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 '아프리카 책방' 후기
오늘 서울숲에서 열린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 "아프리카 책방“을 잘 마쳤다.
단체도 출판사도 아닌 4명의 작가가 모여서, 규정상 책을 팔 수 없는 공간인 서울숲에서 부스를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나온 기획이 각자의 책도 홍보하고,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관련 책 중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가져와 소개도 하는 ”아프리카 책방“이다.
준비하면서는 사실 이 활동이 부스를 신청하고 준비하는데 들인 시간과 비용보다 많은 책 판매로 이어질 거란 기대는 없었었다. 그래서 대신 그동안 아프리카로 얻은 즐거움과 인연, 기회를 다른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를 나름의 방식으로 소개하며 갚는 거로 생각해야겠다고 속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막상 부스를 열어보니, 내가 뭘 나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생각과 용기를 얻는 거였다.
익숙한 국제개발협력이나 국내 아프리카 관련 커뮤니티뿐 아니라 다양한 시민분들을 만나 책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한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책은 생각에 관한 것이라 읽지 않고 단지 사이에만 두어도 자연스럽게 생각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끌고 가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가 기후위기 같은 글로벌 위기를 먼저 겪기 시작한 아프리카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다시 바라보자고 말하는 책이라고 했을 때, ‘그렇지 이제 그런 이야기가 필요하지’라고 해준 남아공에서 온 영어교사도 있었고, 책에 등장하는 우간다 기후활동가 바네사 나카테를 소개하니 눈을 반짝이던 기후활동가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인터넷에 썼던 글 중에 어떤 게 왜 좋았는지 이야기해준 구독자도 있었다. 물론 설명을 듣고선 ‘아 그렇군요~‘하며 슬며시 책을 내려놓는 사람도 없진 않았다.
그리고 책방의 사이드 프로그램으로 아프리카 대륙 지도 색칠하기가 있었는데, 어린이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마침 조금 앉아 쉴 곳이 필요했던 어머니, 아버지의 상황이 아주 잘 맞아떨어지며 아주 성황을 이루었다. 이렇게 힐링과 쉼을 제공할 수 있어 아주 뿌듯했고, 어린이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아프리카 대륙 지도 칠하기에서도 재미있는 점이 있었는데, 한국 사람들과 아프리카의 접점에 관한 것이다. 50개가 넘는 아프리카 나라의 국경만 그려진 지도를 주면, 작가들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어린이와 엄마 아빠가 자연스럽게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먼저 시작하는 나라가 있다. 그 첫 나라, 아마도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나라가, 어떤 가족에게는 학교에서 아프리카 어린이 편지 쓰기(보통 국제개발NGO들이 후원자 모집과 세계시민교육 차원에서 한다)를 하면서 알게 된 나라이기도하고, 어떤 가족에겐 가까운 친구가 부모님을 따라 이사한 곳이기도 하고, 어떤 가족에겐 엄마 아빠가 결혼하기 전, 엄마가 봉사활동을 가봤던 나라이기도했다. 그걸 보면서 이제는 한국 사람들도 아프리카와의 접점을 생각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도 바로 그 아프리카와 나 사이, 아프리카의 오늘과 우리의 내일 사이의 접점에 관한 책이다. (상세정보: http://aladin.kr/p/Bf0C0)
아무튼, 몸은 정말 피곤하지만 기분이 아주 좋다. 오늘 부스를 함께한 작가님들, 부스를 찾아준 친구, 지인, 동료 활동가, 인터넷 인연들, 그리고 판을 깔아준 아프리카인사이트, 모두 아주 감사하다.
2022년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 '아프리카 책방'에 참여한 작가들:
<나의 첫 아프리카 수업> 김유아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 우승훈
<어느 날,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다> 유태선
<있는그대로 르완다> 엄소희