: 법학 학사 (University of Zambia)

별명: 크로커다일 (독립운동 시절 크로커다일 갱의 일원이었고, 정치적으로도 교활해서 붙여진 별명. 당내 그의 계파는 '라코스테'라고 불림), E.D.(그의 이니셜)

주요 경력: 짐바브웨 독립 게릴라 전쟁 참전. 독립 이후 국방장관, 법무부 장관, 부통령 등 역임. 2017년 11월, 대통령 취임

선거 슬로건: 시민들의 목소리는 신의 목소리이다 (The voice of the people is the voice of god)

주요 공약: 2030년까지 중소득국 진입, 토지개혁, 평화와 화해 위원회를 통한 국가 통합 도모, 부패 척결, 2023년까지 매년 최소 6% 경제 성장률 달성, 국제 외교·무역관계 재건, 경제특구 설치, 모든 짐바브웨 사람들의 토지 접근성 확장, 토지위원회 강화, 모든 시골지역에 전력 보급 등 


그레이스 무가베와 갈등을 빚고 결국 부통령에서 파면되며 쿠데타의 원인을 제공한 음난가과는 오랜 기간 무가베의 오른팔로 일해왔다. 주로 군부와 정보기관을 담당하는 직책을 맡아 군부와 가까운 사이이며, 로버트 무가베의 재임 시절 있었던 여러 폭력, 전쟁, 살인 등에 깊게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구 정권 인사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로버트 무가베와는 각을 세우고 있으며, 민주적이고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로버트 무가베 지지자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한 수류탄 테러를 당해 죽을뻔한 고비를 넘겼다. 


그의 취임 첫 100일 동안 음난가과는 재고용, 용서, 민주주의, 통합을 이야기했다. 말도 중요하긴 하지만, 오랜 세월 희망과 꿈을 짓밟은 체제가 생존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짐바브웨의 새 대통령은 지난 40년 동안, 그가 끝내는 버린, 독재자의 부하였다. - Evan Mawarire (목사, 민주운동가)


넬슨 차미사 프로필

소속: MDC 연대

생년월일: 1978년 2월 2일 (40세)

학력: 정치학, 행정학, 법학 학사 (University of Zimbabwe)

주요 경력: 학생운동가 출신의 변호사이자 목사. 25세에 국회의원이 되고 31세에 정보통신기술장관이 됨. 무가베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Morgan Tsvangirai가 올해 2월 사망한 이후 MDC를 이끌고 있음.

선거 슬로건: 새로움을 보라 (Behold the New)

주요 공약: 선거제도 개혁, 과거사 진상조사 (은데벨레 민족 학살, 2008년 선거 관련 폭력 사태 등), 장관 임명 등에 투명성 강화, 내각 규모 축소, 부패 청산, 공기업 개혁, 사법부 독립 보장, 국회의원 평가제 도입, 행정수도 이전, 대 짐바브웨(Great Zimbabwe)로 국명 변경, 산업적 정신적 목적을 위해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 구축, 외국인 투자법 제정 통해 외자유치 증진, 2029년까지 1000억 달러 경제 달성, 연평균 성장률 10% 달성, 토지 위원회 설립하여 토지 갈등 중재, 토지분배의 비 인종화, 무상 초등교육, 모든 아동이 컴퓨터를 접할 수 있도록 보장, 도시철도 건설, 브로드밴드와 와이파이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 보장, 블록체인 기술 도입 등  


학생 시절부터 반-무가베 운동을 이어온 차미사는 ZANU-PF와 MDC가 연정 하던 시절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정보통신기술장관을 역임했고, 야권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Morgan Tsvangirai가 올해 2월 사망한 이후엔 MDC의 수장으로 대권 레이스에 임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야당을 대표해서 무가베와 2002년, 2008년 2013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Morgan Tsvangirai의 사망은 야권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MDC가 여당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선거에서 MDC는 로버트 무가베의 지지를 받고 있고, 차미사 후보는 그레이스 무가베와의 유착설이 시달리고 있다. MDC가 무가베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의혹과 당선이 되면 그레이스 무가베나 다른 무가베 시절의 관료들을 정권에 참여시킬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차미사 후보는 "우리는 여러분의 투표를 환영합니다. 무가베, 당신의 투표도 환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작을 원합니다."라고 하면서도 "우리에게 동참하려는 누구든 환영합니다. 우리 버스는 꽉 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교회에 오자마자 집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무가베 관련 인사들의 내각 참여에는 선을 그었다.



아마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와 관련된 것일 것이다. 2008년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은 후 여전히 위기에 처해있는 경제 상황에서 사람들은 누가 더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누가 경제를 재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양 후보 다 경제성장과 일자리에 대해 대동소이하고 아주 야심찬 공약을 내놓아서 시민들이 이 문제를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유권자들은 듣기 좋은 이야기들로만 가득한 공약보다는 후보 개인에 대한 감정이나 정치적인 선호, 지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 결과도 결과지만, 과연 이 선거가 평화롭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2008년 대선에서는 약 100여 명의 사람이 선거와 관련된 폭력사건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짐바브웨의 경제제재가 풀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재진입하길 원하는 음난가과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가베가 그동안 금지해온 국제 선거감시단도 이번엔 선거를 참관하게 되었다. 하지만 MDC 측은 유권자 등록 과정에 결함이 있었고, 투표용지 준비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으며 선관위가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음난가과를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군부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짐바브웨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가 치러질 내일, 짐바브웨 시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은 짐바브웨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 궁금하다. 그 어떤 예측도 불가능한 선거, 어느 후보가 더 민주적이고 유능한 지 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선거 그 자체가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치러진다면 짐바브웨의 미래는 조금 더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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