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짐바브웨 총선 (4) 음난가과 대통령 취임, 내각 발표
나 에머슨 담부조 음난가과는, 짐바브웨 공화국의 대통령으로서 짐바브웨에 충실하고 짐바브웨의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며 따를 것을 선서합니다.
7월 30일 무가베 없는 첫 번째 대선을 치른 직후부터 계속 불안했던 짐바브웨의 정국이 에머슨 음난가과 대통령의 취임과 내각 발표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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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헌법 재판소는 8월 24일, 야권연대의 선거 결과 불복 소송에 대해 투표 과정에서 부정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7월 30일 있었던 대선 결과를 재확인했다.
재판소의 판결 직후 음난가과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재판소의 결과에 놀라지 않았"다며, "넬슨 차미사, 저의 문은 열려있고 팔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우리는 한 나라이고, 우리나라를 우선시해야만 합니다. 우리의 모든 차이를 뒤로하고 함께 나아갈 시간입니다"라며 승자의 여유를 한껏 보였다.
하지만 지난 대선의 야권연대 후보였던 넬슨 차미사는 판결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제가 짐바브웨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불복 입장을 밝히고 계속해서 정치적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대선 결과를 번복하려는 다른 시도는 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던 에머슨 음난가과 대통령은 이 판결 이틀 뒤인 26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식에서 음난가과 대통령은 화합을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짐바브웨인입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이 나누는 것보다 더욱 강합니다.
취임식에서 그는 화합과 더불어 변혁과 희망을 말했지만, 무가베 전 대통령이 결국 군부에 의해 물러난 것이나 다름없고, 음난가과 그 자신도 한때 무가베의 충복이었기 때문에, 그가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그 회의론은 음난가과 대통령이 부통령을 임명하며 더 힘을 얻었다. 음난가과 대통령은 8월 30일, 2명의 부통령을 임명했는데, 그 중 한 명인 Constantino Chiwenga는 무가베를 가택 연금한 군부 쿠데타 당시 짐바브웨군을 이끌던 사령관이다. 2017년 11월, 무가베가 당시 부통령이었던 음난가과를 해임했을 때, Chiwenga 장군은 군부와 가까운 정치인인 음난가과의 해임에 반대했다. 이에 무가베는 그를 해임하고 체포하려 했으나 Chiwenga 장군에 충성하던 군부는 무가베에게 등을 돌렸고, 결국 무가베는 퇴임당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짐바브웨를 통치해온 무가베에게도 군부와의 갈등은 치명적이었다. 음난가과 대통령이 Chiwenga 장군을 부통령으로 임명한 이유는 그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Chiwenga와 더불어 부통령에 임명된 Kembo Mohadi는 여당 ZANU-PF 출신으로 무가베 정권에서부터 여러 장관직을 수행해온 정치인이다.
부통령을 임명한 뒤 중국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음난가과 대통령은 오늘(9월 7일), 신임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정권보다 장관의 수가 2명 줄었고, 대부분의 장관은 유임하는 것으로 발표된 가운데,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부처의 장관들이 주로 교체되었다. 많은 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이날 발표된 내각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사람은 8명뿐이다.
무가베가 집권하는 동안 붕괴된 짐바브웨의 경제를 뜯어고쳐야 할 재정·경제발전부 장관에는 Mthuli Ncube가 임명되었다. Mthuli Ncube는 옥스퍼드 대학 출신 경제학자로 런던 정경대와 요하네스버그의 비트바테르스대학교에서 강의한 적이 있고, 아프리카 개발은행에서 부총재로 재직하기도 했다. 한편 쿠데타를 일으켜 무가베 퇴임에 일조한 군부를 통솔해야 할 국방·퇴역군인부 장관에는 환경부 장관이었던 Oppah Muchinguri가 임명되었다. Oppah는 ZANU-PF소속 정치인으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여성부 장관을 지냈고,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고등교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2015년부터는 환경부 장관을 지내왔다. 음난가과가 무가베에 의해 축출당할 때에도 음난가과의 편에 섰던 심복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적 전문성보다는 충성심과 공로를 인정받아 장관에 임명된 듯하다.
그 외에 눈길을 끄는 인사는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출신 Kirsty Coventry의 청년·체육부 장관 임명이다. 그는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200m 배영 금메달리스트이고, 2012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선수위원으로 선출되어 8년의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스포츠 스타이다. 이번에 장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특별한 정치활동에 참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각 발표 이후, 음난가과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우리 경제를 성장하고, 현대화하고, 기계화하길 원합니다. 우리는 향후 5년 내에 우리 국민들을 중소득국(Middle income country) 국민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소득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6달러에서 12,235달러 사이인 국가이며, 짐바브웨의 2016년 1인당 국민소득은 890달러였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음난가과 대통령의 부통령 임명과 내각 임명에서는 개혁을 기대할만한 요소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워낙 전임자가 엉망이었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그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표지 사진: kazungula border post에 개양된 짐바브웨 국기. Photo: Flickr / David Co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