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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Aug 03. 2018

선거 결과 발표, 아슬아슬한 정국

2018 짐바브웨 총선 (3) 짐바브웨 대선, 여당 음난가과 당선

현지시간으로 오늘 새벽 00시 30분경, 짐바브웨 대선 결과가 발표되었다. 여당 ZANU-PF의 에머슨 음난가과(Emmerson Dambudzo Mnangagwa) 후보가 50.8%를 득표하고, 야당 MDC의 넬슨 차미사(Nelson Chamisa) 후보가 44.3%를 득표했다. 표 차이는 약 30만 표였지만, 음난가과 후보가 다수 득표율 50%를 간신히 넘기며 결선투표 없이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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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짐바브웨 총선 (1) 로버트 무가베: 독립운동가 출신 독재자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3

2018 짐바브웨 총선 (2) 여당 음난가과 후보와 야당 차미사 후보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8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에머슨 음난가과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짐바브웨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투표에서는 분열을 경험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꿈으로 단결되어있습니다. 이곳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평화와 통합, 사랑과 연대로 다 같이 손잡고 모두를 위한 새로운 짐바브웨를 만듭시다!"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벌써 남아공의 라마포사 대통령, 탄자니아 마구풀리 대통령 등은 트위터를 통해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Twitter @edmnangagwa 캡쳐


선거는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정국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미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ZANU-PF의 압승으로 발표된 국회의원 선거 결과와 늦어지는 대선 결과 발표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왔고, 이를 군대와 경찰이 물대표와 실탄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진압하면서 6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MDC후보 넬슨 차미사는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1일, 자신이 당선되었다고 주장했고, 선관위가 대선 결과를 발표하던 지난밤, 결과 발표장에서 MDC 측 선거감시위원 대표가 이 선거 결과는 조작되었고 MDC는 발표되는 결과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고 기자들 앞에서 외친 후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MDC는 오늘 오전, 선거 결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짐바브웨 헌법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만을 가진 후보가 7일 이내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작년 8월 케냐 대법원은 2017년 대선 결과가 무효임을 선고한 적이 있다.


Twitter @nelsonchamisa 캡쳐


MDC와 그 지지자들은 선거운동 내내 ZEC의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지난밤, 선관위가 결과 발표를 하는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대선 결과 발표는 선관위 위원들이 각 선거구별 결과를 구두로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총 10개 선거구 중 9개의 결과를 발표하고선 갑자기 특별한 이유를 언급하지 않고 마지막 선거구의 발표를 한 시간 이상 미뤘다. 


Youtube / SABC 뉴스 라이브 영상 캡쳐.


나도 이 선거 결과를 유튜브를 라이브로 시청했는데, 각 선거구별로 전체 23개 후보의 이름과 정당명, 득표수를 차례로 발표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답답했다. 그리고 심지어 1개 선거구를 남기고는 갑자기 마지막 선거구 결과 발표를 한 시간 뒤에 하겠다며 선관위 위원들이 퇴장해버려 허탈하기까지 했다. 이런 행동들은 선관위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Youtube / SABC 뉴스 라이브 영상 캡쳐


지루했던 선거 결과 발표 중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선관위 위원 Ngoni Kundidzora박사(그는 법학교수라고 한다)가 Manicaland의 선거 결과를 발표하면서, 민주야당(Democratic Opposition Party)의 윌슨 해리 피터(Wilson Harry Peter) 후보 이름을 '해리 포터'라고 잘못 발음해서 발표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참고로 이 사람이 윌슨 해리 피터이다.


결국 1시간 넘게 기다린 뒤 선관위 위원들이 발표장으로 복귀했고, 음난가과 후보가 2,460,463표로 50.8%, 차미사 후보가 2,147,436표로 44.3%를 득표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총 6개 선거구에서 음난가과 후보가 우세했고, 수도 하라레를 포함한 4개 선거구에서 차미사 후보가 우세했다. MDC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를 믿을 수 없는 이유로 투표율도 언급했다. 선관위 위원장이 선거 직후 투표율이 70% 정도였다고 언급했는데, 대선 투표 결과에서 거의 모든 선거구의 투표율이 80%가 넘었기 때문이다. 


선관위 위원장 Priscilla Chigumba가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Photo: Youtube / SABC 뉴스 라이브 영상 캡쳐


MDC 지지자들이 말하는 결과 조작이 있었을까? 적어도 선관위가 선거의 1위 득표자를 바꿨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선거 전 두 차례 있었던 Afrobarometer의 설문조사에서 음난가과 후보는 차미사 후보를 각각 11%(6월), 3%(7월) 앞섰고, 3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짐바브웨 선거 지원 네트워크(ZESN)도 전체 10,985개 투표소 중 750개를 샘플링하여 선거 결과를 예상한 값과 선관위가 발표한 값이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ZESN의 샘플 기반 예측 결과와 ZEC 결과 비교. 출처: ZESN 보도자료(2018.8.3)


만약 ZEC가 선거 결과에 개입했다면, 음난가과 후보의 득표율이 50%가 넘어서 결선투표를 피하도록 조작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ZEC가 선거 과정이나 결과 발표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구체적인 정황은 알려진 것이 없다. 


일단 선거 결과가 발표되고 12시간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짐바브웨에서는 특별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오전에 MDC가 선거 결과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가 나왔고, 지금은 MDC 차미사 후보가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양 후보가 서로를 비방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기도 전 자신의 당선을 발표하며 사람들을 자극한 차미사 후보와, 집회를 강경진압해 사상자가 나도록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음난가과 대통령, 둘 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말하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선거 후유증을 털고 짐바브웨가 평화와 안정을 찾길, 그리고 만약 차미사 후보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적법한 사법 절차를 통해 모든 의혹과 갈등이 해소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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