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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Aug 11. 2018

물러나는 카빌라, 불붙은 DR콩고 대선

2018 DR콩고 대선 (2) 카빌라 대통령의 불출마 선언

콩고민주공화국 (DR콩고)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던 8월 8일, 정부 대변인은 이번 선거에 조셉 카빌라 (Joseph Kabila) 대통령은 출마하지 않으며, 전 내무장관 에마누엘 라마자니 샤다리(Emmanuel Ramazani Shadary)가 여당 People's Party for Reconstruction and Democracy (PPRD)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다고 발표했다. 그가 3선 도전을 포기한 주요 이유로는 국내의 저항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당 PPRD의 대선 후보로 지명된 샤다리. Photo: PPRD 홈페이지


이로써 조셉 카빌라의 17년 집권, 아버지 로랑 데지레 카빌라 (Laurent-Désiré Kabila)까지 합치면 카빌라 부자의 20년 집권은 올해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1994년 르완다 제노사이드 이후 후투족이 대규모로 DR콩고 (당시 자이르)의 동쪽으로 이주하여 일부가 반군화되고 르완다의 신생 정부와 분쟁을 겪다가 발발한 제1차 콩고 전쟁(1996-1997) 당시 로랑 데지레 카빌라는 악명 높은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에 오랜 기간 저항한 반군 지도자였다. 그는 르완다와 우간다 등 인접국의 지원을 받아 모부투를 몰아내고 대통령이 되었지만, 이후에 이들 국가와 관계가 틀어져 제2차 콩고 전쟁(1998-2003)을 겪기도 했다. 제2차 콩고 전쟁에서 우간다의 지원을 받아 카빌라 정권에 도전했던 반군 Movement for the Liberation of the Congo (MLC)의 지도자 쟝 피에르 벰바도 이번 대선에 입후보했다.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


2차 콩고 전쟁 와중인 2001년, 아버지 카빌라는 경호원에게 암살당했다. 그의 암살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설은 암살 현장에서 사망한 18세의 Rashidi Kasereka가 암살범이며 그는 르완다의 사주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르 몽드는 대통령이 된 로랑 데지레 카빌라가 내전 중에 조직한 소년병들과 갈등을 겪다가 결국 그들에 의해 살해당했고, 암살범은 국경을 넘어 도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01/feb/11/theobserver)


로랑 데지레 카빌라의 암살은 정권 전복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뒤를 이어 아들 조셉 카빌라가 선거 없이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았고, 그는 콩고민주공화국 최초의 다당제 선거였던 2006년 대선과 2011년 대선에서 각각 승리했다. 콩고민주공화국 헌법은 대통령의 5년 중임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2011년 대선 임기는 2016년에 끝났어야 했는데, 카빌라 대통령은 헌법에 정해진 2번의 임기를 다 채우고도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대선을 연기해 올해까지 대통령직을 이어왔다. 그 결과 야권과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집회가 잇달았고, 카빌라 정권은 이를 폭력적으로 억압해 많은 사상자를 낳아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받았다. 특히 가톨릭 교회의 중재로 여야가 합의한 대선 기한인 2017년 12월을 넘기고 시작되어 올해 초까지 이어진 대규모 집회를 공권력이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17명이 사망했고, 200여 명이 다쳤으며 400여 명이 임의 구류되었다. 


카빌라 지지도 변화. 2016년 이후 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극에 달했다. Source: Congo Research Group


반민주적 태도뿐 아니라 조셉 카빌라의 재임기간은 분쟁과 부패로도 얼룩졌다. 2016년 UNDP가 발표한 인간개발지수 (Human Development Index)에서 DR콩고는 188개국 중 176위에 랭크되었고, 2010년과 2015년 사이 겨우 4계단 상승에 그쳤다. 또한 국제투명성기구 (Transparency International)이 발표한 부패지수에서는 180개국 중 캄보디아, 콩고공화국, 타지키스탄과 함께 161위에 올랐다. 경제적으로는 구리와 코발트 등 천연자원의 수출에 힘입어 2005년부터 평균 6%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05년과 2012년 사이 빈곤율은 7%만이 감소했다. (2005년 71%→ 2012년 64% / World Bank).


올해 초 콩고 정부는 동부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M23 반군을 궤멸시켰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동부에서는 우간다와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반군들이 활동하고 있다. 계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약 30만 명의 DR콩고 국민들이 국외의 난민캠프에서 지내고 있다. DR콩고 정부가 동부 지역과 그 지역의 풍부한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 이상, 이 '자원의 저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http://hankookilbo.com/v/e37d0b938c2049a786b9396af29c5632)


이번에 카빌라 대통령의 '후계자'로 지명된 샤다리 후보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에 대해 검색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은 2016년부터 시작된 DR콩고의 인권탄압과 관련된 내용인데, 2017년 EU가 DR콩고 정부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경제제재를 시작할 때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샤다리도 인권탄압의 책임자로 제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EU는 그를 "그는 최근 활동가와 야당 인사의 체포와 부적절한 공권력의 사용에 책임이 있"고 "DR콩고 내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계획하고 지시하고 실행하는데 개입했다"라고 묘사했다.


샤다리는 1960년 11월 태어났고, 아버지 카빌라 시절부터 정치인 생활을 시작했으며, 여당 PPRD의 창당 멤버이다. 다음 대선에 여당 후보로 누가 나설 것인지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할 때에도, 그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을 정도로 대외적 알려진 것이 많지 않으며, 지역적 기반 또한 동부의 작은 주 Maniema에 국한되어 있다. AFP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NGO 활동가는 그를 "특별한 자질 없이 오직 대통령에게 충직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Congo Research Group의 올해 2월 설문조사에서는 야권의 모세 카툼비가 24%, Felix Tshisekedi가 13%, Vital Kamerhe가 9%, 쟝 피에르 벰바가 10%, 조셉 카빌라가 6%의 지지도를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고서 원문: http://congoresearchgroup.org/wp-content/uploads/2018/03/EN_Version-Finale-Rapport_sondage_fevrier_2018_2159x2794_2103.pdf) 이 설문조사에 샤다리 후보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만약 그가 카빌라 대통령의 지지자를 모두 결집시킨다고 해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선거가 과연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이 당선될 경우 모든 것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불리한 선거의 결과를 승리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카빌라 대통령이 여러 주변 인물 중 샤다리를 선택한 이유는 어쩌면 선출된 이후에도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기 위해서 일 수 있다. 조셉 카빌라는 올해 47세로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에 러시아의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잠시 대통령으로 세웠던 것과 유사한 전철을 밟으려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입후보한 주요 인물은 아래와 같다. 선관위는 입후보 신청서를 검토한 후 이달 중순 최종 후보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에마누엘 라마자니 샤다리

여당 People's Party for Reconstruction and Democracy 후보

전 내무장관

인권탄압으로 EU 제재 대상에 오름


쟝 피에르 벰바

야당 Movement for the Liberation of the Congo 후보

전 부통령

국제형사재판소, 2016년 5개 전쟁범죄와 반인륜 범죄로 18년 징역형을 선고했다가 2018년 철회


Tryphon Kin-Kiey Mulumba

무소속

정치학 박사(파리 1 대학)

모부투 정권과 카빌라 정권에서 여러 장관직을 지냄. 모부투 정권의 마지막 대변인이기도 함.

카빌라 대통령의 3선을 지지했던 인물


Felix Tshisekedi

제 1 야당 Union for Democracy and Social Progress 당대표

반-모부투 활동 후 벨기에로 망명


Vital Kamerhe

Union for the Congolese Nation 당대표

전 국회의장

2011년 대선에서 7.74% 득표


강력한 야권 후보로 손꼽히는 벨기에에 망명 중인 백만장자 모세 카툼비 (Moise Katumbi)는 정부가 그의 육로와 항공로 입국을 모두 거부해 선거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년 만에 찾아온 '카빌라 없는 선거'는 12월 23일로 예정되어 있다. 국토 크기가 서유럽의 크기와 비슷하지만 국가의 기반시설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가 선거를 치를 역량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대선에 활용하기로 한 한국 기업의 전자투표시스템에 대해서도 부정선거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선거 결과 조작 여부를 떠나서, 아직 IT기기에 대한 경험과 신뢰도가 낮은 DR콩고의 상황을 봤을 때, 종전의 수개표 시스템이 조금이나마 더 높은 신뢰성과 투명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국에 거주하는 DR콩고인들이 구성한 시민단체 프리덤파이터가 한국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이와 비슷한 입장을 전한 적이 있다. 한국 기업이 DR콩고의 부정선거와 연결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커버 이미지 출처: UN에서 연설 중인 조셉 카빌라. Flickr / MONUSCO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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